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Feb 10. 2016

<설특집>
뱃살조아왕, 근육조아헐크왕이 되다

뱃살조아왕국의 패망과 그 화려한 부활

                                                                                                                                                                                       

광기와 시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이성적인 사람은 시인이 되기가 무척 어렵듯이 시인 또한 이성적인 사람이 되기가 무척 어렵다. 물론 이성이 우위를 점해야 하며 정의의 근간인 이성이 세계를 다스려야 한다. 칠레를 매우 사랑한 우나무노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이성 또는 힘으로’라니. ‘이성으로, 항상 이성으로.’ 이렇게 말해야지.” 

                                                                      -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자서전 중에서 -


아무리 인간을 이성적이라 표현할지라도 본능은 쉽게 통제되지 않는다. 잠, 섹스와 더불어 멈추지 않는 식욕 또한 본능의 대표적 주자이며, 뱃살은 식욕의 위대한 상징이라 할 수 있다.

                                                                                                         - 차칸양 -



오늘은 중년남자들의 덕(德)으로 대변되는, 뱃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솔직히 말씀 해 보시죠. 덕이 철철 넘고 있지 않나요? 아니라고요? 넘치는게 아니라 덕을 뱃살 안에 고이 간직하고 계신거라고요? 흠.. 글쎄요. 그게 과연 진짜 덕인지 아니면 기름끼(?)인지 그도 아니라면 다른 그 무엇인지 다음 우화를 통해 알아보지요. 자, 준비됐나요? 그럼 가 볼까요? 레츠 스타아트~!!



옛날 옛날 한 옛날에 그 뭐냐 뱃살나라가 있었다고 해요. 이 나라는 먹을 것도 풍부하고 사람들의 성격도 유순하고 착해 아주아주 평화로운 나라였다네요. 이 뱃살나라를 통치하던 자는 ‘뱃살조아’란 이름을 가진 왕이었는데, 그는 나온 뱃살만큼이나 후덕한 인격의 소유자로 백성들에게 많은 인기와 함께 소신있는 정치로 이 나라를 그 어떤 시대보다도 더 평화롭게 이끌고 있었다고 합니다. 모든 백성들은 맘껏 먹고 놀고 편하게 지내다 보니 누구하나 빠짐없이 넉넉하고 스마트(?)하며 한손도 모자라 두손으로 받쳐야만하는 뱃살을 지니게 되었고, 이 뱃살은 처지면 처질수록, 늘어지면 늘어질수록, 연하면 연할수록 그 사람의 여유로움, 편안함 그리고 넉넉함을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되었답니다. 백성들이 이러했을진데 후덕한 뱃살조아왕은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특질의 뱃살을 가졌었겠지요?


워낙 법이 없어도 될 정도로 평화로운 나라이긴 했지만, 뱃살조아왕은 다른 것은 용서해도 ‘뱃살 없는 사람’만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굳은 신조를 가지고 있어 딱 하나의 법만을 제정했다고 합니다. 이름하여 ‘뱃살유지강제법!’ 뱃살조아왕의 아버지는 워낙 가난한 삶을 살다 돌아가셨는데, 빼빼마른 손으로 아들인 뱃살조아왕의 손을 잡으며 이런 유언을 남겼다고 하네요.


“내 평생 소원은 뱃살이었다. 살면서 오직 한가지 바라고 또 바란 것은 나의 뱃살이자 전 백성들의 뱃살이었다. 뱃살은 희망이요, 우리의 바램이었다. 내 그것을 이루지 못하고 떠남은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이다. 아들아, 너는 나의 소원을 이어받아 멋드러진 '뱃살왕국‘을 건설해다오.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뱃살을 보며 흐믓해 하는 백성들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다오. 뱃살이 곧 우리의 갈길이요, 우리의 꿈임을 명심하고 진실된 뱃살의 길을 걸어다오. 너에게 남기는 내 유일한 부탁이다... 나,.. 이제 죽는다... I'll never be back... your baessal...” 


뱃살조아왕은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킨겁니다. 수년 간 각고의 노력 끝에 전 백성들이 모두 뱃살을 가지게 만들었고, 그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게 되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뱃살을 유지못하는 백성들이 있을까봐 노심초사하여 강력한 법인 ‘뱃살유지강제법’을 만든 것이죠. 이 법에 의하면 백성들은 매년 뱃살의 정도를 체크하여 전년보다 그 수치가 떨어질 경우, 5% 이하는 곤장형, 10% 이하는 징역 1년, 20%이하는 징역 5년, 30% 이하는 징역 10년을 구형하였답니다. 만약 50%이하가 될 경우는 무기징역 혹은 사형에 처하였지요. 고로 백성들은 끊임없이 먹었습니다. 살기 위해, 그리고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쉴 새 없이 먹어야만 했던거죠. 


하지만 이 나라의 지하세계에서는 뱃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원빼족(원래빼빼족)’ 사람들로, 이 사람들도 본래는 뱃살나라의 백성들이었지만 아무리 먹고 또 먹고 싸고 먹고 또 먹고 하여도 뱃살이 생기지 않아 법에 의해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죽음을 피해 지하세계로 숨어들어와 살기 시작하였고, 한명 두명 씩 모여 지금은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게 된거죠. 사람들이 많아지자 지도자를 선출하였는데, 그는 바로 뱃살조아왕의 서자인 ‘뱃살시러’ 왕자였습니다. 


뱃살시러 왕자는 혁명을 꿈꾸었습니다. 아버지의 나라인 뱃살왕국을 전복시키고, 모든 사람들이 뱃살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기로 결심한거죠. 모월모일모시.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 드디어 뱃살시러 왕자는 자신의 아버지인 뱃살조아왕이 살고 있는 조아궁으로 쳐들어갔습니다. 그날도 역시 푸짐한 음식과 술로 깊이 떨어진 뱃살조아국 병사들은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그만 나라를 ‘원빼족’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말았답니다. 힘들이지 않고 뱃살조아국의 왕이 된 뱃살시러 왕자는 나라이름을 즉시 ‘뱃살시러국’으로 고치고 자신의 아버지였던 뱃살조아왕을 황무지가 대부분인 변방의 자그만 땅으로 추방하였답니다. 뱃살조아왕은 자신을 따르는 소수의 백성만을 데리고 그 험난한 땅을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지요. 왕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흘렀고 뱃살 또한 슬픔에 못이겨 기름기를 줄줄 흘렸답니다. 아~ 아래 위로 슬픔이 넘쳐나는 장면이란... 


왕이 된 뱃살시러 왕자는 왕이 가지는 힘과 권력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지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게을러지고 백성들인 ‘원빼족’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게을러지고 말았답니다. 그러자 원래 살이 안찌던 그들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지요. 전체적인 살은 안찌는데 이상하게도 아랫배 소위 ‘동배(Dong Bae)’만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원래는 옆 l 자 라인이였는데 이제는 옆 b(소문자) 자 라인이 되고만거죠. 그래도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뱃살유지강제법’에서 해방되어 아무 걱정없이 편하게 살 수 있었으니까요. 


한편 뱃살조아왕은 당장 먹을 걱정부터 해야만 했습니다. 백성들은 먹을 게 없어 점점 홀쭉해져만 갔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선 황무지 땅이라도 가꾸는 방법 밖엔 없었습니다. 그들은 피땀을 흘려 황무지를 개간해야만 했죠. 먼 강에서 물을 길어와야 했고 자갈밭을 스스로의 힘으로 갈아야만 했습니다. 이제는 법이 무서운 게 아니라 삶 자체가 더 큰 공포로 다가 왔습니다. 그들은 근면해져야만 했고 더욱 열심히 일해야만 했습니다. 과거의 게으름? 누군가가 백성들의 모습들을 보고 조용히 말했답니다. <굿바이 게으름>이라고요...


시간이 흐르자 그들의 몸매는 뱃살이 다 빠지고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가 되었습니다. 햇빛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왕이 울다갈 복근이 영화 <3.00>의 스빠루타 군대처럼 탄탄하게 새겨졌습니다. 그리하여 배부르게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굶지 않고 살 정도까지는 되었죠. 뱃살조아왕 또한 백성들과 함께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멋진 근육질 몸매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건 강력한 정신력까지 가지게 된거죠. 지금과 같은 정신력이라면 히말라야 깊은 산 속에 그냥 맨몸으로 떨궈놓는다 할지라도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한 힘이 생긴 겁니다. 대단하죠? 


뱃살조아왕은 자신의 이름을 바꿨습니다. ‘근육조아헐크왕’으로요. 나라의 이름도 근육조아헐크왕국으로 바꾸고 드디어 자신의 땅을 되찾기 위해 백성들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상황은 정반대가 되었습니다. 전혀 대비도 하지 않았던 뱃살시러왕은 동배가 튀어나온 채로 도망치고 말았습니다. ‘원빼족’ 사람들 또한 b자형 몸매를 힘겹게 끌면서 예전의 지하세계로 숨고 말았죠. 뱃살조아국에는 다시 과거의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평화는 예전과 달라도 많이 달랐습니다.


근육조아헐크왕은 모든 법을 폐지하였습니다. 하지만 백성들이 고생한 것을 잊지 않도록 각 집의 대문에 한글(!)로 ‘왕’자를 새겨놓았습니다. 자나깨나 한글 ‘왕’자를 보면서 왕을 생각하고 멋진 근육을 유지하도록 한거죠. 백성들은 결코 힘들었던 시절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항상 근면하고 깨어있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 결과 이 세상 어디에도 뱃살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죠. 다만 지하세계 어딘가에서는 아직 ‘똥배’란 것을 볼 수는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 또한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웬만해선 구경하기도 힘든 것이 되고 있다 하네요. 그리하여 전설과 같은 이야기가 돌고 있다하죠. 뭐라드라, 제목이.... <잃어버린 동배, 그것이 알고싶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예전 뱃살조아왕국에 살던 분들이 아니라, 근육조아헐크왕국에 살고 계신 분들이시죠? 그래서 뱃살 같은건 구경하기도 힘들죠? 그저 과거의 흔적 정도만 남아있는거죠? 뱃살은 흘러간 유행입니다. 뱃살은 참다운 삶을 살게 해주는, 근육의 침착을 방해하는 기생충같은 놈이랍니다. 과거는 버리세요. 이제는 근육의 시댑니다. 과거의 뱃살나라는 없어졌습니다. 과거의 유물을 배에 간직하지 마시고, 어서 살기좋은 근육조아헐크왕국으로 오세요. 전신거울을 보며 흐믓해 하는 자신을 만나러 오세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바로 오세요. 아셨죠? 저도 시민증 따러 바로 갈 겁니다. ^^;;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http://cafe.naver.com/ecolifuu



※ 공지사항 한가지!

'토크쇼' <재키가 만난 구본형의 사람들>의 첫 번째 시간이 오는 2월 18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마련됩니다. '굿바이 게으름'의 작가, 정신과전문의 그리고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이기도 한 문요한님을 초대손님으로 모시고, 그가 말하는 ‘여행하는 인간(home viatro)’에 대해 들어본다고 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귓속말) 진행요원 자격으로 참가하는 차칸양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뽀나스라고 합니다.^^

https://brunch.co.kr/@bang1999/95


매거진의 이전글 '재미'있는 글쓰기를 위한 '재미'에 대한 고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