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통해 우리는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행복까지도!
제가 함께 하고 있는 경제/인문 공부 프로그램 ‘에코라이후 기본과정’의 지난 8월 오프 주제는 <첫 경험>이었는데요, 혹시 여러분들은 <첫 경험>하면 무슨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공석에서는 좀 얘기하기 삐리리(?)한 오래 전 추억부터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자전거를 처음 배웠을 때와 같은 기분 좋은 경험이 생각나시나요? 저는 이 <첫 경험>이란 주제에 대해 에코 기본과정 멤버들에게 다음과 같은 미션을 부여했습니다.
Step1. <첫 경험> 계획서를 7월말까지 오프게시판에 올릴 것
- <첫 경험>의 기준이란,
ㆍ반드시 세상에 태어나 머리털 나고 처음 해보는 일이어야 함
ㆍ단순히 돈을 주고 사는 것이나 소유하는 것이 아닌, 온리 소프트웨어적 측면만 허용됨
ㆍ만약 불가피하게 비용이 소요될 경우, 1만원 이하로 집행되어야 함
- <첫 경험>에 대한 항목은 최소 10가지 이상이어야 함
- <첫 경험>에 대한 항목은 제목과 함께 왜 그것을 하려 하는 지에 대한 이유를 적어 놓을 것
- 또한 각 항목별 시행일정을 잡아 놓을 것. 만약 준비가 필요하다면 준비기간 또한 잡을 것
Step2. <첫 경험> 실행하기(~8/18일까지)
- <첫 경험>을 실행하며 맘껏 느낄 것
Step3. <첫 경험> 소감 발표하기(8/19일)
- <첫 경험>을 실행하며 느낀 소감 발표
- 부족한 점이나 개선할 점, 그리고 더 해보고 싶은 <첫경험> 등등.
어떤가요, 아주 재밌어 보이지 않나요? 제가 이 주제를 잡은 이유는 <첫 경험>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우리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아주 큰 요소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한 수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이 <첫 경험>이야말로 큰 노력이나 비용없이도 행복을 제대로 느끼고 맛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한번 생각해 볼까요? 사실 우리는 일상이라는 틀에 갖혀 인생을 살아갑니다. 일상이라 함은 그저 하루가 특별함 없이 반복되는 것을 말합니다. 직장인의 일상을 보면, 평일의 대부분은 일에 매몰되어 회사에서 다 보냅니다. 저녁 시간조차 야근이란 명목으로 내 것이라 보기 어렵죠. 그러다보니 주말에만 시간을 내어 못 했던 것, 하고 싶은 것을 하지만, 그마저도 피로 때문에, 여러 행사 때문에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채우지 못합니다. 그렇게 대부분의 시간이 흘러가죠. 그러다 보니 일상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아니라 건조하고 답답하며 무의미한 시간처럼 느껴지게 되는 거죠. 당연히 여기에 행복이 끼어들긴 어려운 거고요.
그렇다면 이런 건조한 일상을 보다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일상을 바꿔갈 수 있을까요? 철학에서는 이러한 일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생각’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저 일상에서의 생각없는 반복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없이 살아가고 있음을 먼저 인지하고 이것을 어떻게 바꿔야 할 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때 스스로 생각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을 ‘낯설음’과 조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이는 그저 평소와 같이 똑 같은 시선, 똑 같은 관점, 똑 같은 생각으로 자신의 주위를 바라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 할 수 있죠.
강신주 박사는 자신의 저서 <철학, 삶을 만나다>에서 ‘생각’이란 오직 기대하지 않았던 사건(event)과 조우할 때 발생하는 것이며, 이런 ‘낯설음’이 찾아오는 바로 그 순간이 우리의 생각이 깨어나 활동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말합니다. 그의 이야기에 의하면, 생각이 우리를 찾아오는 것은 다음과 같은 3단계 과정을 거쳐 발생한다고 합니다.
* 1단계 :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예외적인 ‘사건(event)’의 발생
* 2단계 : 그 사건과의 (우연한) 마주침과 경험
* 3단계 : 그 경험에 대한 ‘해석(받아들임)’
1단계는 우리 주위에서 평소에는 전혀 만날 수 없었던 그런 ‘사건(event)’이 발생하는 겁니다. 이로 인해 아주 단조롭긴 하지만 견고한 일상에 작은 틈이 생기는 거죠. 그리고 2단계에서는 그 사건과 마주하는 겁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당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 우리 뇌 속에 세팅되어 있는 회로에 혼선이 오기 시작하죠. 소위 머리가 복잡해지는 겁니다. 하지만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건과 정면으로 부딪칠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는 그 사건을 마무리하며, 자신의 경험에 대한 고유의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즐거웠다, 괴로웠다, 재밌었다, 고통스러웠다, 또 해보고 싶다, 이렇게 대처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등의 느낌 말이죠.
경험을 통해 우리는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행복까지도..
이러한 일련의 3단계 과정은 우리의 머리에 생각을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수적으로) 감정을 일으켜 우리가 무언가를 느끼도록 만들어 줍니다. 이는 3번째 단계의 ‘경험에 대한 해석’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이 해석이 2가지 측면으로 풀이되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이렇게 했으면 더 잘 했을 것을’, 혹은 ‘이 방법은 쓰지 않는 게 좋았을텐데’와 같이 한 사건의 완벽한 마무리를 위한 방법론적 측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느끼게 되는 감정론적 측면이라 할 수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즐겁고, 괴롭고, 재밌었고, 힘들었지만 또 해보고 싶은 것과 같은 감정을 유발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자신이 경험한 사건에 대한 해석을 통해 행복이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는 우연히 마주쳤던 그 사건이 자신의 뇌리에 좋은 기억 혹은 추억으로 남게 된 경우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정리하자면, 일상에는 일에 대한 반복은 있지만 느낌, 즉 감정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조로울 수 밖에 없죠. 우리는 이런 일상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 바꿔야만 합니다. 그래야 즐겁고 재밌게 인생을 즐기며 살 수 있기 때문이죠. 그 변화의 시발점은 바로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자, 오늘자 칼럼은 여기에서 줄이고요, 다음 칼럼에서는 생각을 만드는 3단계 과정을 활용해 우리가 어떻게 능동적으로 행복을 느끼도록 만들 수 있는 지, 에코라이후 기본과정 멤버들은 어떤 <첫 경험>을 시도했는 지 그리고 그 시도를 통해 어떤 즐거움을 얻게 되었는 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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