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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은 Mar 24. 2024

오늘도 아등바등합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고, 주어진 일 하고, 저녁에 퇴근하고,

가끔은 친구들 만나 술 한 잔 하고, tv를 좀 보다 잠자리에 드는.

반복되는 하루를 나름 성실하게 살아가는, 치열함이라곤 찾을 수 없는 20대였다.



비슷한 사람을 만났고 남들 다 하니까 결혼을 했다.

신혼이라 할 것도 없이 아이가 생겼고 육아 휴직을 했다.



아이는 자주 깨고, 많이 먹고, 많이 보채는 아이였다.

살이 맞닿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항상 안아서 재웠다.

100일의 기적이라는 통잠도 우리 아이는 5살이 되어서야 잤다.



친정은 바쁘고, 시댁은 어려웠다.

손 벌릴 데 없이 남편과 둘이서만 육아를 했다.



그래도 행복했다.

얼마 만에 일을 쉬는 건가.

사람들 사이에 부대끼지 않고 집에 있을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손수 이유식도 만들고 서툰 솜씨로 남편의 저녁을 준비하기도 했다.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그때부터였다.



불안함이 밀려왔다.



아이가 잠들면 내 끼니를 챙기고,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야 하는데

배가 고픈데도 먹기가 싫었고, 잠이 오는데도 잠이 들지 않았다.

괜스레 불안했다.



불안을 잠재울 수가 없어 계속 무언가를 했다.



어느 날은 베이킹을 했고, 어느 날은 요리를 했다.

육아서를 보기도 헀고, 인문학 책을 읽기도 했다.

주식 강의를 듣기도 했고, 부동산 카페를 들락거리기도 했다.



제대로 하는 건 없었다.

이거 찔끔, 저거 찔끔.

여기 깔짝, 저기 깔짝.



그래도 하루하루 몸과 마음이 바빴다.

아등바등 살았다.



그렇게 7년.

제대로 되는 게 없는 것 같아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식탁 위를 올려다보지 못해 까치발 하며 끙끙대던 아이가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갈 만큼 컸다.

나도 그만큼 컸다.



요리도 좀 하고,

육아하는 방법도 좀 알고,

돈 돌아가는 원리도 좀 알게 됐다.



여전히 하루가 바쁘다.

문득


나는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사나?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아등바등해야 하나?



잠든 아이의 볼을 쓰다듬으며 곰곰이 생각해 봤다.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었던 것.



쳇바퀴 도는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내가 아등바등 살기 시작한 건 엄마가 된 후부터였다.



경제적으로 좀 더 부유해져야겠다.

신체적으로 좀 더 건강해져야겠다.

정신적으로 좀 더 단단해져야겠다.

시간적으로 좀 더 여유로워져야겠다.

엄마로서 좀 더 든든해져야곘다.



이 바람들을 이루고 싶었다.

그러려면 어제보다 더 현명한 엄마가 되어야 했다.



엄마가 되기 전의 삶으론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점점 머리가 커가는 아이 곁에 현명한 엄마로 남아있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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