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특별한 여행지
인생을 살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생기게 마련이다.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웃음이 나는 추억이 깃든 여행지 말이다. 그림 같은 자연 풍경을 가슴에 새겨 놓았거나 특별한 추억이 있어 삶이 힘들 때면 활력소가 되어 주는 그런 곳 말이다.
티베트를 처음 방문한 건 2005년이었다. 지금은 하늘 위 열차라는 수식어가 붙은 칭짱열차가 다니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자동차를 이용해 2박 3일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그야말로 오지 여행지 중 한 곳이었다. 꺼얼무에서 얻어 탄 3륜 자동차 뒷 좌석에 숨어들어 생사를 넘나드는 힘든 여정을 시작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티베트의 심장인 라싸에 도착했다.
평균 해발 3,650m. 히말라야 산맥을 마주하고 있는 티베트의 공기는 차가웠다. 고산인 턱에 다리는 무거웠고 머리는 깨질 듯 아파왔다. 차에서 내린 난 어딘지도 모를 도로에 버려진 채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오래 이동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라 움직일 수 없었다. 머리 바로 위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있었고, 구름과 맞닿은 산 중턱에는 하늘 궁전이라 불리는 포탈라 궁이 만년설이 덮인 산맥과 어우러져 신비함을 더했다. 정식으로 입국을 허가받지 못한 외국인 여행자(*티베트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티베트 여유국을 통해 여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신세이기에 오래 머물지 못했지만 이 강렬한 첫인상만으로도 내 마음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여행지 1번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했다.
그 후로 몇 차례 티베트를 방문했지만 20대가 지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면서 티베트는 가슴속 여행지로 자리하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리움은 커져갔고 하루에도 몇 번씩 티베트의 푸른 하늘을 생각하며 서울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습관 아닌 습관이 되어 버렸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가보겠다 다짐했지만 지난 7년 동안 실천하지 못한 체 가슴 깊은 곳에 세겨진 여행지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한 여성의 배우자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 지난 7년을 보냈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지난 시간은 나열하기도 싫을 정도로 다사다난했지만 그 시간 역시 나의 인생의 한 추억으로 자리매김하였다. 20대의 청년은 어느새 불혹을 세 살 앞둔 나이가 되어 버렸다.
평범한 어느 날 아침 9시에 출근해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면서 티베트가 떠올랐고 평소와는 달리 이번엔 꼭 가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처럼 정확하게 형언할 수 없지만 가야 하는 이유보다는 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고 그렇게 가슴 깊이 새겨 둔 꿈의 여행지인 티베트로의 여정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