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 답게 살기 위한 쉼표
어린시절 나는, 모든 것을 열어두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확히는 열어두고자 하는 마음 보다는 누군가와의 절대적 친밀감을 원했던 것이다. 사회생활에서 흔히 요구되는 겉치레와 같은 관계들과 그 이면에 밀려오는 공허를 참아내면서 20대를 보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성장이고, 어떤 면에서는 낭비 같기도 한 시간었다.
배우자를 만나서 좋은 점은 그 공허의 구멍이 메워졌다는 것이다.
결혼의 장점을 결혼 직후부터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생각해 봤는데, 가장 큰 장점을 찾아낸 것이 바로 이 공허의 종결이다.(동시에 싱글이 느낄 수 있는 설렘이나 바램, 아련함,
그 비스무리한 감성도 종결이지만!!!!!! ㅠㅠ)
때로는 나 자신이 없는 것 같고, 생활이 너무 복잡한 것 같고, 자유롭게 뭐 하나 마음대로 사고 선택할 수 없는 것도 맞지만, 나로써는 절대적 친밀감과 맞닿은 결혼 생활의 장점이 참 마음에 든다.
결혼하기 전, 두 명의 여자들과 자취를 했다. 그 때 한 언니는 혼자 방을 썼고, 나는 친구인 룸메와 방을 같이 사용했는데, 항상 공간에 집착 했더랬다. 내 책상, 내 화장대, 내 옷장... 나만의 것들만 있어야 됐었고 내 의지와 목적에 맞게 진열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룸메의 옷이나 신발도 잘 빌려다 쓰고는 했다.
지금의 내 생활은 그보다 어찌보면 비참(?)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내 공간이 없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곳에 나도 있고 누구나 사용하는 공간에서 먹고 자고, 심지어 두 자녀는 내 공간에서 술레잡기를 하거나, 점프놀이도 마구 해 대고, 화장대에 화장품도 마구 낭비하고 어질러 놓는다.
지금 나는 식탁에 아무렇게나 다리를 꼬아 앉아서 자판을 두드린다. 내 공간, 내 자리가 아닌 곳에서. 아니 어쩌면 이 곳을 벗어나야 진정한 나만의 공간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내 공간, 내 자리가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는 것을.
지금도 그 때 처럼 여전히 어떤 면에서는 성장이고, 어떤 면에서는 낭비 같은 나의 삶.
그 때와 다르게 지금은 마음 속 공간 하나에 쉼표가 찍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