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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y 02. 2017

산 너머 강촌에는,
자전거길이 참 좋더라~

강촌-춘천간 북한강 자전거길 24Km를 달려보다


강촌(江村)에 가다


지난 토요일, 디톡스 프로그램 <꿈토핑더비움> 1기 멤버들과 강촌을 다녀왔습니다. 강촌(江村). 풀이하면 강마을이란 이름의 이곳을 대체 얼마 만에 다시 온 건지... 대학시절 대성리, 강촌 등으로 MT(Membership Training)을 다니던 그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던 청춘의 시간들이었죠.     


강촌은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더군요. 일단 강촌까지 일반 기차가 아닌, 수도권 전철이 다닌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물론 그로 인한 접근성이 훨씬 더 좋아졌고요. 기차도 물론 다니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일반 열차가 아닌 ITX가 다니고 있어 더 빠르고 편리해졌다 할 수 있었습니다.     


가평-춘천까지의 북한강 자전거길 지도


우리가 강촌으로 간 이유는 자전거 하이킹을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꿈토핑더비움’의 운영자인 정양수 원장님이 강촌에서 춘천까지 약 24Km의 자전거길 풍광이 아주 좋으니, 디톡스 프로그램이 끝난 후 같이 가면 어떻게냐 제안을 했었지요. 거절할 우리가 아니지요. 당근 쌍수를 들어 환영했습니다. 그렇게 햇빛이 화창하다 못해 눈부신 4월의 마지막 주말, 우리는 자전거에 몸을 싣고 강촌에서 춘천까지 힘찬 한걸음을 굴렀습니다.



아카시아, 자전거, 통학길, 꽃내음..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니 문득 옛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자전거로 통학을 했습니다. 학교가 멀어 버스를 타고 다녀야만 했지만, 아버지가 괜찮은 중고 자전거를 사주신 이후로 학교까지 약 1시간 가까운 거리를 매일 자전거로 다니게 되었지요. 물론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덕분에 제 허벅지만큼은 아직도 웬만한 사람 못지 않게 굵지요.^^     


자전거 통학을 하며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5월의 아카시아꽃입니다. 학교 가는 길 주변 산에 피어있던 아카시아 향기가 얼마나 진하던지, 매년 5월이 되면 너무너무 행복해졌습니다. 하교길에는 자전거를 세우고 아카시아꽃을 따 그 진한 향기를 맡거나 종종 그 꽃잎을 맛보기도 했지요. 뭐랄까요, 싱싱한 식물특유의 상큼함과 달콤함 그리고 약간의 비릿함이 뒤섞인 맛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입 안에 가득 씹히는 꽃잎의 부드러움은 그 무엇과도 비할 데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5월만 되면, 아카시아, 꽃내음, 자전거, 통학길이 떠올려집니다.          



내 몸에 부딪혀오는 이 바람이, 이 순간이 좋구나, 감동이구나


강촌 초입의 북한강 자전거 길


강촌에서 춘천까지의 자전거길은 멋지게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북한강변을 따라 잘 정비된 자전거 길은 꼭 자전거가 아니더라도 산책길로도 손색없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다니는 사람들 또한 많지 않으니 그야말로 하이킹 할 맛이 나더군요. 정양수 원장님 말로는 서울서 가까운 팔당댐 주변은 사람들로 항상 복잡복잡한데 비해, 이곳 강촌은 아무래도 거리상 서울에서 조금 멀다는 느낌이 있다보니 이렇듯 주말에도 한적함을 맛 볼 수 있다네요.     


자전거길 바로 옆에 위치한 애니메이션 박물관


1차 휴식은 자전거길 바로 옆에 위치한 애니메이션 박물관에서 가졌습니다. 얼려온 맥주가 녹지 않아 거품만 가득했는데, 그 맛 또한 일품이었습니다.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화창한 햇빛과 더불어 같이 한 사람들의 모습들 또한 반짝반짝 빛나는 듯 했습니다. 아,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그냥 동료들과 하이킹을 한 것이 아니라, 별들과 소풍을 다녀온 듯 싶군요!^^     


휴식을 끝내고 다시 출발하며 맞이한 자전거길의 풍광은 더 기가 막혔습니다. 특히나 이곳! 아~ 의암호를 제대로 맛보게 하기 위해 호수 위로 나무데크 자전거길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그 아름다움이 기획자의 아이디어를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를 정돕니다. 아마 저처럼 이 길을 지나간 모든 하이커들이 그 분에게 마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했을 겁니다. 덕분에 이 풍광은 제 마음에 한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의암호 나무데크 자전거길


의암호 나무데크 자전거길


하이킹을 하며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아, 내 몸에 부딪혀오는 이 바람이 좋구나. 시원한 강바람이라 더 좋구나. 탁 트인 북한강의 풍광이 눈까지 즐겁게 해주는구나. 게다가 같이 하는 사람들 또한 좋으니 이 순간순간이 참으로 행복하구나. 그야말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구나. 삶이란 이래서 살아볼 만한 것인가 보구나. 내가 몰랐던 것, 할 수 없었던 것,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누군가의 권유로, 제안으로 이렇듯 함께 해볼 수 있다니, 이 또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니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감동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봅니다.          


춘천 소양강 처녀 동상


춘천으로 진입하는 신매대교와 소양2교를 지나, 소양강 처녀 동상에서 사진을 찍은 후 춘천역에 도착함으로써 우리의 여정은 끝났습니다. 3시간 여의 짧은 하이킹이었지만, 마치 하루 종일을 달려온 듯 성취감 또한 진하게 느껴졌죠. 춘천역에서 자전거를 전철에 실어 강촌역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근처 식당에서 닭갈비와 막국수를 먹었죠. 아, 막걸리 한잔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축하주니까요. 맛이 기가 막힙니다. 게다가 배까지 적당히 고파주니, 오늘은 하이킹도, 수다도, 풍광도, 함께 한 사람들도 게다가 음식 맛까지 모두 다 더할나위 없이 최고인 하루가 되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한가지 과제를 떠올렸습니다. 올 가을 혹은 내년 봄에는 아내와 함께 꼭 한번 와보고 싶어졌죠. 아,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네요. 아직 아내가 자전거를 못타거든요. 먼저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잘 알려줘야겠죠. 그리고 이 길은 가족이 함께 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멋진 풍광을 가족이 함께 달리는 것도 아주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테니까요. 만약 안 가보셨다면, 강촌~춘천 자전거길 꼭 한번 경험해 보세요. 정말 강추에 강추입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heaven375.tistory.com/tag/%EC%B6%98%EC%B2%9C%EC%9E%90%EC%A0%84%EA%B1%B0%EA%B8%B8)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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