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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an 06. 2017

아직 바디샵 정신은 살아있는가?

#6, 비즈니스계의 이단아 故 아니타 로딕의 경영철학 <영적인 비즈니스>



<영적인 비즈니스, Business As Unusual>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 지음/이순주 옮김/김영사





1. ‘저자에 대하여‘ - 저자에 대한 기록과 개인적 평가



●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 1942. 10. 23 ∼ 2007. 9. 10)



세상의 평가


○ 《에스티 로더》의 화장품 병 바닥에는 영원한 젊음의 세계가 있고, 아니타 로딕의 화장품 병 바닥에는 이 세상 그 자체가 있다.  - 보그 -

○ 아니타 로딕은 비즈니스를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  - Inc -

○ 대부분의 CEO는 아니타 로딕의 발에서 박하 로션을 핥을 자격도 없다.  - 옵서버 -

○ '바디샵'은 단순한 상점이 아니다. 그것은 교육의 무대이다.  - USA 투데이 -

○ 아니타 로딕은 아이디어와 분노와 이야기로 가득하다.  - 디인디펜던트 -

○ 아니타 로딕만큼 제품과 사회적 명분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킨 기업가는 없다. - 비즈니스위크 -

○ 바디샵은 자사의 상품에 '환경'이라는 상징을 함께 담아 판 것이다. 문화적 상징과 철학은 사업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 그것을 가지지 못할 때 고객들의 눈에 비친 기업은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다. 장사꾼은 이익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 구본형 -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中》


기업가? 선동가?


아니타 로딕은 타고난 기업가일까 아니면 후천적 선동가일까? 내 생각에 그녀는 기업가가 아니라 선동가란 표현이 더 어울릴 듯 하다. 그녀의 삶 전체를 보더라도 사업에 대한 부분보다는 사회 환경 개선, 인간 평등, 빈곤 퇴치, 동물실험 금지 등 사회 운동가에 더 맞을 듯한 부분에 거의 대부분의 열정을 쏟아 부은 듯 하다. 그녀는 그녀가 세운 더 바디샾(The Body Shop)의 창립자이자 CEO이긴 했지만, <비즈니스계의 이단아>로써의 역할에 더 충실했다. 그만큼 그녀는 일반적 기업가들의 사상이나 가치관, 경영마인드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던 것이다. 그녀는 한마디로 일반적 경영에 충실했던 기업가들을 맹렬히 공격한 반 기업가적 기질을 갖춘 기업가였던 것이다. 다음을 보면 그녀의 기질을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1987년 당시 갓 10살을 넘긴 화장품기업 더 바디샵은 영국 재계가 선정한 ‘올해의 기업’상을 받았다. 수상식에서 아니타 로딕 회장은 동네 가게들을 억압하는 횡포와 공룡처럼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성, 여성 차별로 대변되는 영국 재계와 대기업들을 맹렬히 공격했다. 영국 재계 거물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노골적인 거부감을 표시했다.


아니타 로딕의 경영마인드


"우리는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우리가 한 행위, 우리가 일으킨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받고 싶다. 처음부터 우리에게 힘을 준 것은 우리의 제품이 아니라 우리의 신념이었다. 기업이란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이라는 낡은 사고 방식에서 기업을 책임 있는 자만이 이끌 수 있는 공동체로 보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지배하기를 바란다."


“나는 비즈니스가 잔혹한 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이라고 보는 케케묵은 견해가 사라지기를 희망한다. 앞으로 비즈니스는 책임있는 자들만이 이끌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위의 두 문장에서 그녀의 경영철학은 확연히 드러난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하나의 법인체로써의 존재를 뛰어넘어 사회에 깊숙이 관여하고 문제점을 개선함과 동시에 개인의 행복을 위해 선도적인 입장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책임과 소명을 다하기 위해 기업가는 절대적인 희생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논조이자 주장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캠페인이나 사회운동에 ‘적절히’ 발을 담그고 있으며, 그나마 그러한 활동들을 마케팅이나 기업 PR에 교묘히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녀는 그러한 위선적 행동을 멈추라고 목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많은 재계 거물이나 대기업 총수들이 그녀를 피하는 것이다. 정직성으로 무장한 그녀의 강력한 무기에 노련한 기업가들도 꼬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니타 로딕 약력


아니타 로딕은 1942년 10월 23일 영국의 해변도시 리틀햄프턴에서 이탈리아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과 아이스크림 가게를 통해서 기업운영의 기본인 일터에 애정을 쏟는 것이 가능하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카페를 운영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비즈니스란 근검절약 정신을 배웠고, 이것은 곧 지역거래, 재활용, 재사용, 리필링과 같은 ‘바디샵’의 환경보호운동을 탄생시켰다. 반전운동, 인권운동, 환경운동으로 지구 곳곳을 누비면서 개인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수상한 아니타 로딕은 1960년대 평화를 부르짖으며 세계를 떠돌아다닌 히피족이기도 했다.


1976년에 ‘바디샵’을 시작했을 때, 그녀는 이렇다할 비즈니스 경험이 없는 젊은 주부였다. 말을 타고 남미 대륙을 횡단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장정을 떠나는 남편 로딕을 대신해서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그녀는 25개의 자연산 바디제품을 제공하는 조그만 구멍가게를 시작하였다. 디자이너를 고용해 25파운드에 로고를 만들고, 친구들을 동원해 병에 화장품을 넣고 손으로 라벨을 쓰기 시작했다. ‘바디샵’의 상징인 단순한 스타일의 용기와 녹색 컬러 역시 이 시기부터 사용된 것들이다. 돈이 없어서 선택한 값싼 용기와 벽에 생긴 습기 자국을 가리기 위해 칠했던 녹색 컬러가 ‘바디샵’을 상징하는 핵심 이미지가 될 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친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기업에서 많이 사용되는 진한 녹색 컬러는 이렇게 우연히 선택되었다.


아니타 로딕은 영국의 해변 도시 브라이튼에서 구멍가게 ‘더 바디샵’을 운영하면서 그녀는 생존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으며, 비즈니스는 단지 돈을 잘 버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배웠다. 그녀가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원주민으로부터 힌트를 얻어 제품을 개발하여 ‘바디샵’을 창업하고 30년이 지난 지금 ‘바디샵’은 전세계 55개국, 2,070여개의 매장에서 24개국어로 운영되며, 8,400만의 고객을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국제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 바디샵’은 ‘자연주의에 기반한 환경적인 기업, 윤리적인 기업’으로 남아있다. ‘더 바디샵’은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던 전통기업의 경영에 따르지 않고, 이제는 기업이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는 기업이념과 철학에 따라 적극적인 기업활동을 통해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2007년 9월 10일 저녁 영국 남부 체체스트의 병원에서 64세의 많지 않은 나이로 사망했다. 병명은 뇌출혈. 그녀의 죽음은 영국전체를 추모 열기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그녀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고든 브라운 총리가 직접 나서 “영국을 대표하는 진정한 선각자 가운데 한 명이 유명을 달리했다”고 추모했고, 공영방송 BBC는 한 기업인의 죽음을 10시 메인뉴스에서 두 번째 꼭지로 보도했다. 또한 버진그룹이나 막스 앤 스펜서 같은 영국 굴지의 기업 총수들이 TV에 나와 그녀를 애도했는가 하면, 국제적 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 사무총장은 “사업이란 어떤 것인가를 제대로 보여준 인물”이라며 로딕을 치켜세웠다. 그녀의 생애는 한 기업가의 삶 그 이상을 뛰어넘어 세상의 부조리를 잡기 위해 평생을 힘쓴 한 개인의 위대한 승리였다.


다음은 200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피플지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책이 아닌 말을 통해 그녀를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이므로 첨부한다.



가정폭력 근절 캠페인 벌리는 더바디샾 창립자 아니타 로딕

세상에 맞서라 주름이 건강해진다.


[2006.5월 행복이 가득한 집 - 피플 인터뷰]


환경운동의 개념조차 없었던 30년 전. 구멍가게 같은 화장품 가게를 열어 벽을 온통 녹색으로 칠하고 천연 성분으로 화장품을 만들어 팔던 한 여성이 있었다. 이 여인은 훗날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더바디샵 창립자 아니타 로딕은 요즘 한창 가정폭력 근절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평범한 기업가, 평범한 사회운동가, 평범한 아내의 자리를 거부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해온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영국의 해변 도시 브라이턴에 살던 34세의 주부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아이가 둘이었고, 당장 돈이 필요했다. 게다가 남편마저 말을 타고 부에노스아이레스부터 미국까지 횡단하러 집을 떠나버렸다. 고민 끝에 작고 보잘것없더라도 진정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그녀는 1976년, 구멍가게 같은 화장품 가게를 열었다. 이름은 ‘더바디샵The Body Shop’. 여기서 그녀는 손수 만들고 포장한 화장품을 팔았다. 남과 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할머니들의 민간 미용 비법부터 약초 다루는 방법에 관한 책까지 샅샅이 탐독했다. 결국 선조들이 했던 방식 그대로 자연 성분으로 만든 화장품을 판매하자는 전략 수립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30년 뒤, 더바디샵은 전 세계 50여 개국에 1천8백 개 매장을 가진 화장품 기업으로 성장했다. 성공 요인은 창립자 아니타 로딕의 독특한 경영 철학. 30년 동안 그녀는 기업의 대표라기보다 사회운동가라는 직함이 어울릴 정도로 전 세계적인 캠페인을 주도했다. 환경 에너지 쓰기 캠페인, 고래 살리기 캠페인, 반세계화 운동, 동물 실험 반대 캠페인, 커뮤니티 트레이드community trade 등은 지금까지 활발하게 지속되고 있다. 더바디샵 3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아니타 로딕 여사를 만나보았다.


이미 30년 전에 손님이 원하는 만큼 화장품을 덜어 판매하고 용기를 리필했다니 놀랍습니다. 재활용이나 소비자 맞춤식 판매 전략은 최근의 트렌드인데요.

당시 내 절박한 처지가 묻어난 아이디어였어요. 일단 돈이 없으니 용기를 끊임없이 생산할 수 없었고, 따라서 다 쓴 용기를 가져오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실 내 상황을 간파한 친정 엄마께서 제안해준 아이디어입니다. 게다가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어린 시절부터 뭐든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가 많아졌는데, 더바디샵이 다른 회사와 차별되는 점은 무엇인지요? 

천연 성분을 활용한다는 점은 요즘의 다른 기업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천연 재료의 생산 방법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첫째, 동물 실험을 하지 않습니다. 또 ‘커뮤니티 트레이드’라는 협약을 맺어 제3세계 생산지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고요. 둘째, 플라스틱 용기를 대폭 줄였습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화학 비료가 제거된 유기농 성분이 포함된 뷰티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용 산업에 있어 우리의 관심은 어디로 옮겨갈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물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은 화장품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성분이며 모든 제품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입니다. 그런데 물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물을 쓸 수 있는 권리는 인권만큼 중요해질 겁니다. 따라서 물을 가능하면 적게 쓰는 코스메틱 산업이 유망해질 것입니다. 또 실버 뷰티 제품 산업이 커질 것입니다. 영국 여성들의 평균 수명은 85세를 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누구도 저 같은 노년층의 뷰티 제품을 전문적으로 만들어내지 않았습니다. 건조하고 칙칙한 피부, 가늘어지는 머리카락 등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 사업을 누군가 비전을 가지고 시작한다면 저라도 당장 사겠어요.


한국 더바디샵에서는 매년 4월 가정폭력 근절 캠페인을 벌입니다. 최근 가정과 관련된 문제에 일관된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가정폭력을 대개 개인사로 치부합니다. 한국 사회는 더 심하고요. 그러나 가정폭력은 범죄입니다. 게다가 잘사는 집에서 더욱 교묘하게 벌어지고 있지요. 이 상황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기업은 특정 사안에 대해 때로는 정부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만드는 제품이 요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이시죠? 기업은 단지 상품을 만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관계된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즉 비즈니스란 제품이 아닌 사람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위한 일을 해야 합니다.


화장품 사업과 가정폭력 근절 캠페인은 언뜻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죠. 대개의 기업은 판매하는 제품과 관련된 캠페인을 하지요. 가령 최근 미국의 식품 산업체들과 슈퍼마켓 체인에서는 비만 아동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설탕이나 지방 함량을 줄여 식품의 열량을 낮추는 운동입니다. 자신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는 철학이 정말 근사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엉뚱하게 가정폭력 문제를 개선해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제품의 소비자는 여성 아닙니까? 우리는 적어도 수천 수만 명의 여성 고객의 신상 정보를 알고 있습니다. 예컨대 여성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휴대폰 문자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더바디샵 매장이 여성들에게 정말 안전한 곳이라는 정보 같은 것 말이죠. 매장에 있는 어떤 버튼을 누르면 경찰이 바로 달려오거든요.


혹시 개인적인 경험이 캠페인의 동기가 되지는 않으셨는지? 

하하, 아니요. 운 좋게도 이런 폭력을 경험한 적은 없습니다. 대신 제가 타고난 성향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업 방향이나 캠페인, 사회 사업 등 모든 아이디어는 기업가 성향의 연장입니다. 더바디샵 곳곳에는 저의 지문이 찍혀 있습니다. 내 생명의 일부와 다름없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저는 사실 거품 목욕 제품보다도 인권 옹호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마치 어떻게 해도 사라지지 않는 ‘야생의 습성’처럼 사회운동을 하는 것이지요.


캠페인을 하는 동안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경찰의 협조입니다. 경찰이 도와주면 일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집에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우리 집안일인데 무슨 상관이냐”며 대응하기 때문에 경찰은 나서기를 꺼립니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명백히 범죄이니 반드시 경찰이 관여해야 합니다.


가장 감명 깊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전 세계를 돌아다녔으니 딱 하나 고르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몇 년 전 영국에서 어느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패널로 나간 일이 기억나네요. 주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유명한 아침 토크쇼였습니다. 이날 가정폭력을 행사한 남성 세 명이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왜 폭력을 저지르게 되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으며, 이제 어떤 점을 용서받고 싶다는 고백이었습니다. 여성들로 이루어진 방청객 중에는 폭력 피해자도 많았습니다. 이들 앞에서 과거를 고백한다는 건 정말 드물고 귀한 일이지요.


‘더바디샵 인생 30년’을 정말 열정적으로 살아온 당신은 요즘 거울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나는 지금 자체로 완벽하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껏 제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걸 다 했거든요.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요. 60세 즈음 비로소 지나온 삶을 긍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젊을 때는 달랐습니다. 한창 아이들을 키울 때는 ‘혹시 내가 죽으면 어쩌나’ 하고 두려웠습니다. 아이들에게 못다 해준 것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저는 애들의 엄마로서는 최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만약 지금 무덤에 간다고 해도 ‘이걸 했어야 하는 건데’ 하는 식의 후회는 결코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눈가의 주름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정말인가요? 오른쪽 눈가 주름은 남편과 논쟁하다 생겼고, 왼쪽 것은 깜찍한 손녀딸이 “싫어”를 외칠 때, 입가의 주름은 딸내미가 속 썩일 때, 그리고 이마의 주름은 일하면서 사람들과 부대낄 때 만들어진 주름입니다. 아, 제가 종종 하는 농담입니다. 근데 재미있지 않나요? 보세요, 내 팔뚝 살이 얼마나 흐물흐물해졌는지! 손자들도 제 곁에 와서 탄력 없이 늘어진 살을 흔들어보고 잡아당기며 깔깔대곤 합니다.


주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주름은 곧 삶의 여정map of life, mark of journey입니다. 제가 책에도 썼듯 주름살은 여성이 가정 안팎에서 어떻게 일을 했고, 아이들을 키우고, 술 한잔 마시고, 웃고, 울고, 발버둥쳤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물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보톡스를 맞아보세요. 얼굴에 새겨진 이 사람의 삶의 궤적을 지운다고요? ‘나’란 사람 고유의 캐릭터는 사라지고 말 텐데요? 여성의 주름이 문제시된 것은 불과 60여 년 전부터입니다. 영화나 텔레비전 같은 시각적 매체에 의존하면서부터죠. 이것은 인간의 개성을 짓밟는 테러 행위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해 보이는 주름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건강한 주름이라고요? 재미있는 표현이군요. 답은 사람들의 웃음! 여성들은 모이기만 하면 참 잘 웃습니다. 정말 마음 놓고 웃고 있을 때는 거짓이나 환상이 파고들 틈이 없습니다. 그 순간에는 정말 자유로워지지요. 저는 큰 소리 내어 웃길 잘하는 편입니다. (실제로 그녀는 말을 하다가 즐거우면 어느 때고 고개를 젖혀가며 웃음 삼매경에 빠진다) 사실 내 나이가 되면 시야가 흐려져 얼굴 주름이 잘 안 보이긴 합니다, 하하.


여성들이 특히 잘 웃나요? 

폴리네시아에서도, 아프리카나 스리랑카에서도 여성들은 늘 모여서 결혼이나 출산 같은 큰일부터 모발이나 피

부 가꾸는 소소한 이야기까지 함께 나누고 웃다가 또 떠듭니다. 이는 여성들이 타고난 이야기꾼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할머니는 손자들에게 흥미진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주지요.


다른 사람들에게서 발견하기 힘든 신선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글쎄, 어릴 적 엄마가 제게 들려준 이야기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엄마는 항상 “특별해라, 평범은 거부해라! Never be mediocre!”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결혼이든 사업이든 캠페인이든 무언가를 할 때 지루하고 뻔한 것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지요. 지금 92세인 저희 엄마는 여전히 열정적이고 재미있는 양반입니다.


65년여간 사회운동을 해오셨습니다. 앞으로는 또 무얼 하고 싶으십니까? 

앞으로도 계속 캠페인을 구상하고 사회운동에 앞장설 것 같습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에 관한 이슈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감사하게도 제게는 돈과 명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이것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앞으로 최소 25년간은 말입니다.


캠페인 말고 다른 일은 없을까요? 

그게 다죠! 글쎄, 또 무엇이 더 있을까요? 좀 추천해봐요. 누워서 마사지나 피부 관리를 받고 있을까요? 인권운동은 지구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 아닌가요?


취재 후기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니타 로딕 여사는 참 많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들려주었습니다. 그녀의 말 속에 담긴 교훈적인 메시지도 좋았지만, 톡톡 튀는 유머와 럭비공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종일관 주위를 즐겁게 했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인터뷰가 있은 뒤 얼마 후 더바디샵이 로레알에 인수합병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동물 실험 반대’와 같이 다른 곳과 차별된 기업 이념이 이제는 달라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그러나 10여 년 전 경영권을 놓은 뒤에도 창립자로서 회사의 캠페인을 그대로 이끌어왔듯이, 로딕 여사는 이번 합병 뒤에도 여전히 더바디샵의 고문 역할을 맡아 고유의 가치를 지켜갈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껏 어떠한 변수가 닥쳐도 공익을 위한 캠페인을 멈추지 않았던 그녀이기에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이 책을 읽고



The Body Shop? 아하 목욕용품 회사구나!


아주 오래전 강남의 길을 걷다가 우연히 <The Body Shop>이란 가게를 보게 되었다.


‘응? 더 바디샾? 가만... 바디제품이 일반적으로 목욕용품을 말하는 거니까, 더 바디샾이란 가게는 목욕용품을 파는 가게인가 보네. ㅋㅋ 이름한번 촌스럽게 졌네. 하지만 가게 내부는 의외로 깔끔하고 큰 걸? 바디제품(=묙욕용 제품)만 팔아서 이 넓은 매장, 그것도 강남의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을까?’


이것이 더 바디샾에 대한 첫 번째 인상이었으며, 지금까지의 이미지였다. 바디샾이란 회사는 그냥 목욕용품을 파는 소매업체에 불과했을 뿐이다. 오히려 저가 화장품을 파는 페이스샵이 더 커보였다. 매장 수나 TV광고를 보아도 인지도에서 더 바디샾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사회운동 보고서, 기업가의 경영서? 뭐지?


이 책은 바디샵의 연대기 이상이며, 급진적인 비즈니스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약된 설명서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성공적인 기업의 비개인적인 필요와 성공적인 기업가의 매우 개인적인 필요를 결합하려는 어느 한 개인의 시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12P)


그랬다. 이 책은 성공적 기업가의 개인적 이야기이자, 사회 참여의 책임을 촉구하는 개인의 기업에 대한 경고 메시지이다. 저자인 아니타 로딕은 더 바디샾 그 자체였으며, 더 바디샾을 통해 넓은 세계의 바다로 뛰어든 용기있는 모험가이자, 기업가였다. 이 책은 그녀의 모든 사상과 업적 그리고 바램, 희망, 용기, 아쉬움과 현재 그리고 먼 미래를 담아낸 인생 철학서이기도 하다.



이 책의 구성은


이 책은 12개의 큰 Chapter로 구성되어져 있다. 각 Chapter 안에는 소제목(명조체)들이 자리잡고 있고, 다시 그 아래에는 소단락별 제목(고딕체)의 형식으로 큰 틀이 짜여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보다 세부적인 구성을 살펴보게 되면 몇 가지의 다양한 형태가 나온다.


첫 번째가 BOX(□) 형태의 구성이다. 대개 1 Page를 다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2가지의 형태로 구성하였다. 하나가 외부 인용구이며 다른 하나는 저자인 아니타 로딕의 메모(주로 강연이나 칼럼 등에 사용되었던 간단한 메모들) 정리 문구이다. 두 번째는 문단과 문단 사이의 강조문장(브라운 고딕체)이고, 세 번째는 문단과 문단 사이의 외부 인용구(브라운 고딕체)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단 내 강조 문장(연브라운 이탤릭체)의 형태로 세부 형태를 구성하고 있다. 복잡하다.


처음 책을 읽으며 살짝 짜증이 났었다. 구성이 너무 혼잡스러웠다. 어디까지가 작자의 말인지 인용구인지 헛갈리는 건 예사였으며 글자크기며 브라운 색의 사용, 그리고 이탤릭체의 혼용까지 출판사에서 너무 조잡하게 편집을 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심했다. 일부러 신경을 더 쓴다고 쓴건데 이런 식으로 편집을 된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독자의 입장에서 눈이 편하진 못했다.


또한 앞의 목차도 너무 무성의해 보였다. 달랑 Chapter 구분과 제목 밖에 없다. 소제목을 읽으며 내용을 먼저 파악해 보거나 유추해 볼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해 버렸다. 원본에도 그런 식으로 되어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출판사의 마케팅 또는 편집전략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CEO 비교


예전에 잭 웰치의 <위대한 승리>와 칼리 피오리나의 <힘든 선택들>을 읽으며 두 사람을 비교해 보았다. 이번에는 아니타 로딕까지 추가하여 세 명을 비교해 보도록 하자.


● 다른점                    


● 유사점                    


작성을 하고 보니 아니타 로딕은 칼리 피오리나나 잭 웰치와 유사점이 거의 없는 사람으로 보여진다. 두 사람이 CEO로서 일에서 삶의 의미와 목표, 그리고 도전을 했다면 아니타 로딕은 일이 아닌 사회 참여 행동을 통해 세상의 오류를 잘못잡고자 인생을 걸었던 사람이었다. 또한 두 사람이 주어진 환경(GE, HP) 안에서 자신의 것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었다면 아니타 로딕은 전세계를 돌며 인권, 환경, 부조리, 빈곤, 정치적 오류 등에 대항하여 개인 혹은 연합하여 투쟁하고, 모든 기업가들이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다녔던 사람이었다. 그에게 자신의 기업, 더 바디샾은 개인적 욕심이 아닌 공익을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기둥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차원이 다른 사람이며, 기업의 전혀 색다른 경영 방식을 몸소 보여준 ‘비즈니스계의 이단아’였던 것이다.



아니타 로딕, 그녀를 추모하며...


“나는 가장 크고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소매업체가 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다만 바디샾이 숨막힐 정도로 흥분되는 최고의 회사, 비즈니스하는 방법을 바꾸어 놓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 그것이 나의 비전이다.”(351P)


이 관점에서 보면 아니타는 성공했다. 그녀는 그의 비전과 맞는 회사를 만들었다. 일반 비즈니스와 전혀 반대되는, 독특한 마케팅을 전개하여 전세계적인 성공을 일구어냈다. 사회공헌과 이익의 2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2007년 아니타 로딕이 사망한 이후 과연 얼마나 그녀의 비전, 창업정신이 바디샾을 끌고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미 회사 자체는 다국적 미용기업인 <로레알>로 넘어간 상태에다가 그녀와 같은 열정적 실행가의 움직임이 없다면 과연 지금까지 해 왔던데로 바디샾이 갈 수 있을까? 구조조정이 시작되었고, 매출을 올리기 위한 갖가지 마케팅 방법이 도입되고 있는 현재, 더욱 치열해져만 가는 자본주의의 전쟁터 안에서 순수했던 바디샾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예전 강남역을 나갔다가 우연히 더 바디샾을 보게 되었다. 과연 매장 안에 얼마나 그녀의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는 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 작은 기대가 여지없이 박살나는데는 몇 분 걸리지 않았다. 매장 안쪽에 환경 운동 캠페인을 암시하는 몇 개의 사진 외에, 창업자인 아니타 로딕의 체취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입구서부터 안쪽까지 몇 % 할인한다는 광고와 이쁘게 포장해 놓은 추천상품들... 일반적인 화장품 가게의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아쉬움이 컸다.




아니타 로딕은 책에서 언급한 데로 그녀의 많은 재산을 두 딸에게 주지 않고 전액 <바디샾 재단>에 기부했다고 한다. 그녀는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진실된 실천가였다. 그녀의 삶은 그녀를 어느 화장품을 바른 것보다 젊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녀의 주름은 그녀의 말대로 곧 삶의 여정, map of life, mark of journey 였다. 그녀의 주름수, 주름 깊이 만큼 그녀의 삶의 여정은 행복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의 바디샾은 언젠가 그녀의 정신을 쫓아가지 못하겠지만, 그녀가 남긴 유산은 바디샾 재단에서 더 많은 사회적 오류를 풀기 위해 쓰여질 것이다. 그녀의 영원히 죽지않을 정신과 함께.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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