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Jun 24. 2015

운명론 VS 백지론(허공론)

#1

첫 번째 명제. 


"인생은 원래 그 자체로 힘든 것이다."


맞는 말일까, 틀린 말일까요? 글쎄... 좀 어렵지요? 그렇다면 두 번째 명제. 


"인생은 흘러가는 강물처럼 덧없는 것이다."


이 또한 True 일까, 아니면 False 일까요? 알쏭달쏭하지요? 인생에 대한 이러저런 말들이 많긴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대부분 인생이 녹록치 않다는데는 의견이 일치됩니다. 즉 살기 만만치 않다는 것이죠.

    

사람의 생애를 동물들과 연관시켜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는 그림형제의 우화 <인생의 시간 속에서(The Duration of Life)>를 들여다봐도 그렇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인간의 생애는 원래 더도말고 딱 30년뿐이라고 합니다. 즉 30년동안만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인간은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30년 이후의 시간들은 인간처럼 살 수 없으며, 그 시간을 제공한 동물들에 의해 인생이 좌우된다는 것이죠. 우화에 의하면 인간의 삶은 원래 인간의 몫인 30년을 제외하고는 당나귀에게서 18년, 개에게서 12년 그리고 원숭이에게서 10년이란 기간을 받아서 산다고 합니다. 즉 그들의 몫을 대신해 살기 때문에 당나귀처럼 고단하고, 개처럼 천대받고, 원숭이마냥 아무 것도 모른채 천방지축 날뛰며 살아간다는 것이죠. 원래 인간의 삶이 그렇게 정해져 있다는 겁니다. 노력도 필요없고, 그저 그렇게 알고 살다가 죽음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소위 운명론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인생을 운명론이 아닌, 얼마든지 계발하고 개척함으로써 달라질 수 있다고 몸소 증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인생이 덧없는 것이 아니라 피어나는 꽃처럼 화사하고, 불꽃놀이처럼 화려하며 때로는 유려함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고결함 자체라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인생 전체를 통털어 아름다운 시간들로만 가득 채워진다고 말하진 않습니다. 때로는 많은 시간들이 힘들고 고단하며, 심지어는 덧없기까지 한 것이 인생이라 힘주어 말하죠. 그들에게도 인생은 쉬지 않고 흐르는 눈물 그 자체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희망을 노래합니다. 괴로움과 고통이 반드시 수반되는 것이 인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살아봄직한 것이 인생이며, 이러한 인생을 통해 삶의 의미와 보람 그리고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힘주어 강조합니다. 그들의 주장은 소위 백지론(白紙論)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무런 실체도 없는 허공론(虛空論)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즉 인생 그 자체는 백지 또는 텅빈 공간과 같은 것이며, 자신이 무슨 그림이나 형상을 언제, 어떻게 그리거나 만드느냐에 따라 인생은 얼마든지 달라진다는 것이죠.

    

자, 여기까지 읽고 난 느낌은 어떠신가요? 다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이지 않나요? 뻔히 알고 있고 그 때문에 삶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기 위해 매사에 적당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이 놈의 찌질(?)한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진짜 True인 명제 아닐까요? 여하튼 분명한 것은 운명론이든 백지론 또는 허공론이든 간에 인생은 참 쉽지 않다는 겁니다. 우리에게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란 영화로 잘 알려진 미국 영화감독 우디 알렌(Woody Allen)은 쉽지 않은 인생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은 끔찍하거나 비참하거나 둘 중 하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