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Nov 29. 2016

먼저 회사를 떠나는 후배에게

그가 이 위기를 넘기리라 믿는 2가지 이유가 있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부서 회식을 하던 중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울렸습니다. 광주에 있는 회사 후배 찬종(가명)이었습니다. 순간 감이 왔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그의 목소리는 자욱한 밤안개마냥 많이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찬종이는 경제공부 프로그램 에코라이후 4기 멤버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고, 그 공부를 바탕으로 삶을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중이었죠. 하지만 최근 그의 인생에 커다란 암초를 만났습니다. 지난주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통보를 받은 겁니다. 그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전심전력을 다해 일했기 때문이었죠. 또한 열심히 일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란 생각이 그의 평소 생활신조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대전 집을 떠나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로, 광주로 발령이 났어도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처리했고, 성과까지 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칭찬이나 격려가 아닌 해고통지였습니다.


그와 면담한 상사는 고작 주말 동안 생각해본 후 답을 달라 했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라는 것일까요? 안 나가고 버틸 것인지, 아니면 고분고분 나갈 것인지? 그는 1년이 못내 아쉽다고 했습니다. 경제 공부를 통해 빚도 갚기 시작하고, 현 자산도 안정적으로 늘릴 자신이 생겼는데, 상황이 이처럼 변하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헤어나기 어려운 깊은 늪에 빠진 것만 같다고 했습니다.


“그만 두려고요.”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가 힘없이 들려왔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의 몸은 정상이 아닙니다. 외지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더 잘 하기위해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다보니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설상가상으로 왼쪽 어깨 주위의 마비증상까지 생긴 겁니다. 몸 상태가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그만두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는 반발했고, 설사 대기발령을 받을지라도 최소 3년은 무조건 버티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이제 한창인 쌍둥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맥없이 물러날 수는 없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선택이 진짜 가족과 자신을 위한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몸이 문제였습니다. 분명 전국의 외지로 소위 뺑뺑이를 돌릴텐데, 정신력으로야 버티겠지만 과연 지금의 몸으로 엄청난 압박을 견뎌낼지 자신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 아내는 결사적으로 반대했습니다.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고. 만약 당신이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면 쌍둥이는 어떻게 할거냐며 말이죠. 맞습니다. 일단 살아야만, 그리고 건강해야만 무엇을 하더라도 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내부로부터 치솟는 분노, 억울함, 자책감 그리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남은 빚의 액수가 떠올랐고, 딱 1년만 더 벌 수 있다면 하는 미련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회사 동기 중 1년전 퇴사를 한 친구(칼럼 <후배 양과장의 퇴사를 응원하며>, https://brunch.co.kr/@bang1999/76)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40대 초반의 나이에 뚜렷한 이유도 없이 부정맥에 의한 심장 정지로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자던 아내가 그때마다 그를 극적으로 살려냈죠. 그 이후 그의 몸 안에는 심장이 멈출 때 충격을 가해주는 ‘자동 제세동기’가 삽입되었습니다. 찬종의 아내는 말하길, 그 친구야 아내가 옆에 있었으니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만, 찬종은 어쩔 수 없이 혼자생활을 해야하는데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면 누가 당신을 구할 것이냐며 만류했습니다. 그 말이 백번을 생각해도, 천번을 고민해도 옳았습니다. 그는 결국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진짜 가족을 위하고 자신을 위하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이 위기를 넘기리라 믿는 2가지 이유


그에게 3가지 당부를 했습니다. 3개월은 무조건 건강 만을 위해 쓰라고. 일단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회복을 위해 힘쓰라고. 그래서 건강한 몸을 다시 되찾으라고 말이죠. 그 후의 3개월은 마음껏 놀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못해 본 것, 가고 싶었던 곳을 가족과 함께, 때로는 혼자 실컷 해보면서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당장의 일자리가 아닌 앞으로 내가 만들어 가고 싶은 미래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부의 끈을 놓지 말라고 했습니다. 공부를 통해 생각을 넓히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라 주문했습니다.


저는 찬종이가 이 위기를 무난히 넘기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맡은 일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주위에서 그처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상사와의 관계가 조금 좋지 못해 이런 기막힌 결과를 당한 것뿐이지, 조만간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쉽게 적응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더라도 그는 이보다 더한 일들을 겪었고, 그럼에도 그 위기들을 슬기롭게 헤쳐왔기 때문입니다. 그는 보기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입니다.


또한 1년 간의 경제공부를 통해 얻은 경제관은 그가 조금 경제적으로 힘들어 질지라도 스스로를 지켜줄 버팀목이 되어 줄 것입니다. 수입이 줄어들면 그에 맞춰 살면 됩니다. 물론 지금보다 조금 더 삶이 팍팍해지고 불편해지겠죠. 하지만 적은 돈으로도 세상을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경제관만 확고하다면, 더불어 행복은 돈의 액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어디서든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 명심하고 살아간다면, 지금의 위기를 찬종은 큰 무리없이 잘 이겨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번 일을 통해 자신을 향한 아내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한번 알게되지 않았을까요? 그 사랑의 힘으로, 찬종이 다시 한번 힘차게 뛰었으면 좋겠습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lcc.lure.in/zbxe/files/attach/images/1060/022/003/IMG_1314.JPG)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http://cafe.naver.com/ecolifuu(경제/인문 공부, 독서)






매거진의 이전글 자본주의 시대에 '잘 산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