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未來)의 또 다른 표현은, 미래(未內)
제법 오래 전 회사에서 야근을 할 때의 일이다. 내가 일하는 부서로 전근을 온 후배 C과장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의 경우 나보다 나이는 많이 어린 편이지만 생각도 깊은 편이고, 남을 배려할 줄도 알며 회사일도 꽤나 열심히 하는 괜찮은 후배 중의 한명이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나는 C과장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 가고 있는지, 또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C과장은 앞으로 꿈이 뭐야?”
“네? 꿈이요?”
“그래, 앞으로의 꿈. 우리가 현재 이 직장에 몸 담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이곳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할 거잖아. 그 때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는가 하는 그런 꿈.”
“아... 네... 저는 나중에 장사를 하고 싶어요.”
“장사? 무슨 장사? 의왼데, C과장 성격에 장사를 한다고 하니까..”
나는 내심 놀랐다. 왜냐하면 옆에서 지켜 보더라도 C과장은 외향적인 성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성적인 성격이라 하더라도 장사를 못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외향적인 성격의 사람이 보다 장사에 대한 적응력도 빠를뿐더러 적성에도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장사를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좋은 사람들과 자주 만남을 가지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 그럼 C과장은 장사가 주목적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과의 접촉 창구로써 장사를 생각하고 있는거네. 그럼 장사를 한다고 하면 어떤 장사를 하고 싶은데?”
“그건 아직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래...”
나는 C과장이 아직 구체적인 꿈과 계획을 가지고 있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아무래도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아직 생각할 여유가 많을 것이다. 명예퇴직을 할 나이대도 아니고, 나름 촉망받는 사원이며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혹은 어떤 줄을 잡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수직상승할 기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꿈에 포인트를 맞추어 생각했을 때 과연 지금 직장에서 하고 있는 이 일들이 나의 꿈을 이루어 가는데 도움이 되는 일일까. 밥벌이에는 당연 도움이 되겠지만, 언제까지 직장이 나를 받쳐주리라 안심하며 일할 수 있을까. 물론 지금 다니는 회사의 사장 자리 혹은 임원 자리가 나의 꿈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라고 한다면 무언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은 바로 지금이 되야만 할 것이다. 특히 나의 경우처럼 40대의 끝에 선 노털들은 어느 순간 폐기용도처분 선고가 내려질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상황적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직장인은 소극적이다. 회사만 큰 문제가 없다면 그리고 자신만 적당히 맡은 바 할 일을 할 수 있다면 어김없이 한달 후면 월급이란 단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단물은 꽤나 달고 맛있으며 중독성이 있다. 그 중독성이 직장인들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게 마련이다. 이것은 마치 늪과 같은 것이다. 자신이 점점 늪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잊은 채, 단물을 빨며 환상속에 살고 있는 것과 같다. 미래가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다 잘될거야 하는 안이한 생각들, 그때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을꺼야 하는 나태한 생각들, 내가 힘들면 누군가가 내게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겠어 하는 무책임한 생각들, 이런 생각들 속에 우리는 점점 함몰되어 가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채.
미래라고 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시간이다. 아직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아무도 그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미래를 한자로 표현하면 未來다. 아닐 미 未, 올 래 來,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뜻한다. 나는 미래를 未內 라고 생각해 보았다. 아직 내 안에 있지 않은 시간, 즉 지금은 내 것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내 것이 되어야 하는 시간. 우리는 미래를 未來가 아닌 未內의 개념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보다 적극적인 관점으로 내 것으로 만들고 소화시키고 체화시켜야 할 나만의 것으로 말이다.
나 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무언가가 나와야 한다. 즉, 꿈을 구체화시켜야 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 아직 내 것이 아닌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그 꿈을 현실성 있는 꿈으로 변형시켜야 한다. 즉 형태가 뚜렷하지 않은 덩어리진 뭉게구름과 같은 꿈을, 먹기 좋게 잘 만들어 놓은 솜사탕처럼 손잡이도 만들고, 적당한 크기로도 쪼개 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직장인들은 끊임없이 이 작업을 해야만 한다. 한번 해병대는 영원한 해병대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번 직장인은 영원한 직장인인가?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드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임을 부인하지 못하리라. 자기 자신이 스스로의 사회적 위치를 고정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래는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현재가 된다. 현재가 되었을 때 그 미래(未內)가 나의 것이 되었는 지, 남의 것이 되었는 지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그때 당신은 어떤 모습을 기대하는가. 만약 현재의 시점에 아쉬움과 후회가 가득하다면, 그 또한 내가 만든 원인과 과정에 의한 결과 임을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다. 그때가 되기 전에, 그때가 오기 전에 우리는 반드시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다. 상황을 반전시킬 힘을 키워야만 한다. 나의 힘으로, 나의 의지로 내 스스로의 얼굴에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하자. 그 미소가 번져 환한 웃음이 될 수 있도록, 추운 겨울을 이기고 꽃봉우리를 틔워 내는 따스한 봄의 화사한 꽃들처럼 그렇게 화/알/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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