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로 쉽게 알아보는 최근 경제 트렌드
지난 8월 24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며 9월 금리인하를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실업률을 비롯한 각종 지표들이 예상보다 조금 더 안 좋은 것으로 나오자 생각보다 빠르게 경기침체가 진행될 것이라 판단했고,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필요하다 본 것이죠.
만약 9월(19일)에 연준에서 기준금리를 낮추게 된다면 2023년 7월 5.50%로 인상 후 단행하는 첫 번째 금리인하가 됩니다. 기간으로는 1년 2개월 만이네요. 다만 시장의 기대는 빅컷(Bigcut, 0.5% p 금리인하)입니다. 원칙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혹은 인하는 대부분 베이비 스텝(Baby Step, 0.25% p)을 밟는데, 이는 금리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꽤 큰 편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듯 조심스럽게 인상 또는 인하를 하는 겁니다.
만약 연준에서 9월 기준금리를 베이비 스텝 인하로 결정할 경우 투자자들의 반응은 상당한 실망감을 나타낼 수도 있어요. 그로 인해 주식시장이 (일시적일 수 있겠지만) 큰 폭으로 하락할 수도 있고요. 이미 일정 부분 이상으로 빅컷에 대한 기대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인하 정도에 대한 관심은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의 인하 발언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미국 눈치 보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라도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다니 얼마나 다행일까요? 비로소 여기에 발맞춰 한국도 인하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다만 한국은 미국이 9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할지라도 10월에서야 금리인하가 가능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해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너무나 아쉽게도) 9월에는 없고 10월(11일)에야 있기 때문이죠.
이제부터 시나리오를 그려보죠. 일단 9월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 가정하겠습니다. 아래와 같이 2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는데, 바로 인하폭을 0.25% p로 하느냐 아니면 0.50% p로 하느냐입니다.
하나씩 생각해 보죠.
9월에 미국이 0.25% p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기준금리는 5.25%로 낮아지게 됩니다.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 현 2% p에서 1.75% p로 줄어들게 되고요. 금리는 ‘돈의 가치’라 했죠? 미국 금리가 낮춰지면 미국 돈인 달러의 가치가 낮아지게 되는 겁니다. 이때 제일 먼저 변동하는 것은 환율입니다(하지만 수학 공식처럼 인하하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은 선반영 되는 경우가 많아요. 즉 기정사실화되면 어느 정도는 미리 움직이는 것이죠).
환율은 ‘두 국가 간 화폐의 교환비율’로써, 한 국가의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의 돈 가치는 높아지게 됩니다. 즉 위에서처럼 미국의 금리인하로 인해 달러의 가치가 낮아지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게 되는 겁니다. 이 말은 곧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과 같죠.
[환율 쉽게 이해하는 팁!]
환율은 ‘두 국가 간 화폐의 교환비율’로써 두 국가 사이의 국력, 경제력, 사회 안정도, 사회 이슈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변동됩니다. 환율의 변동은 환율 상승/하락, 원화 절상/절하 등 다양한 표현으로 더욱 헛갈린데, 이때 가장 쉽게 환율을 이해하는 방법은 그 기준을 외국 돈의 가치에 두는 겁니다. 원달러 환율을 예로 들면 달러의 가치가 올라갈 경우에는 환율 상승, 내려가면 환율 하락이 되는 거죠. 현재 1,300원대의 높은 고환율(코로나 전에는 1,100원/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미국 돈인 달러의 가치(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아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행에서는 13회 연속 금리 동결의 이유로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금융시장 불안(주식, 환율 등)을 들고 있습니다. 당연히 고물가도 여기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2% 중반 정도(2024년 7월 2.4%)의 물가상승률은 금리를 결정하는 중대한 요인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이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원래의 물가 안정 가이드라인인 2% 아래를 기록하지 않을지라도 금리인하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물가가 다른 변수들에 의해 뒤로 밀려난 느낌이네요(제 생각에는 물가가 가장 우선순위여야 한다고 보는데 말이죠. 서민들의 경제 안정의 첫 번째는 무엇보다 물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보다 경기침체 상황이 심한 편입니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한국은행에 거듭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라 촉구하고 있는 형편이죠. 한국은행은 여러 지표들 때문에 내릴 수 없다며 버티고 있는 거고요. 그러나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정부의 압박을 거부하기 어려워집니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금융지표 불안이 어느 정도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죠. 물론 금리인하로 인해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아마도 정부에서는 부동산 정책 등을 통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이야기할 겁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에서는 더더욱 금리인하를 안 할 수가 없게 되죠.
(하편에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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