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은 사랑과 감동이었네요!
광양. 참 멀더군요. 물론 그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 순천, 여수, 통영도 마찬가지였죠. 그럼에도 광양이 유독 더 멀게 느꼈던 이유는 역시나 대중교통의 어려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용인에서 동광양까지 강의 시간에 맞춰(오후 2시) 갈 수 있는 방법은 고속버스(아쉽게도 광양에는 기차역이 없어요)만 있었고, 다이렉트 또한 불가능했죠. 갈 때는 정안휴게소에서 환승해야 했고, 올 때는 용인이 아닌 수원터미널로 돌아서 와야만 했습니다.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집에서 아침 7시 전에 나와 돌아왔을 때는 밤 10시를 넘겨야 했죠. 그러니 당연히 몸도 마음도 파김치(?)가 될 수밖에 없었고요.
혹시 광양이 광양과 동광양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전 방문해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강의한 광양시립중마도서관은 동광양 쪽에 있었죠. 그래서 고속버스라 할지라도 광양터미널에 들렸다가 이후 동광양터미널로 이동하는데, 이것이 전체적인 시간을 조금 더 지연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대중교통은 만만치 않은 지역이었습니다.
두 달에 걸쳐 총 8번을 광양에 다녀왔어요. 돌이켜 생각하면 여행의 즐거움보다는 힘들었다는 기억이 먼저 떠올라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날씨 때문이었습니다. 8회 차 동안 매번 더운 여름 날씨가 지속되었고, 10월 말 들어서야 겨우 선선해졌으니 대부분의 시간을 더위로 고생할 수밖에 없었죠.
두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대중교통의 어려움과 먼 거리로 인한 운전의 고됨이었어요. 자차로 갈 경우 네비로는 3시간 40분 정도가 나오는데, 두 번 정도 휴식(점심 포함)을 하면 최소 4시간 30분은 잡아야 합니다. 거기에 왜 그렇게 고속도로 공사가 많고 중간중간 길이 밀리는지 한 번은 9시에 출발해 강의 시작 10분 전에야 간신히 도착한 적도 있었죠. 게다가 쉬지도 못하고 바로 강의를 하다 보면 붕 떠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아무래도 오랜 시간 운전의 피로 때문에 강의에 집중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죠.
다행히 즐거운 기억도 많네요.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학습 열기였습니다. 첫 강의에 무려 50명 정도가 자리를 꽉 채워주셨어요. 이글이글 불타는 눈길(?)로 말이죠. 아무래도 경제를 주제로 한 강의가 (지방에는 더욱) 많지 않다 보니 낮 2시부터 4시까지의 강의였음에도 많은 분들이 오셨던 것 같아요.
마지막 강의 때였습니다. 대개 한 달이 넘는 긴 강의 때는 수강인원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래서 마지막에는 잘해야 처음의 절반 혹은 1/3 정도가 참석합니다. 하지만 광양에서는 마지막 강의 때 첫 시작처럼 강의장을 가득 채워 주셨어요. 놀라웠죠. 게다가 학습 열기는 더 뜨거워져 중간 휴식 시간에는 제대로 쉴 시간도 없이 질문이 쏟아질 정도였죠.
강의가 끝난 후 쏟아진 함성과 박수 소리는 제가 마치 인기 연예인(!)이 된 듯 감격스러웠습니다. 한 분은 저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고, 또 꽤 여러 분들이 남아서 함께 예정에도 없던 단체 사진까지 찍었죠(사진사가 도서관장님이었다는!). 시간이 된다면 저녁을 같이 하자는 분도 계셨고요. 거기에 더해 강의를 잘해 주어 고맙다는 도서관장님의 인사와 함께 광양의 특산물이라고 하는 매화빵까지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러니 감동받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아, 한 가지 더 있네요. 한 분은 제 강의를 듣고 경제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첫 시작을 경제 책 읽기로 잡으셨죠. 그리고 이왕 할 거라면 함께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다른 분들과 더불어 경제 책 읽기 독서모임을 열자고 제안하셨어요. 만약 여기에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는 언제든 조언을 드리기로 약속했죠.
마지막 강의가 끝나고 난 후 지긋한 연세의 한 분이 넋두리 비슷하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네요.
“작가님을 좀 더 빨리 만났더라면, 이 수업을 조금 더 빨리 들을 수 있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광양의 <책으로 읽는 경제인문학> 강의에는 광양시 공식블로그 기자님도 참여하셨는데, 감사하게도 아래 링크처럼 광양시 블로그에 소감문까지 올려 주셨네요.
https://m.blog.naver.com/gwangyangsi/223615353576
그리고 기자님은 마지막 수업에도 참여하셔서 함께 대미를 장식해 주셨어요. 더 영광이었죠.
강연여행이란 명목으로 그 도시와 주변 지역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거예요. 광양 역시 광양 뿐 아니라 그 주변 지역을 여행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녀 본 곳을 열거해 볼까요?
- 마동(저수지) 근린공원 : 도심에 있어 산책하기 좋은 공원. 맨발 걷기 길도 굿.
- 와우생태공원 :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아 산책뿐 아니라 호수멍하기도 참 좋아요. 너무 좋아 세 번이나 갔다는 건 비밀.
- 배알도수변공원 : 육지와 바다의 작은 섬을 이어 놓은 산책하기 좋은 바다 사이 길. 시원한 바람과 함께 멋진 뷰가 매력적.
- 구봉산전망대 : 그렇게 높진 않지만 광양, 순천, 여수까지 보이는 조망이 훌륭한 전망대. 야경이 특히 환상적. 매화 아이스크림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 청룡식당(재첩국) : 섬진강휴게소 옆에 위치한 허름한 식당. 재첩국과 함께 재첩회가 일품. 후릅~
- 순천만 습지, 국가정원, 드라마세트장 등 가볼 곳이 너무 많은데 비가 와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네요. 다음번엔 꼭!
- 오천그린광장 : 광대한 잔디 공원. 제주도의 오름 같은 2개의 작은 언덕이 있어 그 벤치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휴식하기 너무 좋아요. 야경도 이쁘고요. 맨발 걷기 길도 넓고 호수도 있어 최고의 그린 휴식처.
- 죽도봉공원 : 순천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 또한 청춘데크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경사가 어마어마. 더운 날씨에 땀 엄청 흘림.
- 순천만습지 : 시간이 없어 들어가 보진 못하고 주변 드라이브만 함.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되는 풍경.
- 섬진강의 도시 하동.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이번에 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 송림공원 :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의 향연. 바로 옆을 흘러가는 섬진강의 고즈넉함과의 멋진 콜라보. 활짝 핀 꽃무릇까지 볼 수 있어 더 좋았다는.
- 최참판댁네 : 박경리 씨의 책 <토지>의 배경이 된 곳. 엄밀히 말하자면 드라마 세트장. 토지 외에도 상당히 많은 드라마, 영화가 촬영된 곳. 재밌던 점은 최참판댁네보다 그 주위에 살고 있던 다양한 사람들의 집들 또한 볼 수 있고 또 그곳 마루에 앉아서 쉴 수 있게 해 놓았다는 점이 인상적.
- 화개장터 :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상징적인 장터. 기대감 만빵으로 찾아갔건만 아쉬움만 그득 남은 곳. 5일장이 아닌 상설매장으로 운용하다 보니 특별할 것이 거의 없다...
- 쌍계사 : 규모나 풍광이 아름다운 사찰(하지만 공사를 많이 하고 있어 고즈넉함은 없었다). 절도 절이지만 들어가는 입구 쪽 벚꽃나무들이 즐비해 봄이면 사람들의 인파로 가득한 곳. 십리벚꽃길이 있을 정도로 봄에는 최고의 명소.
- 지리산의 도시 구례. 여기서 만난 최고의 풍광은...
- 사성암 : 작지만 큰 암자. 경사 높은 지역에 만들어 놓은 암자의 자태에 압도된다. 하지만 더 멋진 풍광은 해우소 옆에 위치한 패러글라이딩 활강터. 여기서 보면 섬진강과 구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시원함이 정말 최고. 특히나 노을과 야경은 그야말로 엄지 척!(내가 본 베스트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
- 연지암 : 섬진강이 보이는 곳이라 해서 가 보았는데 그 높은 곳까지 차로 갈 수 있다. 올라가는 풍광 또한 멋지다. 중간에 차를 세워두고 걷기도 참 좋은 곳. 여러 건물 중에서도 한쪽에 위치한 관음전의 자태가 참 좋다. 햇살, 풍광과 함께 한참을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 피아골계곡 : 뭐 무슨 말이 필요할까. 대학생 때 가보고 35년 만에 찾아간 곳. 너무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단풍 든 피아골 계곡길을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여유는 최고의 행복.
아무래도 광양은 무조건 다시 방문하게 될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을 받습니다. 그만큼 좋은 기억과 인연이 쌓였기 때문이죠.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광양을 가게 되는 날 무척이나 설레일 것 같네요. 두 번째 들려드릴 더 재밌고 유익한 이야기를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지금 저의 몫일 겁니다. 다시 볼 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해 있어야 할 테니까요.
광양에서 만난 모든 분들 진정 감사드리고, 다시 뵙길 고대할게요.^^
차칸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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