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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r 02. 2017

소심은 어디서부터 생긴 걸까?(3편)

#3, 창작 우화로 알아보는 소심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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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의 유래 #3 (3 of 6)




한참을 그렇게 울던 ‘정신 줄은 놓지 말아’는 이제 그만 울음을 그치려고 했는데, 울음이 그쳐지질 않드래. 오히려 점점 눈물이 뚝뚝뚝... 그리고 점차 깊은 산의 시냇물 흐르듯 졸졸졸 계속해서 흐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세게 틀어 놓은 수도꼭지마냥 마구마구 쏟아져 나오드래. 그러자 곧 그의 침실은 눈물로 점점 차 오르고, 거실로, 화장실로, 온 집안이 그의 눈물로 가득 채워지드래. 당황한 그는 마당으로 뛰쳐 나갔지만 계속해서 눈물은 쉴새없이 뿜어져 나오고 점점 규모를 확대하여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 줄기만하게 커져 한 마을을 덮칠 지경까지 이르렀대. 마을에 살던 사람들, 가축들은 난데없는 눈물의 홍수에 휩쓸리기 시작하였고, 여기저기 사람들의 온갖 비명소리와 수마(水魔)의 무시무시한 고함소리가 세상을 가득 덮고 있었데. 세상은 이제 시기와 미움, 질투의 세상에서 홍수로 인한 아비규환의 세상으로 변하고 말았데.....


놀라다 못해 거의 기절 직전의 그는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피 끓는 목소리로 갓님을 향해 외쳤대.


“갓님이시여~!!! 아 나의 사랑(Oh my God), 갓님이시여~!!! 이게 정녕 꿈이오니까? 꿈이라면 제발 이 악몽에서 깨어나게 해주시옵소서어서어서어~~~~어서!!!”




그러자 갓의 응답이 들려왔대.


“그래, 그러지 뭐.”



그는 꿈에서 깨어났대. 웬지 허무했지만(?) 꿈이었던거지. 그는 벌떡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눈을 만져 보았대. 눈주변뿐만 아니라 입주변(침?...)도 축축하드래. 어쨌든 꿈이든 뭐든간에 일단 눈물이 멈춘 것에 대해 갓님께 깊이 고개숙여 감사기도를 드리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대. 그리고 깨찰빵과 딸기우유로 간단히 식사를 하며 갓이 말한 내용을 곰곰이 되새기기 시작했어. 그러자 그의 가슴 속에 커다란 희망이 마구마구 솟아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대.


‘그래, 갓님은 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를, 꼭 짚어서 나를 구원하시고자 나타난거야. 그 말은 곧 내가 세상을 구할 영웅이란거지. 하긴.. 나 정도는 되어야 새로운 역사를 쓸 위인으로 적당하지... 갓님... 역시 갓님답게 보는 눈은 꽤 높으시단 말야... 흐흐흐...’


이 ‘정신 줄은 놓지 말아’의 독백을 몰래 들으시던 갓은 가슴이 막막해짐과 동시에 내가 뭔짓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드래. 하지만 이왕 저질러 놓은 일, 조금만 더 참아보자 하고 스스로를 다독거렸대. 그리고 조용히 서예도구세트를 꺼내 정성껏 먹을 갈고 화선지를 펼친 후 글을 쓰기 시작했대.


< 忍忍忍則四忍, 新魚志効果, 休~~~~~~~~~>


(세번의 참을 고비를 넘기면 네 번을 참은 것이 된다. 이것이 바로 ‘시너지 효과’다.... 휴~~~~~~~~)



‘정신 줄은 놓지 말아’는 날이 밝자 밖으로 나갔어. 그리고 아랫 동네에 살고 있는 한 처녀의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갔어. 그는 말이지 짝사랑, 말 그대로 일방통행 사랑인 혼자만의 사랑을 하고 있었어. 그의 눈을 멀게 만든 그녀의 이름은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였대.. 그녀의 이름 그대로 그는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확 ‘맛’이 가버렸대. 그리고 두 번째 보았을 때는 그대로 정신줄을 놓아 버렸다지?... 암튼 그 후로 자꾸만 그녀가 보고 싶어졌고 그 기간이 이제는 무려 10년을 채워가고 있었다대. 하지만 문제는 그녀의 마음. 그녀는 그를 대놓고 무시하고 있었어. 왜냐면 앞에서도 좀 느꼈겠지만 그가 약간 모자라 보이긴 했거든. 그의 행동이나 말투 그리고 풍기는 이미지에서 뭔가 가벼워보이기도 했고 전형적인 용감하고 듬직한 남성으로써의 모습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었거든. 뭐랄까 마치 물냉면을 먹으며 겨자와 식초를 빼먹는 다거나 중국집에 자장면 먹으러 가서 양파 먹을 때 춘장을 안찍어 먹는 것처럼 뭔가 3,4포인트 부족한, 아쉬움이 남는 인간이었거든.


하지만 그는 10년의 기간 내내 그녀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어. 언젠가 반드시 자신의 마음을 그녀가 알아주리라 굳게 믿고 있었지. 이런 가운데 모든 인간을 다 쓸어버리겠다는 갓의 계시를 듣게 되었으니 그녀만큼은 살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겠지? 그는 그녀를 불러 갓이 말한 내용을 토씨하나 빼먹지 않고 그대로 전달했어. “오 마이 갓이 말이야... 오 마이 갓이 말이야...”하면서 말이지... 그는 정말로 목이 쉬어라 터져라 할 정도로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어. 하지만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어. 그리고는 자신의 집 밖으로 쫓아내고 문을 잠궈 버렸어. 그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 그러나 그는 결코 포기할 수 없었어. 만약에, 만약에 말야.... 그녀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도 그녀와 같이 세상을 포기하겠다는 결심을 했어. 세상에나!!!(바보아냐?.....) 그는 그녀의 집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어. 그리고 큰 목소리로 그녀에게 외쳤어.



“나 ‘정신 줄은 놓지 말아’는 당신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씨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나의 사랑은 당신을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0년이란 시간동안 한번도, 단 한번도 변치 않았습니다. 아~~!!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진실로 정신 줄을 놓아 버릴 뻔 했습니다. 아니, 놓아 버렸다는 게 솔직한 표현입니다. 당신은 나의 인생, 나의 터닝 포인트, 나의 두근두근 사춘기(思春期)였습니다. 지금까지의  10년이 그러했듯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기 전까지 제 마음은 지금 이 순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나는 압니다. 제가 당신의 상대로 모자르고 부족하며 ‘소심’하기 까지 한 것을요. 그러나 나는 당신을 평생 나의 여왕으로 모실 것입니다. 이제는 나의 마음을 받아주세요. 그리고 나와 함께 가세요.


이제 세상은 곧 홍수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나와 함께 새 인류의 지평을 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읍시다. 우리는 인류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이 될 거에요. 그리고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자유 세계의 이상을 구현하고, 길이 후손에 물려줄 영광된 통일 월드의 앞날을 바라보며, 신념과 긍지, 그리고 지혜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할 거에요.(헉....) 이제 저의 손을 잡아주세요!! 제발.....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님. 저는 지금부터 이 자리에서 꼼짝않고 앉아 있을겁니다. 선택은 당신께 맡길께요. 새 역사 창조의 선택권은 이제 당신에게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이제 당신의 아름다운 어깨 라인에 있습니다. 허리의 S라인에도 존재합니다. 아아~~~ 힙라인의 아름답다 못해 숨까지 막힐듯한 절묘한 곡선미는 차마 언급하기 힘들군요...(꿀꺽....).. 흠흠흠.... 어쨌든... 흠... 그만큼 당신이 아름답다는 이야깁니다. 흠... 마지막으로 부탁드립니다. 저와 함께 가 주세요..... 풀히이즈.................................“



‘정신 줄은 놓지 말아’는 그녀의 집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어.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그녀의 답을 기다리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녀의 집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나지 않았어. 사실 이 이야기는 그에게 미안해서 하기 좀 그렇긴 한데, 독자들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얘기할게... 그녀는 그를 자신의 집에서 내쫓고 난 후 바로 문을 걸어 잠그고 뒷문으로 나갔어. 그가 아닌 딴 넘과의 약속이 있었던거지. 그것도 모르고 그는 피 끓는 목소리로 그녀를 설득하기 위한 일장연설을 했던거야. 아... 답답해.... 내가 정신 줄을 놓고 싶어진다는... 남자는 용기와 박력도 있어야 하지만, 눈치 또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녀? 아무도 없는 집에다 대고 역사 창조며, 인류 멸망이며, 통일 월드를 떠들고 있었으니 누가 정신 줄 제대로 잡고 있다고 생각하겠어? 그래, 안 그래? 으휴∼∼.......


암튼 그 사실을 전혀 모른채, 그녀의 집앞에 무릎을 꿇고 묵묵히 앉아 있는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씩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어.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도 빗물이 한 두방울씩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어. 물, H20라는 액체의 성질은 똑같지만, 그 담긴 의미는 너무나도 상반된 물이, 그의 눈에서도, 하늘에서도 안타까움을 담아 이 땅을 적시기 시작한거지. 어때, 애절하지?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mulpix.com/all_a_sundry)


(4편에서 계속)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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