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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Nov 18. 2016

열정은 '낮에 꾸는 꿈' 안에 담겨있다

#5  인생 멘토의 진정어린 조언을 들어보자, <코끼리와 벼룩>


<코끼리와 벼룩(The Elephant and the Flea)>


찰스 핸디(Charles Handy) 지음/이종인 옮김/생각의 나무




이 책에 대하여 


이 책은 뭐랄까... 전체적인 느낌에서 희망섞인 당부, 조언, 부탁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느릿느릿한 말투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공직에서 수 많은 제자들을 길러온 노교수(敎授)의 사석에서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이제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인생 선배의 술자리에서 펼쳐 놓는 다양한 안주와도 같다. 여러 가지 다양한 재료로 잘 비벼진 먹기 좋은 비빔밥과도 같으며 모듬 회를 먹고 난 후 여러 가지 남은 생선들을 섞어 잘 끓여 우러낸 매운탕과도 같다. 꿀꺽~ ^^;


개인적으로 참 좋은 책임을 느낀다. 이 책은 이미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 앞으로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아가야 할 사람들 그리고 포트폴리오 인생이 뭔지 그리고 그에 대비하여 준비를 해야할 사람들 모두에게 필요한 필독서와 같은 책이다. 물론 찰스 핸디의 다른 저서 <포트폴리오 인생>가 있긴 하지만, 이 책은 포트 폴리오 인생을 살기 위한 기본적인 이야기 외에 그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줄줄이 술술 풀어놓고 있다. 70년을 살아온 경험을 책 한권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책이 가질 수 있는 큰 장점 중의 하나이며, ‘만원의 사치(우연히 책값이 딱 10,000원이다)’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다소 독특한 책이다.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 종교와 사상 그리고 독립된 생활(포트폴리오 인생), 게다가 하나 더 덧붙여 찰스 핸디의 자서전 성격까지 띠고 있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했던 비빔밥이며, 잡탕 매운탕 이야기가 어울리는 것이다. 그는 앞부분 자서전에서 유년시절의 기억을 많이 더듬는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결코 아버지처럼 따분하며 무의미하고 답답하게 살지 않을 것임을 맹세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 아버지처럼 산다는 것도 인생에 큰 의미가 있는 것임을 깨닫고 자신의 인생경로를 수정하기에 이르른다.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성공이란 무엇이며, 자신과 아버지 중 누가 더 성공한 사람인가, 인생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우리가 지상에 존재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 책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직접적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에둘러 표현되어 있다. 결국 성공은 스스로의 몫이며, 인생은 자기자신을 찾아 자기답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여 살 수 있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 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읽으면 읽을 수록 양파껍질처럼 새롭게 다가올 책이다.



이 책의 특징 


옮긴이는 이 책의 특징에 대하여 4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첫째, 좋은 리듬감이 넘치는 문장을 구사하여 읽기가 쉽다. 또한 그의 글에는 결벽에 가까운 정직함이 깃들어 있다. 고로 감출 것이 없으므로 글을 복잡하게 쓸 이유도 없는 것이며, 쉽게 읽히는 것이다.


둘째, 스스로 책을 쓰는데 있어서 남들보다 더 좋은 책을 쓰기보다 남들과는 다른 책을 쓰겠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기 때문에 그의 글은 독특하다. 또한 구체적이며, 현실적, 실용적인 에피소드를 위주로 하여 전개되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는 것이다.


셋째, 유익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아버지의 죽음에서 받은 충격, 아폴로형 회사의 흥망성쇠, 코끼리와 벼룩으로 분류되는 직장인 생활과 프리랜서 생활, 다양한 형태의 자본주의, 인생의 사이클에 따른 결혼 생활의 다양한 패턴 등등 다양한 주제를 알기 쉽고 유익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넷째,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만큼 그는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부부가 40년 해로하면서 같이 겪은 인생과 사업의 지혜가 가득한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는 들어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특징이 있다. 그의 뛰어난 비유와 은유의 능력이다. 동물이나 신화를 이용하여 적절하고 좋은 비유와 은유를 활용하는 저자의 능력은 꽤나 뛰어나 보인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다. 코끼리(거대기업)와 벼룩(포트폴리오 인생의 개인, 자영업자), 회사의 유형을 구분해주는 네 명의 신(제우스, 아폴로, 아테나, 디오니소스). 사과에 대한 비유(떨어질 사과를 기다리는 것보다 흔드는 것이 사과를 먹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럼으로써 과수원 안으로 들어서는게 된다)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책이나 강연에서 독자나 청중 모두에게 쉬우면서도 머리에 오래 남도록 해주는 좋은 방법이다. 나 또한 이 방식은 배우고 응용하여 나에게 적용하면 좋을 듯 싶다.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이 책은 여러모로 돌아가신 구본형 선생님의 책 <마흔 세 살에 시작하다>와 닮아있다. 먼저 자서전의 성격이 유사하다는 것과 인생 전반에 걸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알기 쉽고 가슴에 팍팍 박히도록 전달하는 방식이 또한 유사해 보인다. 또한 자서전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계발서와 경영서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으며, 한 사람의 인생을 읽으며 무언가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생 선배로써의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소의 차이점은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아내에 대한 이야기이다. 구본형 선생님의 책에는 사모님에 대한 내용은 많지 않다. 나온다 하더라도 몇 줄 나오지 않으며, 자세한 언급 또한 없다. 예전 선생님께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사모님이 자신을 언론에 노출시키는 것을 과히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 들었다. 그러나 찰스 핸디의 저서에는 아내와 함께 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특히 아내를 통해 포트폴리오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대화가 꽤나 감명적이다. 다시 한번 음미해 보자.


나는 신혼 때 아내와 나눈 대화를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나는 셸 런던 본사에 근무하면서 관리자들을 교육시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여보,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자랑스러워요?”

어느날 저녁 아내가 물었다. 

“좋아, 그런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어때요. 특별한 사람들이에요?”

“좋아, 그런대로.”

“그럼 당신 회사 셸은 좋은 일을 하는 좋은 회사인가요?”

“응, 좋아. 그런대로.”

아내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좋아, 그런대로’의 태도를 가진 사람과 한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그것은 일종의 최후통첩이었고 나는 그 다음 달 셸에 사표를 냈다. 하지만 그 대화는 언제나 내 귓바퀴에서 맴돌았다. 나는 아내의 지적에 동의한다. ‘좋아, 그런대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단 한 번 뿐이고 그러니 그 삶을 영위하면서 그저 근근이 견뎌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할까? 결국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 질문은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는 화두이다.(284P)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럽고 보람있는지. 함께 하는 사람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정열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인지, 같이 하고 싶은 공유점을 가진 사람들인지. 내가 다니는 회사가 나의 인생을 걸 정도의 야망을 가질 수 있는 회사인지. 만약 저자의 말대로 ‘좋아, 그런대로’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는 인생 경로와 우선순위를 변경할 것을 신중히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구본형 선생님의 책은 ‘중년’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찰스 핸디는 포트 폴리오 인생을 살고 있거나 살려고 하는 사람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특별한 타겟층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유사점으로 볼 수 있을 듯 하다. 왜냐하면 한국의 특수한 사정상, 가장 명예퇴직의 압박에 시달리는 세대가 바로 중년인 40대이기 때문이다. 이 세대들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타의에 의해, 회사에서 밀려나 본의 아닌 ‘포트폴리오 인생’을 살아가야할 가능성이 많은 세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쉰 세대이자 울분 세대인 40대는 이 책과 더불어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같이 읽는다면 더욱 훌륭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강추 세트다!! 



궁금한 점 하나 


한가지 궁금증이 발생했다. 찰스 핸디는 이 책을 거의 70대에 썼다고 한다. 대단한 노익장이다. 끊임없는 열정의 발산이며, 쉼 없는 노력의 결과이다. 그는 벼룩들이 살기 위해선 더욱 더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도 실제로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독립적인 벼룩은 기댈 곳이 자기 자신밖에 없다. 돈 버는 일의 미래를 확보하려면 공부하는 일이 본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내 경우, 공부의 핵심은 나의 글쓰기이다. 소설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작가들은 실제 글쓰는 시간보다 3배나 많은 시간을 공부하는데 투입한다.(293P)


결국 세상에 자기를 팔기위해선 자기자신을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어야 하며, 그 품질을 최고의 수준까지 올려 놓아야만 사람들이 비로소 구매욕구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회사 밖이든 안이든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되는 룰이다. 사내에서도 인사철이 되면 각 팀의 장들이 인력시장에서 쓸만한 인력을 찾듯 새롭고 신선하며 비용대비 매우 유용한 인물을 찾게 된다. 이때 미리미리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고 품질을 확신시켜 놓은 상품은 너도 나도 사가기 위해 줄을 서기 마련이다. 이때를 대비하여 우리는 준비를 하고 공부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적당한 공부는 의미 없는 짓이다. 열과 성을 다하여 스스로를 닦고 빛을 내야만 언젠가 좋은 값으로 자신을 팔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열성적인 공부를 하는 찰스 핸디가 만약 70대가 아닌 보다 젊은 나이에 이 책을 썼더라면 어떤 책이 되었을까? 좀 더 실용적인 책이 되지 않았을까? 그가 포트폴리오 인생을 시작한 것이 49세이기 때문에 만약 50대에 이러한 책을 쓰기는 조금 어려웠을까? 썼더라도 다소 아쉬움이 남는 책이 되었을까? 아니면 진실된 책을 쓰기 위해 보다 많은 경험을 한 이후에 책을 쓰기로 하고 집필을 미뤘을까? 하지만 분명한 것 중의 하나는 만약 50대에 책을 썼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책은 나오지 않았으리란 생각이다. 시간을 알차게 잘 보낸 나이에서 흘러 나오는 경험은 잘 우러난 진국의 맛을 느끼게 해주니까 말이다. 



마무리 


열정은 연금술사들의 핵심 동력(動力)이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에 열정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고, 그런 열정은 어려운 시기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삶의 목적을 지탱해 주었다. 열정은 사명이나 목적보다는 훨씬 강한 단어이다. 


“그런 열정은 어디서 찾죠?”

“꿈속에서. 우리는 잠을 자면서 꿈을 꾸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낮에도 꿈을 꿔. 이런 사람들은 아주 위험하지. 자신의 꿈을 반드시 이뤄내고 마니까 말이야.”(267P) 


“실험을 해보라. 마음에 드는 것은 뭐든지 해보라.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열정으로 성숙하게 될 때까지 그것을 당신 인생의 중심으로 여기지 말라. 그것은 오래가지 못할 테니까.”(270P) 



꿈 중에 가장 좋은 꿈은 '낮에 꾸는 꿈'이다. 찰스 핸디는 말한다. 낮에 꿈을 꾸고, 그리고 그것을 마음껏 실험해 보라고. 열정으로 성숙해질 수 있을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실험에 임하라고.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이끌 어 열정으로 변모하게 되면, 인생의 선순환이 일어나 최종적으로 낮에 꾼 꿈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이것이 바로 찰스 핸디가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후배들에게 해주는 진언이라 할 수 있다.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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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이 진행하는 '좋은 책 읽고 쓰기 습관화 프로그램' <에코독서방> 4기를 11월 28일(월)까지 모집하고 있습니다. <에코독서방>은 첫째, 좋은 책을 읽고, 둘째, 반드시 독후감을 작성하며, 셋째, 정기적인 독서 습관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6개월 간(12월~5월) 6권의 자유도서와 6권의 공통도서를 읽게 되며, 요청시 장르별 도서추천도 해준다 하니 초보 독서자 또는 독서 습관이 부족한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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