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년 전인 2020년 12월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인천교육청 평생학습관 담당자라고 하며, 재무설계 강의를 맡아줄 수 있는지 연락이 왔어요. 그런데 특강이나 4강 수준이 아닌, 무려 16강이었습니다. 그것도 상반기, 하반기 해서 모두 32강이었죠. 살짝 걱정도 됐습니다. 그동안 제일 많이 했던 강의가 5강 수준이었으니, 여기서 무려 11강을 더 늘려야 했던 겁니다.
그럼에도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좋은 기회라 생각했죠.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어요. ‘시원하게(!)’ 답을 했으니 바로 강의계획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깝깝했어요. 어떤 콘텐츠를 넣어야 하고, 전체적인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처음이니만큼 헤맬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표. 인천교육청평생학습관 재무디자인 강의 계획서(2021년)
위의 표가 최종 완성된 강의계획서(2021년 상반기)였습니다. 커리큘럼을 만들고 보니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잘하는 것은 별개 문제이긴 하지만, 초보분들을 대상으로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유익하게 강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모두 비대면(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비대면 강의 방식은 5년 내내 쭉 이어져 왔죠. 아마도 중간에 대면으로 전환되었다면 계속하기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제가 사는 곳이 용인이라 매주 인천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1년의 2/3 가까이 되는 32주를 연속해서 가는 건 아마 쉽지 않았겠지요?
그렇게 2021년 3월 9일(화) 저녁 7시에 <신중년 재무디자인>이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림. 강사 소개(2021년)
위 그림은 <신중년 재무디자인> 수업을 처음 진행할 때 사용했던 강사 소개 파일입니다. 경력이 거의 없다는 게(!) 차별 포인트 같죠?^^ 맞아요. 2018년부터 강의를 시작하긴 했지만, 2019년까지는 강의가 손에 꼽을 정도였고, 2020년 하반기 이후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강좌가 개설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강의가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당시 강의 경력이 많지 않았던 거고요.(현재는 경력이 많이 늘어나서 자기소개 장표만 3장입니다!^^)
인천교육청 평생학습관의 재무디자인 강의는 상당히 인기가 많은 편이에요. 한 학기에 보통 15명 정도를 모집하는데 수강신청 오픈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다 마감되어 버리거든요. 꽤나 신기했습니다. 얼굴이 많이 알려진 인기 강사도 아닌데 이렇게 빨리 마감되다니!(나중에 들어보니 커리큘럼이 좋아 신청하게 되었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그렇게 모집 인원을 채우고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 매주가 전쟁이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강의 교안을 완성시켜야 하고, 나아가 완성도를 더 높여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매주 머리를 싸맸던(!) 것 같아요. 하지만 고생한 만큼의 결실은 확실했습니다. 제게 16차시나 되는 긴 강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그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충분한 콘텐츠를 보유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때로부터 5년 여가 흐른 지금은 20강도 넉넉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콘텐츠가 더 확장되었으니까요.
인천교육청에서의 커리어는 인천의 다른 지역인 남동구, 연수구, 동구뿐 아니라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10강 이상)’과 ‘지혜학교(12강 이상)’에도 지원할 수 있는 힘을 실어 주었어요. 콘텐츠가 다양한 만큼 경제, 재무, 금융이라는 주제를 근간으로 여러 인문학과 병합함으로써 보다 다채로운 커리큘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덕분에 전국을 다니며 강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교육청 평생학습관의 재무디자인 강의는 강사로서의 발자취를 공고하게 만들어 준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장단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역시나 비대면의 장점은 강의장까지 왕복하는데 드는 시간과 수고를 아낄 수 있다는 거죠. 너무 편합니다. 길 위에 소모하는 에너지를 세이브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단점도 확실하죠. 수강생들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건데, 그러다 보니 강사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수강생분들의 리액션을 알기 힘들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대부분의 비대면 수업이 화면을 끈 채 진행되기 때문에 강사 입장에서는 마치 벽 보고 강의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초창기에는 화면을 켜달라고 많이 부탁했고, 2/3 가량은 켰지만 계속 강의가 진행되며 한 분, 두 분씩 화면을 끄고 나중에는 모든 분들의 라이브 화면이 꺼지게 됩니다. 그 정도 되면 더 이상의 부탁은 잔소리가 되어버리죠.
이런 강의를 약 150회 이상 진행하다 보니 이제는 어떻게 할 것 같나요? 올해 비대면 수업에서는 시작할 때와 끝날 때만 화면을 켜달라 부탁했습니다. 최소한 인사라도 나누자는 의미였죠. 만남과 헤어짐, 처음과 끝의. 이 정도가 강사와 수강생 간에 가져야 할 최소한의 예절 아닐까 싶었어요. 그래서 강의가 시작되면 화면을 끄셔도 상관없다고 말합니다. 벽을 보고 이야기하든 그건 강사의 몫이니까요. 그리고 이 또한 오래 경력이 쌓이다 보니 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말이죠.^^
매년 인천교육청 평생학습관 재무디자인 수업을 진행하던 중 작년(2024년)부터는 살짝 이제 그만둘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어렴풋이 들기 시작했어요. 뭐랄까, 다소 정체된다는 느낌이랄까. 스스로 안주한다는 생각 때문이랄까. 물론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어요. 강의가 많아지니 이제는 골라서 하려는 그런(그럼에도 매년 지원서 제출과 면접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어요. 제가 잘한다는 소리는 계속 듣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관점과 강의 포인트를 가진 분이 와야 수강생분들도 보다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그러나 고민만 하다 시간을 넘겼고, 결국 올해까지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바뜨! 이제 더 이상의 고민은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2025년 강의를 마친 후 담당자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내년에는 재무디자인 비대면 수업이 없어진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유가 좀 당황스럽긴 했어요. 내년 교육 예산이 엄청 많이 깎이게 되어 불가피하게 강의 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재무 강의의 경우 반드시 장기로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타이밍을 봐서 단기로 진행하겠다는 것이었죠.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 물론 한편으로 아쉬움도 있었죠. 무려 5년 동안 약 150강이 넘는 강의를 진행했으니까요. 시원섭섭해요. 아니 시원과 섭섭이 7:3 내지 6:4 정도는 되는 것 같네요. 그래도 너무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저를 강사로서 크게 성장시켜 준 시간이자 기회를 준 곳이니까요. 다만 완전한 이별은 아닐 거라 생각해요. 중간중간 단기로 강의를 진행하게 될 겁니다. 분명 한 획을 그은 곳이란 점은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언제까지 강사로서 활동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하나는 확실합니다. 마지막 강의장에 설 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강의하자는 마음. 그리고 저의 뜨거운 마음이 수강생분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었으면 하는 그런 희망과 기대. 그래서 모든 분을 만족시키진 못하더라도 최소 한 분에게라도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저의 작은 생각이 강의 때마다 잘 묻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강의장에서 맺어진 인연이 나중 언제라도 사회에서 다시 만나 우연히 이어지길 바랍니다. 결국 인생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멋진 그리고 의미 있는 인생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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