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으로 만들어 가는 나만의 스페셜한 인생!
오늘 칼럼은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다소 아리송하죠? 만약 본능이라 한다면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먹는 것, 자는 것 그리고 자신의 2세를 얻고자 하는 것과 같은 선상에 있다 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본능이 아니라면, 행복은 태어나 살아가며 얻게 되는 하나의 욕망이라 봐야 할 겁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쉬울 듯 합니다. 인간이지만 거의 동물적인 본능을 지녔던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생각해 보죠. 호모 사피엔스는 일상에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았을까요? 글쎄요... 그럴 것 같진 않죠? 아마도 험난한 자연 환경에서 생존을 유지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집중하며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수렵생활을 통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면 굶어 죽을 수 밖에 없었을테니, 어떻게든 야생동물들을 잡아야 했을 겁니다. 또한 잠을 자야 하는데, 아무 곳에서 자다보면 맹수나 독을 가진 곤충들에게 습격당할 수 있으므로 보다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동굴과 같은 장소를 구해야 했을 거고요. 그리고 먹고, 자는 것이 해결되면서 자연스레 2세를 가지게 되었을 겁니다.
아마도 호모 사피엔스는 행복에 대한 정의를 내림과 동시에, ‘나는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직 추상적인 것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의도적인 추구는 아니었지만, 본능을 추구하는 삶 가운데에서도 분명 행복이란 감정은 느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야생동물을 잡아 와 식구들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할 때, 본능에 충실하긴 했겠지만 사랑을 나눌 때, 자신의 2세가 태어날 때 등등, 이럴 때는 그들 또한 무언가 가슴 가득 뿌듯한 충만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비록 언어가 없어 말은 못했겠지만, ‘꺅꺅~!’하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가슴을 두드리고, 춤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며 자신의 기쁨, 행복감을 표현하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본다면 행복을 완전한 본능의 하나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본능의 삶 가운데 적절히 잘 녹아져 들어가 있는 삶의 한 요소라고 볼 수는 있을 겁니다. 즉 우리가 의도적인 행복을 추구하진 않더라도, 일상에서 우리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얻을 수 있는 곳에 행복은 자리잡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주 칼럼, <'첫 경험', 많이 해보셨나요?(전편)>에서는 생각이 우리를 찾아오는 3단계 과정에 대해 이야기 드렸습니다. 1단계에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예외적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과의 마주침 그리고 경험을 2단계로 거치게 되면, 마지막 3단계에서는 그 경험에 대한 해석을 하게 됨으로써 생각이 일어나게 된다고 했죠.
행복이 우리를 찾아오는 과정 또한 유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혹은 기대했던 일이 일어나고, 그 일을 마주함과 동시에 경험하게 되며, 그리고 그 경험을 좋은 느낌으로 잘 받아들이게 되면 그게 바로 행복이라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볼까요? 어느 날 우연히 나갔던 모임에서 한 여자(남자)에게 호감을 가지게 됩니다(1단계). 2번, 3번, 만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호감은 커지고 깊어 가며, 결국엔 그 마음이 ‘사랑’임을 깨닫게 되죠. 그리고 마침내 큰 용기를 내어 그녀(그)에게 고백합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이죠(2단계). 그리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녀(그) 또한 나를 마음에 두었었다 화답해 줍니다. 그야말로 세상이 온통 핑크빛으로 물드는 순간입니다. 내 주위 전체가 행복이란 글자로 도배를 한 듯 느껴집니다(3단계).
어떤가요, 읽기만 해도 행복한 감정이 느껴지죠? 누구나 이런 행복한 감정을 최소 한, 두 번씩은 다 느껴보았을 겁니다. 특히나 당신이 현재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면, 필히 이 과정을 거쳤을 거고요. 맞죠?^^ 연애를 예로 들었지만, 연애를 통해서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은 우리의 인생 곳곳에 숨겨져 있다 할 수 있죠. 조금 속되게 표현하자면, 우리 주위에 널리고 널린 것이 행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깨어있는 각성과 그걸 찾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없기 때문에, 행복을 제대로 음미하며 살아가지 못하는 거죠.
그렇다면 일상의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행복은 감정의 일종이라 했습니다. 감정을 움직일 수 있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할 수 있는데,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첫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첫 경험’에서 ‘첫’이란 단어가 아주 중요한데요, ‘첫’, ‘처음’의 의미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고 기대되게 만든다는 겁니다. 생각해 볼까요? ‘첫 사랑’, ‘첫 경험’, ‘첫 여행’, ‘첫 음주(!)’, ‘초행길’, ‘첫 연주’, ‘첫 운전’... 어떤가요, 과거의 추억들이 당시의 설레임, 즐거움, 아스라함과 함께 밀려오죠? 이처럼 ‘첫’이란 단어에는 사람의 감정을 언제라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큰 힘이 담겨져 있다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첫 경험’을 해야 할까요? 노파심에서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첫 경험’은 인생을 살아가며 ‘처음’하는 것이라면 모두 ‘첫 경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머리털 나고 처음해보는 것이라면 ‘에브리씽 오케이’란 거죠. 사실 경험의 최고봉은 흔히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즉,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리스트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버킷 리스트’의 어려움은 시도가 쉽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만 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의 촉박성 또한 많이 떨어지죠. 그러다보니 자꾸 미루게 되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첫 경험’은 쉽고 가볍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 효과 또한 꽤 크다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작은 것들도 많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두개, 혹은 한달에 두, 세개씩 해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죠.
아래의 항목들은 지난 8월 오프모임에 에코 기본과정 멤버들이 제시한 ‘첫 경험’ 리스트 중 일부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특별하진 않죠?^^ 그저 소소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상당히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왜? 바로 ‘첫!’ 경험이니까요.
- 편도만 끊고 여행 떠나기
- 여행 일정 전혀 짜지 않고 시간 보내기
-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 먹어보기 (선지, 소구레 국밥 등)
- 비오는 날 베란다에서 비에 흠뻑 젖어보기
- 클럽가서 미친듯이 춤추고 놀기
- 마음에 드는 사람 집으로 저녁 초대하기
- 평소라면 절대 시도해보지 않을 것 같은 옷 사기
- 핸드폰없이 아침시간에 산책하기
- 시집 한 권 정해서 읽어보기
- 얼굴 모르는 사람에게 타로 봐주기
- 밤 운전 해보기
- 아들 일기, 딸 미술작품(그림책) 바인딩 만들기
- 나만의 요리 레시피 바인더 갖기
- 아소갤러리 관장님께 연락드려 약속잡기
- 시 한 수 외우기
- 혼자 청계산 정상까지 등산하기 혹은 서울 둘레길 1코스 마스터 하기
한 멤버는 ‘첫 경험’ 리스트를 만들며 이런 이유를 적어 놓았습니다.
“안에서의 자유로움을 한 번 느껴보고 싶고, 우연의 요소가 만들어 내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음. 또한 ‘참 인생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풀어진다'라는 말의 의미를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다.”
그녀는 혼자 만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편도만 끊고, 여행일정조차 전혀 짜지 않은 채 말이죠. 불안감이 엄습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삶은 매사 철저한 계획에 의해 움직였으니까요. 하지만 무계획이 계획이 되자 보다 자유롭게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고, 그 안으로 새로운 경험들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아마 평소 같았다면 결코 경험해 볼 수 없던 일이었을 겁니다. 또한 그녀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옷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하늘하늘한 우리나라 전통 옷 스타일인데 다소 특이한 벙거지형 모자와 초록색 앞치마가 너무너무 잘 어울려 보였습니다. 하지만 더 좋았던 건 그 옷을 입고 찍은 사진 속 그녀의 활짝 핀 미소였습니다. 누구도 그 사진을 보면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다른 멤버는 여행 중 우연히 대구의 아소갤러리란 곳을 알게 되었다 합니다. 그리고 한눈에 반했죠. 아소갤러리는 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로, 풀꽃 정원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녀는 아소갤러리가 매물로 나와 있다는 것을 듣게 되었고, 실례를 무릅쓰고 관장님을 만나보려 연락을 드렸죠. 갤러리가 아직 휴관 중이라 9월에 만나자는 답만 들었지만, 그녀는 여건이 된다면 과감히 서울집을 처분하고 아예 그곳으로 내려가 살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가족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녀의 삶에는 ‘첫 경험’으로 인해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아, 그녀를 부르는 호칭도 달라지게 되겠네요. “관장님”으로 말이죠.
‘첫 경험’ 어렵지 않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 바로 ‘첫 경험’입니다. 일상이 단조롭고 건조하시나요? 그러면 종이와 펜을 꺼내 일단 적어보세요. 머리털 나고 살아오며 한번도 해보지 못한 목록을 말이죠.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쉽고 만만한 것부터 하나씩 시도해 보세요. 분명 어제와 같았던 일상이 달라지게 될 겁니다. 내 삶에 이야기거리가 많아지고, 다채로워짐은 물론 아주 풍부해 질 겁니다.
삶은 일상의 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상과 일상이 모여져 삶을 이루죠. 여러분은 어떤 삶, 어떤 인생을 살길 원하시나요? 그저 평범하고 건조하며, 그저 다른 사람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범주 안에서만 살고 싶으신가요?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인데, 내 스스로 주도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만들어 가는 삶은 어제와는 다른, 여전히 소소하지만 그럼에도 ‘첫 경험’의 특별한 일상으로 채워져야 합니다. 그래야 누구의 인생도 아닌, 바로 나만의 스페셜한 인생이 펼쳐지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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