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재미'를 알아? ㅋ
친한 친구 간의 전화통화나 대화 중에 거의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특히 시간이 남아돌 때는 백에 구십구는 꼭 하게 되는 말이 있다.
“뭐 재미있는 일 없냐?”
아마 많이들 사용해본 말일 것이다. 다른 유사한 말로는 속어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뭐 쥑이는 일 없을까?” 또는 “뭔가 확 땡기는(화끈한) 거 없을까?”라고도 쓴다.
주말에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솔로가 있다. 뭘 해야할까. 주말 오후 약속도 없고(물론 여자친구도 없고) 갈데도 없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뒹굴뒹굴, 주중에 못본 재방송 TV 드라마를 보고, 다 보고 나면 케이블 TV의 영화 한편 때리고, 그것도 모잘라 곤히 낮잠까지 잤건만 그래도 심심하다. 그럴때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내 뱉어지는 말은 바로 이것이다.
“뭐 재미난 일 없을까?”
위의 2가지 상황은 시간적 여유, 즉 시간이 남아돌 때의 재미를 거론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쁘고 초조하고 답답하고 심적으로 불편할 그런 상황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누구나 다 힘들어하고 싫어하는 상황에서도 ‘우와~! 이거 내가 딱 좋아하는 상황인걸!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는걸~!’하며 달려들게 만들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어디 없을까? 그렇게 함으로써 상황도 반전시키고, 스스로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일타이피(一打二皮, 한 번 쳐서 두장의 피 획득!)의 방법이 어딘가는 있지 않을까?
한가지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그리고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뭔 방법이 있을지 같이 생각해보자.
나의 경우 일주일에 한편씩 칼럼(매주 화요일,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에 '마음편지'란 제목으로 글을 올리고 있으며, 브런치에도 공유하고 있다)을 쓰고 있는데, 주로 주말 시간을 활용하여 글을 쓰고 있다. 가끔, 정말 아주 가끔은 그야말로 청산유수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글이 쓰여지는 때가 있다. 확률로 보면 4% 정도? 50번에 2번 정도란 야그로, 반대로 48번은 항상 머리 싸매가며 글과 씨름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글을 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발가벗은 임금님이 자신이 발가벗음을 알고도 백성들 앞을 멋지게 활보해야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칼럼을 쓰려고 용을 쓰다가도 잘 진행이 되지 않을 때, 문득 ‘도대체 어떻게 해야, 혹은 어떤 주제에 대하여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하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특히 특별한 주제가 떠오르지 않은 채 혹은 글이 써지지 않고 엉망인 상태인 채로 주말이란 시간을 흘려 보내게 되면, 눈 앞이 캄캄해지며 불안해진다. 마음 속은 실타레 엉키듯이 마구 엉킨 상태가 되어 있는 데다가 누군가가 왼손에 기름통, 오른손에 불 붙은 라이타를 들고 쫓아오는 듯한 기분이 되어 있는 나를 보게 된다. 그야말로 속 안쪽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게 된다. 이때 한번 씩 웃어주며 ‘이거 재밌는걸! 갈수록 흥미진진해 지는걸!’ 할 수 있을까? 이런 위기일발, 긴박하며 힘든 상황을 재미있는 순간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재미'란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
먼저 ‘재미’란 놈이 대체 어떤 놈인지 정체부터 파악해 보자. 일반적 의미의 ‘재미’란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을 말한다. ‘재미’란 것은 기분이나 느낌 즉, 감정에 해당되는 단어이기 때문에 측정되어질 수 있는 수치는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어떤 이는 아주 사소한 것에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어떤 이는 꽤나 큰 규모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별 재미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기자기하게’란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재미는 많은 시간, 많은 비용이 들어가거나 혹은 큰 규모로 벌리는 대대적 이벤트가 아닐지라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소하지만 자기 나름대로 어떤 의미있는 것, 혹은 보람을 건져낼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재미는 자신이 찾으려고만 노력한다면, 찾고자 하는 열의와 성의만 있다면, 생각을 조금만 바꿀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우리 손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자, 그럼 다시 앞으로 돌아가보자. 어디까지 했었는지 기억나는가? 음.. 뭔가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두말없이 곧바로 앞부분을 다시 읽고 있는 당신, 혹시 기억력이 심각한 수준은 아닌가? 맞다고? 그래서 걱정이라고? 하지만 너무 걱정 마시라. 나 또한 이미 앞부분을 다시 읽고 있는 중이니까(이로써 우리는 '동지'다...). 기억력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 혹시 이 문장들을 읽으며 ‘유치’하다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가? 맞다고?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고? 그렇다면 난 성공한 것이다. ‘재미’의 일부분 중에 ‘유치’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재미’가 곧 ‘유치함’은 아니지만 ‘유치함’이 ‘재미’로 연결될 확률은 매우 크다. 어린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조금만 시간을 내어 보고 있으라. 어디 그들이 ‘진지’하기 때문에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 하며 웃는가? 바로 ‘유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들도 ‘유치’할 필요가 있다. ‘재미’를 얻으려면 말이다.
자자자... 본론으로 돌아가자. 매사에 힘든 칼럼 쓰는 상황을 인용하여 ‘재미’를 얻을 수 있는 몇가지 방법을 제시해 보겠다. 노파심에서 얘기하지만 ‘재미’는 반드시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본인에게 ‘딱’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 쥐고 있는 주먹(혹은 앞으로 쥐게 될)은 풀어주기 바란다. 힘은 꼭 필요한 곳에만 써야 옳은 것이다.
첫 번째 방법. 스릴을 즐겨라.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타들어가는 긴장감을 최대한 느껴라. 그리고 마감(마감시간이 없다면 마감시간을 정해라!)의 순간, 해방의 순간, 탈출의 순간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누려라. 행복은 절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순간순간 상황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 행복은 수시로 인생의 주머니에서 넣고 빼 낼 수 있는 좋은 노리개이다. 긴장감의 극대화는 그 긴장감이 해결되는 순간 그 몇 배 이상의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고로 시간 마감의 스릴을 최대한 누려라. 그리고 나중에 찾아올 그 해피한 순간에 집중하라. 그러면 지금 하는 이 일이 매우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런 말이 있다. ‘동고(동구멍)가 타들어가는 즐거움’. 좋은 말이다.
두 번째 방법. 나의 칼럼을 읽고 지식의 오르가즘(!)을 느낄 사람들을 생각하라. 나의 고생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이 글을 통해 점점 늘어날지 모를 나의 팬들을 기대하라. 그럴만큼 자신의 글에 자부심을 가져라. 내 글은 곧 나의 사람들을 이끌 힘이 있을 것이다. 설령 그 힘이 부족하거나 모자르더라도 그렇게 생각해라. 그게 정신건강에도 매우 좋다. 긍정적 생각을 통해 엔돌핀이 많이 생성되면 더욱 더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 그러니 힘껏 써라. 결과는 좋은 수 밖에 없다. 아님 말고의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라. 즐겁지 않은가? 재밌지 않은가? 그리고 웬지 뿌듯하지 않은가?
세 번째 방법. 칼럼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나의 글쓰기 실력은 환상적이 되어 간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켜라. 인도의 명상 철학가 오쇼 라즈니쉬도 말하지 않았던가. ‘세뇌(洗腦). 즉, 지저분하게 얽혀있고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찬 뇌를 매일매일 씻어내고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라!’고. 열심히 세뇌시키면 스스로에 대해 없던 자신감까지 생긴다. 자신감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즐거움, 재미를 부여한다. 내가 잘 하는 일을 하면, 글이 술술술 풀려 나가면 그 또한 새로운 재미가 되지 않겠는가!
위의 세가지 방법 외에 ‘재미’의 모색법에 대한 예를 하나 들어 보겠다. 생각을 바꿔보는 것이다. 매주 칼럼의 주제만 고민하지 말고, 형식을 바꿔 보는 것이다. 다소 아깝긴(?) 하지만 2가지 소스를 제공하겠다.
첫 번째는 ‘삼행시 짓기’ 형식이다. 삼행시를 이용해 칼럼을 써보는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삼행시'를 주제로, '삼행시' 칼럼을 예로 들어 보자.
<삼> - 삼행시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삼행시라 하니 대부분 '삼행'으로 끝나는 짧은 글을 생각하지만, 난 삼행시를 통해, 삼행시를 주제로 한 칼럼을 쓴다. 독특하지 않은가? 원래 내가 한 독특하는 편이긴 하다. 주저리 주저리...
<행> - 행동심리학에 의하면 생각보다 행동을 먼저 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라 한다. 그런데 과연 생각이 없는데,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사람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뇌가 움직여야 하고, 결국 뇌가 지시하는 것에 따라 행동이 일어나는게 일반적인 생각인데 말이다. 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주저리 주저리...
어떤가? 이런 방법도 재밌지 않겠는가? 아니라구? 솔직히 써 놓고 보니 그닥 재미는 못 느끼겠다. 미안하다...
두 번째는 ‘마인드 맵’을 이용하는 것이다. 위의 예와 같이 ‘삼행시’로 시작하였다면 이와 연관되는 단어를 선택하여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삼행시’ - ‘3’ - ‘석삼은 너구리’ - ‘오동통’ - ‘볼살’ - ‘걸그룹’ - ‘단체 미팅’... 뭐 이런 식으로 단어를 선정하여 한 문단씩 글을 이어가는 것이다. 어떤가? 쓰기도 쉽고 재밌기도 하겠지? 갑자기 노래 한곡이 떠오른다. 원숭이 해인 만큼 '원숭이 엉덩이는 red해, red하면 A+...' 하는... 이 방법은 소재의 다양화와 함께 좁은 관점에서 넓은 관점으로 생각의 범위를 넓혀주기 때문에 글쓰기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주제가 많아지다보면 배가 산으로 가듯, 목적지를 잃고 헤맬 수 있으니 '뇌비게이션(뇌 안의 네비게이션)'을 주기적으로 작동시켜 놓을 필요가 있다.
‘재미’는 곧 즐거움이다. 즐거움은 긍정적 마인드가 베이스가 되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언젠가 ‘살짝 미치는 세상이 즐겁다’란 제목의 책이 나온 적이 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세상은 어쩌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 지극히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곳일지도 모른다. 그럴 때 살짝 미치면, 살짝 생각을 바꾸면, 어렸을 때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필요할 때 3차원에서 4차원으로 잠시 이동했다 올수 있다면.. 세상은 더욱 재밌는 곳이 될 것이다. 항상 고민하고 모색하고 뒤져보자. 어디선가 재미가 후두둑 하고 우박처럼 마구마구 떨어질 것 같지 않은가? 재미가 발 밑에 가득 펼쳐져 있으면 정말 재밌지 않을까?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onlineathens.com/stories/021300/new_schulz.shtml#.VrQAztKLTGg)
'토크쇼' <재키가 만난 구본형의 사람들>의 첫 번째 시간이 오는 2월 18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마련됩니다. '굿바이 게으름'의 작가, 정신과전문의 그리고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이기도 한 문요한님을 초대손님으로 모시고, 그가 말하는 ‘여행하는 인간(home viatro)’에 대해 들어본다고 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귓속말) 진행요원 자격으로 참가하는 차칸양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뽀나스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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