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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pr 14. 2017

중년이란 그런 거야,
받아들이면 되는 거야

#11,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중년에 대한 통찰 얻기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Once Upon A Midlife, Classic Stories and Mythic Tales to Illuminate the Middle Years, 1993


알랜 B. 치넨(Allan B. Chinen) 지음/이나미 옮김/황금가지






1. '저자에 대하여'



● 알랜 B. 치넨(Allan B. Chinen)



알랜 B.치넨은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의학박사로,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대학교 정신 의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융 학파에 속하는 그는 옛날 이야기와 신화를 통해 인간의 심리 현상을 해명하는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특히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은 칼 융의 분석 심리학적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중년이 되면 자연스레 생겨나는 갈등과 번민 들을 편안하게 해석한다.


30대 이후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독일, 한국, 페르시아, 러시아, 중국 등 세계 각국의 민담이나 신화 등 16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중년의 남녀가 겪어야 할 현실을 높지 않은 목소리로 지루하지 않게 깊이가 있으면서 설교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 대안을 차근차근 제시한다. 여기서 저자는 학자적이거나 객관적 입장에서 동화와 설화를 분석하기 보다 자신의 꿈과 체험까지를 글 속에 담아내면서 친근한 인간미를 보여주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중년이 겪는 사회적 책임의식, 성 역할의 혼란, 오이디푸스 갈등, 유머, 고통 등을 다각적으로 조명하면서 중년의 인생을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따뜻한 자매애로 위기를 극복하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설명과 심리학적인 분석을 곁들인 <젊은 여성을 위한 심리 동화, Waking the world : classic tales of women and the heroic feminine(1997) >와 <영웅을 넘어서, Beyond the Hero: Classic Stories of Men in Search of Soul(1995)>, <어른스러움의 진실, In the ever after(1989)> 등이 있다.




2. 이 책을 읽고


이 책은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이 책은 나의 중년에 대하여 천천히 그리고 심도깊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줌과 동시에 중년의 의미, 역할, 현상, 받아들임의 방법등을 직접 깨달을 수 있게 해 준 책이다. 이를 통하여 마음 속 깊은 울림을 경험할 수 있었고 내면에서의 움직임에 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한마디로 나는 이 책을 통해 중년으로서의 새로운 삶, 가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할 수 있다.


무려 10년 전인 2008년에 나는, 변화경영연구소 4기 연구원 1차 응시원서에 이 책을 가장 감명깊이 읽었던 책 한권으로 꼽았고 그 감상을 적었었다. 그 글을 여기에 옮겨본다.



● 가장 감명깊이 읽었던 책 한 권에 대한 요약과 왜 좋았는지에 대한 생각

작년에 드디어 40세, 불혹의 나이를 맞았습니다. 태어나 지금까지 삶을 살아오며 가장 위기의 시간이자 결단을 내려야만 할 때를 맞이했다고 생각했습니다. 40세의 나이가 주는 의무감, 책임감이 제 어깨를 마구 누르고만 있었습니다. 뭔가 해야만 했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곧 50, 60세를 금방 채우고, 인생을 마감해야 하는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계속해서 밀려왔습니다.


그동안 해 왔던 꾸준한 자기계발의 노력들도 이 거대한 두려움 앞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동안 했던 노력들이 제 스스로 판단했을 때 제 모든 것을 걸고 한 도전이 아니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체계적인 일관성 없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좋다는 쪽만 쫓아다니는 '유행성 자기계발 증후군'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많은 시간은 투입되었으나 실제 변화되는 모습은 하나도 없이 자기계발 관련 지식만 쌓여가는 '헛똑똑이'가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때 내 스스로를 이겨내기 위해 도전한 것이 작년의 연구원 도전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떨어졌지만 이때 제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연구원의 4번째 도서인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이란 책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온, 오프라인 서점에는 절판되어 중고서적 전문가게를 통하여 어렵게 구한 책인만큼 낡고 오래된 책이었지만 그 내용만큼은 몹시 힘들던 제게 삶에 있어 중년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일깨워 주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책 초반에 이야기 하나가 나옵니다. 그 이야기를 옮깁니다.


  「인생의 시간 동안에 The Duration of Life」중 이야기 하나


"신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모든 짐승들이 30년은 당연히 살도록 명한다. 하지만 짐을 나르는 것이 벅차다고 많이 알려진 당나귀는 자신이 일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오래 살도록 청한다. 하느님은 그가 18년을 더 살도록 허락한다. 반면에 개는 늙는 것이 두려워 30년 중에 몇 년은 오히려 감해 주도록 청한다. 하느님은 그렇게 하도록 명한다. 원숭이 역시 늙는 것이 두려워 더 빨리 죽게 해도록 청했고 하느님은 친절하게도 10년을 감해 준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나타나서 30년은 너무 짧다고 말한다. 하느님은 당나귀에게서 18년을 빼앗아 주었지만 사람은 여전히 만족을 못하자 개와 원숭이로부터 나이를 빼앗아 준다. 따라서 인간은 첫 30년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산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들의 본래 인생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에 당나귀에게서 빼앗은 18년을 더 살기 때문에 쉬지 않고 일하고 채찍질을 당하며 일상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다음의 12년은 개에게서 받았기 때문에 불 곁에 앉아 웅얼거리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숭이로부터 받은 나이가 되었을 대 사람들은 자기가 좋은 대로 행동을 한다."


이 책은 중년을 위한 동화입니다. 중년을 맞이하여 정체성을 잃어감과 동시에 자꾸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변하여 가는 모습에 대하여 괴로워만 하지 말고 중년 그대로를 받아 들이라고 이야기 해 주는 책입니다. 작가는 중년을 여행에 빗대어 '중년의 여행은 근본적으로 내적 탐험이며 무의식으로의 순례 여행이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이러한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로 중년의 삶이 당나귀의 삶과 같기 때문이라고 역설합니다. 중년의 삶은 고통 그 자체이며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전복이 일어나고, 인간은 이로써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랬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저는 여지까지 당나귀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단지 눈앞에 보이는 어려움만 해결하면 좀 살만하다고 생각하며, 때로는 ‘사는게 다 그런거지’ 자위하며 그렇게만 살아왔습니다. 그게 다 인줄만 알고 살아왔습니다. ‘평범한게 좋은거지’하며 범생이의 삶을 추구하며 살아왔습니다. 나 다운 나, 자기다움을 찾지 못하고 아니,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인생의 중심점을 나의 기준이 아닌, 남의 기준에 맞추어 살아왔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 당나귀의 모습입니다. 이제 두 번째 인생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려 합니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습니다. 이 순간이 지나면 저는 당나귀에서 개로, 다시 개에서 원숭이로 변하고 말 것입니다.


“쉬지 않는 모색은 중년과 중년의 이야기의 주제이다. 그리고 바로 이 중간 지점의 정신이 통합과 변환 그리고 인생 그 자체인 것이다."


두 번째 인생으로의 여행을 통하여 이제 나 다운 나를 찾으려 합니다. 끊임없는 모색을 통해 변화할 것입니다. 그래서 가장 나다운 삶, 인생 그리고 나만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당나귀의 삶을 끊어 버리고 인간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합니다. 제게 있어 중년은 노년의 아름다움을 꾸며 나갈 시발점이 되어 줄 것입니다.



추천사


아래의 글은 이 책에 대한 추천사이다. 누구의 추천사일까?


캘리포니아 정신분석학과 교수인 알랜 치넨(Allan B. Chinen)의 ‘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황금가지, 1999)은 중년을 위한 필독서다. 이나미 선생의 번역 또한 돋보인다. 이 책 역시 슬슬 옛날이야기를 읽듯 읽기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이 속엔 숨겨진 일상의 진실이 있다. 중년이 된 여자와 남자의 반전에 대한 이해와 내면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 마법의 힘을 돌려줄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2000년 7월 주간동아)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에는 ‘30대 이후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16 가지 이야기’라는 한국어판 부제가 달려 있다.  원본의 부제 보다 한국어판 부제가 더 잘 어울린다.  이 책은 늙지도 젊지도 않은 중년을 위한 고전적인 이야기책이다.  젊고 용감한 왕자와 아름다운 여인의 결혼식으로 끝나는 해피엔딩의 후속편 즉 ‘ 왕자가 늙어 대머리가 되고 공주가 중년의 위기에 처한’ 이야기들을 다룬다.  저자는 일상의 걱정들이 내적 성찰을 방해할 수 밖에 없는 중년에 들어서서는 이야기가 특히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정신의학자다.  왜냐하면 이야기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가치관이나 이성적 사고를 잠시 멈추게 하여 그 무의식이 자유롭게 드러날 수 있도록 놓아두는 일종의 주술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과 그 해설을 통해 매일의 경험 속에서 우리가 중년 이후 잃어버린 마술적 힘을 발견하고 싶어진다.

(2004. 8월 뉴스위크)


바로 故구본형선생님의 추천사이다. 선생님이 이 책을 3기 연구원에 이어 4기 연구원의 정규 커리큘럼에 넣은 이유가 바로 추천사에 들어있다. ‘숨겨진 일상의 진실’, ‘중년에 대한 이해’, ‘내면적 성찰’, ‘잃어버린 마법의 힘’ 이러한 주제들이 모두 이 책 한권 안에 숨어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중년을 위한 필독서’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선생님이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2000년에 쓰시고 다시 2004년에도 쓰신 것(다른 곳에서도 쓰셨으리라 생각은 되지만)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 책의 효용가치는 매우 뛰어나며, 내 또래의 연령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꼭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은 책 중의 한권이다.



이 책의 구성은


목차 

제1부 서른 이후, 젊음의 마법을 풀어놓다


1. 젊음의 마법을 상실하는 중년(요정과 구두장이 - 독일)

2. 중년기에 잃은 젊음의 이상들(마술 주머니 - 한국)

3. 젊음의 마법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어부와 언어 - 웨일즈)


제2부 서른 이후, 남자가 가는 길과 여자가 가는 길


1. 중년 남녀의 성역할 바꾸기(고집쟁이 남편과 아내 - 페르시아)

2. 중년기의 여성 해방(왕이 된 부인 - 중국의 위구르 문화권의 이야기)

3. 중년의 남자와 여자(피리 부는 왕비 - 러시아 민담)


제3부 서른 이후, 운명을 받아들이다


1. 중년에 바라보는 죽음(죽음을 피할 수 없는 왕 - 중국)

2. 죽음과 중년의 내면 여행(죽고 싶지 않은 남자 - 일본)

3.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중년(운명의 신 - 달마시아)

4. 중년기의 오이디푸스 갈등(운명을 이기려는 왕 - 인도)


제4부 서른 이후, 삶을 깨닫다


1. 젊음의 추상적 이성 vs. 중년의 실리적 지혜(현명한 대답 - 러시아)

2. 악마의 도전에 대한 중년의 방어(솔로몬의 충고 - 이탈리아)

3. 중년의 유머와 기지(밀고자 - 일본)

4. 중년의 고통과 치유(돌무덤 - 모로코)

5. 재생과 지하 세계(뼈 맞추는 사람 - 일본)

6. 인생의 샘(황금나무 - 인도의 유대인 전설)


에필로그 - 중년의 길

역자 후기


구성을 보고 있노라면 참 절묘하게 잘 배치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 구성을 살펴본다면 ‘제1부 서른 이후, 젊음의 마법을 풀어놓다’ 편에서는 일반 중년들이 고민하고 갈등하게 되는 젊음의 마법 즉, 젊음을 놓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위한 동화 3편을 배치하여 왜 중년의 초입에 ‘젊음’과 자꾸 충돌하게 되고 엇박자가 나게 되는지를 설명함과 동시에 어떻게 조화를 해 나가야하며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마법의 상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제2부 서른 이후, 남자가 가는 길과 여자가 가는 길’에서는 왜 남자와 여자가 중년이 돼서는 성역할의 전환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3편의 동화를 통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기존 과학적인 측면의 접근이 아닌 정신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우리는 성역할의 전환 즉, 중년이후 남자는 점점 여성화되고 여자는 남성화되는 경향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제3부 서른 이후, 운명을 받아들이다’편에서는 중년이후 자연스럽게 더욱 더 가까워지는 죽음에 대해 알아보고 어떻게 그 죽음을 대처해나가야 하는지 또한 중년 이후의 삶에서 운명이란 무엇이며 그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다소 철학적 질문에 대해 동화 4편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여기에서 정해진 것에 반대로 거슬러 가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조화해 나갈 것을 부드러운 어조로 이야기 하고 있다.


‘제4부 서른 이후, 삶을 깨닫다’에서는 앞으로 중년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중년의 삶은 필히 젊은이의 삶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다 성숙해져야만 할 것이며 젊음에게는 없는 중년만의 지혜를 가지고 삶을 맞이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그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중년에게 유머란 꽤 중요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4가지 주제는 기-승-전-결의 전개방식을 떠오르게 한다. 도입, 전개 그리고 절정을 거쳐 마지막 결론까지 가는 이러한 고전적 전개방식이 이 중년의 동화 이야기와 잘 어울려 전체적인 책의 구성을 탄탄하게 해주고 있다. 또한 편중된 지역만의 동화가 아닌 전세계에서 골고루 뽑은 동화는 공통된 주제를 나타냄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의 색깔을 잘 나타내어 마치 같은 음식을 다른 지역에서 먹는 것처럼 이야기마다의 독특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왜 이 책이 좋은가


‘원고를 쓰다보니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진 것 같았다. 책은 너무 지적인 면만 강조하고 거리를 지나치게 둔 느낌도 들었고 우선 생명력이 없었다. (중략) 그때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쓴 글에는 중년에 관한 나 자신의 사적인 경험들, 감정들 그리고 생각들이 빠졌던 것이다. (중략) 나는 이 책을 마음으로,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감정을 가지고 쓸 필요가 있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여성적이라고 간주된 <감정>이나 <사적반응> 혹은 <관계>같은 것들을 탐구한다는 뜻이었다. (중략) 내가 쓰고 있던 중년의 이야기에서 반복적으로 이미 해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작업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이해하는 데 몇 달이 걸리다니! 나는 단지 이들 이야기를 잘 듣고 진실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했었다. (중략) 결국, 나는 다시 시작했다. 지난 몇 해 동안 내가 간직해 온 의학 잡지들을 다 읽고 난 후 내 사적인 경험들을 그려가면서 다시 이 책을 쓴 것이다. 나는 이러는 중에서 내 자신의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여성적인 측면을 만족시킨 것이다.(78-79P)'


책을 출간하는 것은 아이의 출산과 같다고 한다. 머릿속, 가슴속, 머릿속에 있는 모든 사상과 개념, 이해, 사고와 진실, 경험, 자신의 내면까지 모두 다 드러내지 않으면 그것은 제대로 된 책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많은 책들이 그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저기 좋은 부분만 편집하여 갖다 붙이고 혹 하는 제목을 붙인 후 마케팅에만 주력한다. 책에 내용이 없고 장식만 있는 것이다.


위의 인용은 작가의 진실고백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인 알랜 치넨은 글을 쓰던 도중 이 생각을 하고 많은 부분의 내용을 다시 썼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작가의 고백대로 실제로 이 책에는 16편의 우화외에 정신과 의사로써 겪은 여러 환자들의 실제사례, 자신의 꿈과 실제 이야기 등 여러 가지의 현실적인 예를 들음으로써 우화가 가지는 한계성을 현실과 접목하여 보다 사실적, 실용적 내용이 되도록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보다 더 진실된 마음으로 글을 풀어나가려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큰 힘이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좋은 것이고, 더 잘 읽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자인 이미나님의 능력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역시 같은 전공을 가진 사람이 번역을 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말로 쓰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는 책, 번역본을 읽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얼마나 아쉽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했는가!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이 하나도 없다 말할 수 있다. 또한 정신심리학이란 다소 어려운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역시 역자의 능력덕분이라고 하겠다. 그만큼 역자가 저자의 의중을 거의 대부분 이해하고 번역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마지막으로 이 책은 중년에 대한 문제를 치료해 주는 책으로서의 역할까지 한다. 치료란 큰 것이 아니다. 마음의 고민, 갈등을 해결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 나는 중년의 실체를 제대로 몰랐었다. 그냥 40이란 숫자 그리고 어깨를 누르는 무언지 모를 책임감이 부담스러웠었다. 앞으로의 미래가 두려웠으며 다가올 삶의 모습이 웬지 불안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내게 ‘중년이란 그런거야. 너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야. 그러니 너무 걱정만 하지 말고 너의 내면을 찾는 여행을 떠나봐. 그 여행 동안 너는 더욱 성숙해지고 중년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될거야’라고 말해주었다. 그것으로 나는 무언지 모를 두려움을 떨칠 수 있게 되었다.



마무리


…중년이란, 짐을 잔뜩 싣고 가는 당나귀일 뿐이다. 그러나 바로 이때 조금 더 어렵고 깊이 있는 전복이 일어난다. 짐만 싣고 살아야 하는 당나귀와는 달리, 인간은 두 번째 인생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293P)


중년은... 그리고 인간은 두 번째 인생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자신을 찾아 내면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야만 하는 어렵고 힘든 여행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여행을 하느냐 마느냐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대로 사회의 요구대로 피동적인 모습, 당나귀로 남은 시간을 살다가 갈 것인가. 어떤 길인지 모르지만 내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적극적 모습으로 살기 위해 자신을 던질 것인가. 여행이란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상 못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욱 설레여 지는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야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줄 알았지만 우리 인간이야 더 넓은 세상, 새로운 삶이 있음을 이미 인지하고 있지 아니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건 안정 뒤로 꼭꼭 감추어 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그 두려움 때문에 수 많은 인간들이 죽음을 앞두고 ‘그때 조금만 더 용기를 내었더라면..’하고 아쉬운 한숨을 토해내는 것이 아닐까. 어차피 우리네 인생은 무덤이라는 목적지가 정해진 긴 여행이며, 각본 없는 드라마틱한 여행의 시간들이 결국 우리네 인생인 것이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mapio.net/pic/p-24334042/)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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