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May 08. 2017

청국장집에서 나눈
사장님과의 유익한 대화

저는 사장빠(?)입니다~^^



저는 사장빠(?)입니다


저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사장님을 참 좋아합니다.     


칼럼 첫 문장이 좀 거시기(?)하죠?^^ 요즘 용어로 사장빠(?)가 하는 말 같지 않나요? 하지만 말입니다, 좋은 걸 좋다고 해야지 뭐라 하겠습니까? 중요한 건 왜 좋아하느냐 하는 이유일 겁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제게는 단 하나, 권위의식이 없어 친형처럼 대할 수 있고, 그와 함께 마음까지 잘 통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은 시간될 때마다 종종 부서장들과 1대 1로 점심식사를 합니다. 비서를 통해 점심을 같이 해도 되는 지 물어보시지요. 저도 가끔 그렇게 점심을 먹곤 하는데, 최근엔 지난 목요일이 그랬습니다. 사장님과 점심을 같이 하게 되었죠. 대부분의 경우 사장님과 식사를 하게 되면 메뉴 선택권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뭘 먹어야 할까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되는데, 이 날은 ‘청국장’을 떠올렸습니다.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자 건강식이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죠. 역시나 사장님 또한 흔쾌히 좋다고 하시네요. 그렇게 사장님과 향기 좋은(?) 청국장집에서 점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묻지마 스카웃 당한 이유가..


사장님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6년이었습니다. 당시 본사 지원팀 팀장이었던 사장님이 저를 부서의 차석 팀원으로 끌어들이면서부터였죠. 그런데 재미있었던 점은 그전까지 전 사장님과 제대로 된 대화 한번 나눠본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이른바 ‘묻지마 스카웃(!)’ 뭐, 이런 걸 수도 있었죠.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고, 가끔 얼굴을 마주치거나 아주 짧은 대화를 나눴던 적은 있었습니다. 바로 회사 지하에 위치한 헬스장에서 였죠.     

지금은 주로 저녁에 운동을 하지만, 당시만 해도 아침시간에 운동을 했었습니다.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6시 반쯤 나와, 8시까지 운동을 했었죠. 꽤나 열심히 했었습니다. 아마도 그 꾸준함이 눈에 띄었었나 봅니다. 가끔 운동을 하러 오시던 사장님(당시 팀장님)과 얼굴을 익히게 되었고, 샤워 후 벌거벗은 채(?)로 몇 마디씩 짧은 대화도 나누곤 했었으니까요. 저를 스카웃한 이유가 꼭 ‘그것 때문이다’라는 말씀은 안하셨지만, 아마 그때의 기억이 남았기 때문 아닐까 제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함께 근무한 시간은 딱 1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년 후 당시 팀장님이 계열사의 임원으로 이동하게 됨으로써, 팀장대 팀원으로써의 인연은 끝이 났죠. 저도 그 이듬해에는 타 부서로 옮기게 되었고요. 사장님은 전보 후 2년 뒤에 다시 지금 회사의 임원으로 컴백했다가, 2년 전에는 마침내 사장의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죠. 입사한 지 24년 만으로, 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는 가장 빠른 승진이라고 하네요.          



시대적 변화는 세대교체를 요구한다


청국장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아무래도 시기가 시기인만큼 대선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2가지 이야기가 주가 되었습니다. 하나는 특정 나이드신 분들의 아집에 대한 이야기였죠. 시대적 변화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본인들의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할 뿐 아니라 중요한 단어 중 하나는 ‘세대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의 인생에서는 언제까지나 자신이 주인공이겠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만큼은 계속해서 주인공이 바뀌는 무대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능력있는 젊은 사람에게 그 자리를 물려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즉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일어나야만 이 사회가 더욱 잘 순환되고 성장한다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로하신 분들의 자연스러운 퇴진, 아름다운 은퇴는 현 젊은이들게 보다 더 능력을 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주게 될 것이며, 기회를 얻게 된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이 세상을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만들어 가게 될 겁니다.     


다른 하나는 사회 고위층에 있는 분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문제는 그 분들이 명함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지위 혹은 위치와 스스로를 동격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자신 앞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따르는 이유가 바로 ‘자신’이 대단하기 때문이라는 착각(어쩌면 착각 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 그럴 수도 있겠죠) 속에 산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그 위치에서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내려오게 되면, 그분들은 상실감이 대단히 클 수 밖에 없으며, 남은 인생 또한 과거의 좋았던 시절에 대한 추억만 곱씹으며 살아간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어리석은 생각의 발로라 할 수 있죠.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결코 사회적 지위나 계급이 자신을 대변해주지 못합니다. 나이가 들어 그 자리에서 물러난 후, 자신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여전히 사람들이 자신을 떠받들어 줄까요? 과거 중견기업 CEO가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대표이사일 때는 귀찮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오더니, 은퇴한 이후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발길을 다 끊더라는 이야기. 이는 꼭 고위층에 계신 분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만은 아닐 듯 합니다. 평범한 우리들 또한 직장을 그만둔 후, 혹은 일에서 은퇴한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주제가 아닐까 합니다. 결국 자신의 인생에 남는 것은 ‘따스한 온기를 나눌 사람’ 밖에 없을 테니까요.          




어쩌면 청국장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주제긴 했지만, 사장님과 꽤나 열띤 이야기를 나누었던 듯 싶습니다. 역시나 좋았던 점은 사장님의 열린 생각과 정신적으로 나이먹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젊어지기 위해, 그리고 젊게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모습 덕분에 이야기가 잘 통했던 것 같습니다. 뭐랄까요, 마치 친근한 형님과 대화를 나눈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조금은 어려울 수 있었던 시간이 꽤나 훌쩍 지나갔더군요. 제게는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는데, 사장님 또한 그랬겠죠? 그래야 다음에도 또 맛있는 점심을 얻어 먹을 수 있을텐니 말이죠.^^     


아, 그리고 작은 에피소드 하나. 찾아간 청국장집의 사장님께서 저희 사장님을 잘 알고 계시더군요.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셨냐며 반기실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일까요? 식사 후 계산을 하는데 특별히 계란후라이 2개 값은 서비스로 해주시네요. 사장님 덕분에 2,000원(원래는 공짜였는데, 계란값 파동으로 하나에 1,000원씩 받습니다...) 굳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조금 불만이 생기네요. 제가 지난 2월부터 디톡스 프로그램을 하며 이 식당의 단골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번도 계란후라이 서비스를 해준 적이 없었거든요. 저도 다음엔 서비스 해달라고 졸라봐야겠습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kwon-blog.tistory.com/1704)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매거진의 이전글 멋드러진 인생 6막을 살아갈 그를 기대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