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2가지 방법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밥을 먹어야 하고, 옷을 입어야 하며 잠 잘 공간을 확보해야만 합니다. 또한 사회생활을 위해 필수품은 물론이고, 때로는 자신과 가족들이 좋아하는 기호품, 사치품까지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돈이 있어야 하죠. 이것이 자본주의 시대의 논리이자 숙명이라 할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개 ‘돈 잘 버는 사람’을 ‘잘 사는 사람’이라 말합니다. ‘돈 잘 버는 것’과 ‘잘 사는 것’은 거의 같은 의미라 생각하는 거죠. 그렇다면 과연 ‘잘 산다’라는 것의 구체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죠. 사실 ‘잘 산다’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주관적이자 상대적이며 관념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일정한 기준이 없다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비교 가능한 것을 기준으로 하여 ‘잘 산다’는 것을 가늠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돈을 포함한 소유 재화의 규모겠죠. 일단 돈을 가지고 생각해 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만 직장인들 또한 돈 많은 부자를 꿈꾸며 살아갑니다. 자신에게 돈이 많다면 직장인으로써의 굴레를 던져 버리고, 평생 하고 싶은 일(혹은 놀기만 하며)만 하며 삶을 즐길 수 있으리라 믿죠. 완전한 자유를 꿈꾸는 겁니다. 자,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야 부자라 할 수 있을까요? 20, 30억 정도면 부자일까요? 저금리 시대이니 50억 정도는 있어야 할까요? 아니면 통 크게 세자리수는 되어야 부자인걸까요? 하지만 돈이 없더라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부자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죠. 또한 최근과 같은 구조조정의 시대에 명예퇴직 당하지 않고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다행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들에겐 현재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니, 그들에게 부자란 현실과는 관련없는 판타지 속 단어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위와 같이 볼 때 ‘잘 산다’는 개념을 돈의 규모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번에는 반대 개념인 ‘못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죠. ‘못 산다’하면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드라마 속에서 본 가난이 먼저 그려지지 않나요? 먹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돈이 없어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그리고 번듯한 집도 없어 좁디 좁은 반지하 쪽방을 전전하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나요? 소위 생활고(生活苦)로 인해 고통받거나 힘겨워하는 모습이 바로 ‘못 산다’는 첫 번째 이미지로 떠오를 겁니다.
두 번째로 생각나는 것은 무엇인가요? 직장도 있고, 차도 있고 경제적으로 크게 쪼들리진 않지만, 어느 순간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나아 보이는 누군가와 비교됨으로써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때, 그 순간 우리는 ‘잘 산다’보다는 ‘못 산다’란 생각을 떠올리게 될 겁니다. 이는 생활고의 차원이 아닌 그 보다 한단계 높은 비교의 차원에서의 ‘못 산다’는 문제가 됩니다. 생활하는데 별 문제는 없지만, 상대적 비교에서 느껴지는 박탈감은 머릿 속에 계속 남게 되는거죠. 정리하자면, ‘못 산다’는 것은 생활고로 인한 진짜 가난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지라도 상대적 비교에 의해 느껴지는 불편한 감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자, 처음으로 돌아와 ‘잘 산다’는 개념을 두가지 측면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최소한의 경제적 기준(The Minimum Economic Criterion)의 측면입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잘 산다’는 개념은 소유의 규모 혹은 돈의 보유액수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지만, ‘못 산다’는 개념에서 본 것처럼 최소한 생활고로 인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을 부등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부등식에서 보는 것처럼 최소한의 경제적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은 ‘못 산다’란 영역을 벗어난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잘 산다’는 개념의 영역까지 도달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생활고가 해결되었다 해서 ‘잘 산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오히려 ‘잘 산다’란 표현보다는 ‘못 살지 않는다’란 표현이 더 적절할 것입니다. 즉 ‘잘 산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난에서 벗어난 것은 명백하며, 한두 가지 혹은 몇가지 조건의 추가 충족여부에 따라 ‘잘 산다’는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상대적 비교의 측면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합니다. 그 결과가 상대보다 낫거나 많거나 좋다면, 기뻐하고 즐거워 하죠. 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하다면 자신의 처지에 대해 슬퍼하거나 분개합니다. 상대에 비해 자신이 ‘못 산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위의 부등식을 살펴보죠.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더 이상 생활고의 문제가 없다면 ‘잘 산다’고 주장하진 못하지만, 최소한 ‘못 사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못 살지 않는다’는 것은 ‘못 산다’는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평균과 그 이상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일반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과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만 가지고 있다면, 이는 ‘못 사는 것’이 아니라 ‘평균 이상’이란 이야기며, 여기서부터는 특정 기준이 아닌 상대적이며 심리적인 기준에 의해 ‘잘 산다’와 ‘못 산다’가 나누어지게 된다는 겁니다. 즉 가장 기초적인 경제적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못 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잘 사는’ 영역에 살고 있다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적 비교에 의한 심리적인 부분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면, 저를 포함한 여러분은 충분히 ‘잘 살고’ 있다 말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돈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 갑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자본주의의 본질에 있습니다. 중세부터 시작된 자본주의가 근대를 지나 현대로 오면서 이제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라기 보다는 자본, 즉 돈을 신으로 추앙하는 하나의 종교처럼 변모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본주의는 <자본교>라고 하는 종교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으며, 현대의 우린 이미 자신도 모른 채 <자본교>의 신도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돈)의 존재가 없거나 부족하게 되면, 심리적 불안증세를 보이게 되며, 더 나아가 두려움 그리고 경외감까지 지닌 채 살아가게 되는 겁니다.
이처럼 우리가 가지게 되는 두려움의 거의 대부분은 돈에서 기인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다음 두 가지 방법을 잘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일단 모든 것을 돈으로 생각하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면 됩니다. 돈을 최우선으로 사고하지 않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습니다. 하지만 자본교의 중심에서 벗어나 신도가 아닌, 제3자의 눈으로 자본교를 대면할 수 있을 때, 즉 돈이 내 삶을 지배하는 신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깨닫는 순간 어느 정도의 두려움은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먹고 사는 것과 같은 최소한의 경제적 문제만 해결되어 있다면, 이미 우리는 ‘잘 사는’ 영역에 들어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의 것은 모두 상대적인 것입니다. 욕망을 줄이거나 욕망을 돈과 연결시키지 않는다면 돈에 의한 두려움은 확연히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결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을 우리 삶에 가득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가족, 사랑, 따스함, 배려, 관심, 포옹, 손길, 동료, 친구, 미소, 행복, 나눔, 대화, 기쁨, 공감, 체온, 맥박, 솜털, 격려, 경청, 눈길, 팔짱, 스킨십, 어깨동무, 팔베개, 무릎베개, 쓰담쓰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런 것들 없이 과연 잘 살 수 있을까?”하는. 어떤가요,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죠? 두려움이 이런 따스한 단어들을 만날 때는 스스로 작아지고 무기력해지는 특이한 현상을 나타냅니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이러한 것들이 돈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이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슬기로움이 돈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 이 글은 핀테크기업 '레이니스트'의 온라인 매거진 <뱅크샐러드>에 수록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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