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ㆍ경영ㆍ인문의 황금비율, 휴매노믹스
2009년 출시된 책 중에 독일의 사회학자 페터 슈피켈이 쓴 『휴머노믹스(Humanomics)』란 책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에게는 자신의 삶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이 능력은 국가나 사회에서 교육을 통해 길러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최고 잠재력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고 자신의 능력을 가장 독립적이면서도 책임감 있게 경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이런 개인들이 많아질 때, 점점 더 부익부빈익빈으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글로벌 사회가 비로소 조금씩 평등을 되찾게 되고, 더 나아가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저자는 이런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대안으로 인간을 우선시하는 경제학, 즉 휴머노믹스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페터 슈피켈이 주장하는 <휴머노믹스>와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휴매노믹스>는 전체적 느낌은 비슷하지만 실질적 내용은 상당부분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요, 먼저 유사한 부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슈피켈이 주장하는 것처럼 저 또한 개인이 스스로 자기 삶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능력을 통해 경제적 부분은 물론, 더 나아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삶까지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이런 개인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깊이 공감합니다. 개인들의 삶이 바뀔 때 내가 사는 동네가 바뀔 수 있고, 더 나아가 지역, 국가, 글로벌 사회까지 변화될 수 있을테니까요.
페터 슈피켈은 이렇게 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나 사회가 발벗고 나서 개인들을 교육시킴으로써 개인의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백번, 천번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국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일은 정책적으로 국민들의 이러한 능력들을 키워주기 위한 육성체계가 혹은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오픈 마인드가 이미 갖춰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대학입학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입시위주의 고등교육부터 시작하여, 개인의 적성이나 연구, 성장 위주가 아닌 취업을 위한 전진기지로 존재하는 대학교육, 그리고 어렵사리 취업한 후의 힘든 삶까지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즉 개인의 능력은 개인 스스로 알아서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사회에서 개인은 철저히 혼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다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죠.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헤쳐나가야 하고, 개인의 삶에 대한 경영 능력을 키워야 하며 거기에 덧붙여 ‘잘’ 살기까지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요? 저는 <휴매노믹스>가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제시책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잘 산다는 것은 경제적인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또한 자신의 삶에 대한 경영을 잘 해 사회적 지위나 유명세를 얻을 지라도 경제적 문제에 봉착하거나 혹은 부정적인 쪽으로 명성을 얻는다면 이 또한 잘 사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좋은 명성과 더불어 경제적인 부분까지 잘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은 삶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 여기에 가족 및 친인척 간, 친구 관계 등에 문제가 있다면 이 또한 만족스러운 삶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사실 인생이란 어떤 요건 하나의 충족 혹은 만족만으로 좋다, 나쁘다를 구분 짓기는 어려습니다. 그렇다면 한가지 요건이 아닌, 좋은 삶에 필요한 요건들을 세분화하여 정리하고, 이 요건들이 적절히 잘 충족될 수 있도록 삶을 코디네이트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휴매노믹스>는 경제, 경영 그리고 인문의 3요소를 추구하며, 이 요소들이 삶에 어떻게 적절히 배치되어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즉 개인에 맞는 경제, 경영, 인문의 황금비율(Golden Ratio)를 찾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휴매노믹스>란 '경제를 기초로, 제대로 된 삶의 경영을 추구하는 개인 인문학'
본격적으로 <휴매노믹스>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단어의 표기와 정의부터 알아볼까요? <휴매노믹스>는 영어로 ‘HuㆍMaㆍNomics’라 표기하는데요, 이렇게 스펠링을 떼어서 쓰는 이유는 <휴매노믹스>가 인간을 의미하는 ‘Human’, 경영을 의미하는 ‘Management’ 그리고 경제를 뜻하는 ‘Economics’의 합성어이기 때문입니다. 이 <휴매노믹스>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경제를 기초로, 제대로 된 삶의 경영을 추구하는 개인 인문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좀 거창해보이긴하죠?^^ 그림으로 보다 쉽게 풀이해보죠.
위의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다리는 경제적 부분을 의미합니다. 다리는 인체의 가장 기초가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요, 서 있을 뿐 아니라 이동을 위해서라도 다리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다리처럼 경제는 삶의 가장 기초적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제가 흔들리면 삶 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싶은 일 등을 원하는 시기에 할 수 없죠. 그런 의미에서 경제는 기초 중의 기초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경영은 몸통 부분입니다. 몸통은 모든 내장기관들이 위치한 곳으로,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몸의 모든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경영은 자신의 삶의 중심이 되는 곳이라 볼 수 있는데요, 우리는 경영을 통해 자신의 몸통, 즉 인생의 대부분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또한 몸통에는 팔이 위치해 있는데, 우리는 팔을 통해 각종 기술의 습득은 물론 자신의 재능을 펼쳐나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 되고자 하는 것 등 스스로가 바라고 원하는 대로의 삶을 만들어 가느냐 여부가 경영에 달려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리와 심장은 인문을 의미합니다. 경제적으로 튼튼하고, 경영적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라도, 인문이 의미하는 행복의 본질을 제대로 모르고 산다면, 이는 팥앙금이 제대로 들어있는 찐빵이라 할지라도 간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는 것을 맛보는 것과 같습니다. 겉보기는 완벽 그 자체라 할지라도 결정적으로 맛이 없는, 소위 맹탕을 먹는 것과 같죠. 인문은 소금, 설탕과 같은 맛을 조미료의 역할도 하지만, 재료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인문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인문적인 삶을 누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세상의 산해진미를 그저, 때가 되어 끼니를 때우는 식으로 대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만큼 인문은 경제와 경영보다 한단계 위에 서 있는 개념이라 봐야 합니다. 하지만 인문 또한 경제와 경영이 적절한 비율로 서로 써포트해주지 못한다면 제대로 그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끔찍한 불황의 연속선상에서도 우리는 살아가야 합니다.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야지요. 오로지 한번 살다가는 인생이니까요. 삶에 있어 정답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위인의 이야기도, 지금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유명인의 이야기도 자신에게 맞춤형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삶에 꼭 들어맞는 정답은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휴매노믹스> 는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한 수십가지, 수백가지 방법 중에서도 괜찮은 한가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경제, 경영, 인문의 3요소를 통한 황금비율은 스스로 발견하고, 맞추어 나갈 수 있는 소위 DIY형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많은 평범한 사람들, 그 중에서도 힘들게 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힘없는 직장인들(저를 포함한)이 지금 보다, 조금 더 나은 삶 그리고 나은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mizreport.com/archives/10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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