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과 서민 경기의 안타까운 불일치성
우리는 지금 불황과 저성장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장기 불황으로 인한 고통은 잘 나가는 몇몇 특정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개인사업, 자영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까지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많은 이들이 경제에 관한 한 작지만 간절한 희망으로 어서 빨리 경기가 좋아져 지금의 고통이 해소되거나 혹은 완화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자, 여기에서 한번 생각해 봅시다.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이 말은 사람 몸속의 혈액이 막히지 않고 잘 순환되는 것처럼, 화폐(돈)가 기업, 정부, 개인의 3자 구도 사이에서 잘 유통되고 있다는 뜻과도 같습니다. 이럴 경우 대개 경제는 정체되지 않고, 경제지표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밑바탕이 되어야만 사회와 국가가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며, 이러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 매년 정부에서는 예산 증액, 금리조정, 소비촉진, 부동산 정책 등 경기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는 겁니다. 그렇죠?
자, 이처럼 우리가 반드시 필요할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제성장, 오늘은 이 경제성장이란 키워드에 대해 일반적으로 보는 시각과는 다른,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경제성장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죠. 대개 한 국가의 경제성장 여부는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으로 측정되는데, 이는 국적 상관없이 국내에서 이루어진 모든 생산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GDP 수치를 전년도와 비교함으로써, 증가 혹은 감소된 비율을 우리는 ‘경제성장률’이라 부르죠. 즉 경제성장률이란 국내총생산이 과거 대비 얼마나 증감되었는 지를 알아보는 수치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경제가 얼마나 성장되었는지 혹은 역행하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GDP를 총 인구수로 나눌 경우 1인당 GDP가 되는데, 이 수치는 한 나라의 국민이 어느 정도 수준의 삶을 누리고 있는 지 알아볼 수 있는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인당 GDP가 약 4만 달러를 넘어서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평가하기도 합니다. 아래의 표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과 1인당 GDP를 1970년부터 현재까지 정리해 놓은 표인데요, 수치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굴곡을 확연히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e-나라지표)
먼저 경제성장률부터 살펴보죠. 1970년부터 외환위기 바로 전년도인 1997년까지 무려 28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거의 두 자릿수에 육박했습니다. 실제로 11번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고, 1973년에는 무려 14.8%라는,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성장률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98년에는 -5.5%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는데, 잘 아시는 바와 같이 IMF 외환위기 때문이었죠. 당시 IMF에서는 고작(?) 195억 달러를 빌려주는 대가로, 대한민국 경제에 대한 고강도 긴축 및 고금리 유지, 기업을 비롯한 금융권 구조조정 등 한 국가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부정적인) 지나친 사항들을 요구했었죠. 그 덕(?)에 현재의 대한민국 경제가 많이 망가진 거고요(IMF가 대한민국 경제를 어떻게 망쳐 놓았는 지에 대해서는 제 칼럼 중 하나인 ‘외환위기, 그때 그랬더라면...’[https://brunch.co.kr/@bang1999/11]을 읽어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빠르게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후 경제성장률은 다시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기록하기 힘들어졌는데, 이는 과거가 소위 굴뚝으로 대변되는 산업화 사회로 대부분의 산업분야가 고르고 빠르게 성장하는 사회였음에 반해, 2000년대부터는 IT와 같은 고집약적, 고부가가치의 전자, 인터넷, 금융 등의 산업만이 주로 성장하는 사회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특대형 태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자, 성장률은 다시 바닥으로 주저앉게 됩니다. 2008년 2.9%, 2009년에는 0.7%로 간신히 마이너스 성장만 면하게 되죠. 그 이후부터는 3%대, 그리고 2016년에는 2.8%, 올해는 약 2% 중반의 저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1인당 GDP를 살펴볼까요? 경제성장률과 비교하여 대한민국의 1인당 GDP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70년~97년까지 매년 7~8%대의 성장세를 보이다 외환위기였던 98년에는 전년도인 97년보다 96만 원 감소한 1,463만 원을 기록함으로써 마이너스를 기록했죠. 그리고 평균 4~5%대의 성장 후 금융위기에는 다시 08년 2.1%, 09년 0.2%로 성장이 정체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이후로 3%대의 성장을 하지 못함으로써, 정부에서 그토록 원하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죠.
자, 이쯤에서 질문 하나를 드려 보겠습니다. 경제성장률 수치가 올라가면 대한민국의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며, 경기 또한 살아났다 판단할 수 있는 걸까요? 일반적으로 생각할 땐 그렇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란 지표가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여기에는 수치의 오류이자 착시현상이 숨어 있습니다. 또한 경제사(經濟史)를 거슬러 산업의 변화까지 감안한다면, 이제는 더 이상 경제성장률로만 경제성장을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고 봐야만 합니다. 여기에 더해 실질적 경제성장을 할지라도, 그 성장의 혜택이 과연 예전처럼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분배될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까지 고려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으로 경기가 좋아진다는 의미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경제성장과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 그리고 분배에 대한 관계까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2가지 경제사적 큰 변화의 흐름을 머리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70~90년 중반까지 고성장을 기록했다가 외환위기를 거친 후 중간 성장 그리고 금융위기를 통과하며 이제는 저성장에 들어섰음을 확연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과거의 고성장은 7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국제무역이 활성화됨으로써 미국과 유럽이 선도하고, 나머지 국가들도 그에 발맞추어 시작된 것인데요, 여기에는 중국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낮은 인건비가 전 세계 제품의 원가를 낮춤으로써 소비자본주의가 정착하는데 한 몫을 했다 할 수 있죠. 하지만 중국의 인건비가 올라가자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저비용 국가로 많은 글로벌 공장들이 이전하였으며, 현재도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부족해 이제는 아프리카 개발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죠. 만약 아프리카까지 개발된다면, 그 이후부터의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달뿐 아니라 금성과 화성도 개발해야만 되는 것 아닐까요? 대체 성장의 끝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이며, 그 와중에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환경파괴는 경제성장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자위해야만 하는 걸까요?
왜냐하면 전 세계적인 소득 불균형이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죠. 대한민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료에 의하면 1974년 한국의 1인당 GDP는 290만 원이었지만, 약 40년이 흐른 2016년에는 2,943만 원을 기록했죠. 무려 10배를 넘는 성장입니다. 이 수치로 따진다면 모든 국민이 40년 전에 비해 10배는 더 윤택하게 살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일부 성장의 혜택을 얻은 부분도 있지만,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걱정 근심이 많아지고 삶도 팍팍해지지 않았나요? 과연 이것이 경제성장이 우리를 위해 마련한 큰 선물이며, 1인당 GDP가 늘어난 만큼 더 풍요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2편에서 계속..)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news.zum.com/articles/29553508?c=03)
* 이 글은 핀테크기업 '레이니스트'의 온라인 매거진 <뱅크샐러드>에 수록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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