미니멀라이프 책을 읽고 나면 집 정리가 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기록에 관한 책을 읽으면 기록이 하고 싶어 진다. 그래서 기록에 관한 나의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시대순으로 할까 하다가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부터 시작한다. 누군가 나에게 "기록을 해보고 싶은데, 무엇부터 하면 될까요?"라고 했을 때 추천하고 싶은 순서이기도 하다.
첫째, 독서기록장이다. 요즘엔 어플을 쓰는 사람도 많은데, 아직도 펜을 쥐고 노트에 끄적인다. 쓰다 보면 "내가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었나?"싶을 때도 있다. 나의 손엔 또 다른 뇌가 있는 건가 싶을 정도다.
2016.7.17. 동료선생님이 선물해 준 노트가 마음에 들어 독서기록이 시작되었다. 2011년부터 싸이월드에 드문드문 기록했으나 싸이월드가 문 닫고 나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 노트를 쓰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제 와서 독서노트를 쓴다고 뭐가 달라질까?"였다. 그때가 겨우 서른 살이었는데, 나이가 많다고 느낀 것이다. 지금 7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스무 번째 독서노트를 사용 중이다. 독서기록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이와 별개로 수학 책은 워드에 정리한다. 5년 동안 수학 책을 100권 읽고 워드에 정리했다. 인쇄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본다. 수업자료로 사용할 때도 따로 타이핑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
둘째, 모닝페이지다. 책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시작했다. 책을 읽고, 좋아 보이면 따라 한다.
2022.1.14. 책을 읽고 "모닝페이지 써볼까?" 하던 차에 남편에게 받은 다이어리가 마음에 들어 시작이 쉬웠다. 일 년간 매일 쓰고 있고, 모닝페이지의 강력한 힘을 경험한다. 아침에 쓰는 일기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이걸 쓰다 보면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다.
셋째, 5년 일기장이다. 책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고, 바로 주문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좋아 보이면 따라 한다.
2021.6.10. 지나간 5개월 간의 기록도 채워 넣었다. 달력, 인스타그램, 찍어둔 사진의 도움을 받았다.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아 아무것도 적을 수 없는 날은 아쉽게 느껴졌다. 사소한 것이라도 남겨놓았다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지금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뭉텅이로 기록할 때도 있지만, 끊기지 않고 계속 쓴다.
넷째, 육아일기다. 32주 차에 산부인과 검진받고 돌아오면서 노트를 구입했다. 정확히 용도를 정하고 산 건 아니었다.
2014.2.12. 32주 차 뜬금이에게 쓰다가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생각날 때마다 쓰고 있다. 아이랑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뜸해졌다가 올해부터는 날짜를 정해두고 쓰기로 했다. 아이가 10살이 되니 매월 10일에 쓸 것이다. 내년엔 매월 11일에.
아이가 살다가 힘들어질 때, 자신이 누군가의 지극한 사랑을 받는 존재임을 기억하라는 의미로 적기 시작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엄마가 육아 성장통을 기록한 게 되어버렸다. 아이를 키우며 행복할 때보다 내 마음이 힘들 때 이 노트에 글을 쓰며 마음을 다독였기 때문이다.
다섯째, 수업기록이다. 교사가 된 지 10년이 넘었다. 한 분야의 일을 10년 하면 전문가가 된다는데, 그렇지 못한 나를 보며 시작한 게 수업기록이다. 10년간 했던 수업 고민과 수업 자료들을 기록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이었을까.
손으로 기록하다 몇 번 실패했기에 블로그에 기록한다. 기록을 하다 보니 기록을 하고 싶어 수업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아이들의 말 한마디도 그냥 흘려듣지 않는다. 이런 게 기록의 힘인가 싶다.
각자의 삶의 방식에 맞게 기록하는 방법도 다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것을 어디에 기록하는지 궁금하다. 오늘도 나는 기록과 관련된 책을 뒤적이며 좋아 보이는 건 따라 할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