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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Nov 07. 2017

임원이 되면 얻는 것 그리고 놓치는 것들(전편)

임원이 되는 것이 당신의 인생 목표인가요?



직장인으로서의 첫 걸음마를 떼다


1993년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의 끝자락, 우연히 한 협회의 구직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모집분야가 제 전공과도 맞았고, 조금 이르긴 하지만 경험이라도 쌓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력서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면접. 가서 보니 전 직원이라야 10명 안쪽으로 작았고, 뽑는 인원 또한 1명이더군요. 운이 좋았는지 그럼에도 합격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9명 정도가 지원했다 하더군요. 그러니 9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셈이지요.^^


협회에서 출근을 서둘러 달라해서 8월 31일, 즉 2학기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부터 저는 학교가 아닌 협회로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직장인으로써의 첫 걸음마를 뗀 거였죠. 자주 헤매긴 했지만 그럼에도 처음 해보는 일이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생소한 분야에 대해 배우다 보니 공부해야할 양도 많았고요. 하지만 그만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죠. 사람들 또한 잘 대해주었고, 인원이 적다보니 가족같은 분위기도 좋았고요. 그렇게 차츰차츰 대학생의 티를 벗고 직장인이 되어 갔습니다.


편하다는 것이 불편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년이 조금 지난 어느 날.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일반 기업에 비해 적은 연봉, 인지도 없는 직장, 협회라고 하는 태생적 한계성, 기업과 정부기관 사이에서의 줄타기 등 협회는 분명한 약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해 그다지 큰 불만은 없었습니다. 진짜 불만은 따로 있었죠. 그것은 바로 너무 편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편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편하다는 점이 싫었습니다. 뭐랄까요, 이런 상태에서 조금만 더 시간을 보내게 되면 그때는 더 이상 다른 어느 곳을 갈 수도, 어떤 일도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단을 내렸죠. 떠.나.자.


그렇게 마음먹은 후 다른 일반 기업에 이력서를 냈고, 얼마 후에는 꽤 괜찮은 회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란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이 협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날.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가야했지만, 도의상 행사까지 팽개치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러저러한 사유 등으로 이직을 하지 못한 채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 갔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은 점점 협회를 떠나고 있었고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마침내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일단 떠나자고요.



도전자의 97%는...


이제 막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서던 12월초 협회 국장님께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놀라시는 것 같긴 했지만, 의외로 그렇게 큰 반응을 보이시진 않았습니다. 대신 일주일 정도 잘 생각해 보고, 다시 얘기하자 하시더군요. 그리고 다음날 협회의 실질적 넘버1이라 할 수 있는 전무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차칸양아, 네가 여기보다 훨씬 규모가 큰 회사에 들어가 직작생활을 하게 되면 분명 지금보다 월급도 많이 받고, 이름있는 회사에 근무한다는 자부심도 생기게 될 거다. 하지만 그것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장단점을 잘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은 무한경쟁을 기본으로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적이지. 물론 네가 그 곳에 가더라도 잘 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도전자의 97%는 임원의 자리까지 올라가지 못한 채 그 중간에서 도전을 멈추게 되어 있어. 잘 해봐야 그 직전인 부장까지라고 봐야 하겠지. 나이상으로는 40대 후반 정도가 될 것이고. 하지만 이 협회에서 계속 열심히 일하면 네가 올라올 수 있는 최종 자리는 지금 내가 앉아있는 바로 이 자리라 할 수 있다. 잘 생각해보고 선택해라. 큰 회사의 부장으로 짧은 도전을 마칠 것인지, 아니면 훨씬 더 오래갈 수 있는 협회의 전무를 목표로 뛸 것인지 말이다.”


당시 전무님은 제가 존경하고 좋아했던 분이라 그의 말씀을 거스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자신의 자리까지 올라오라는 말씀까지 해주시니 더욱 더 그러했지요. 다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 것인가. 하지만 당시 27세의 젊은 혈기(?)가 저를 가만 놔두지 않았습니다. 결론은 그럴 지라도 도전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일주일 후 전무님과 국장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결국 12월말로 협회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취업한 곳이 지금의 회사인 ㈜한국야***입니다. 연 매출 1조의 식품회사니 제법 규모가 큰 회사라 해야겠죠. 그리고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회사이기도 하고요. 1995년 3월에 입사, 지금까지 다니고 있으니 무려 23년째입니다. 강산이 2번 변했네요. 지금 제 직급이 부장인데, 가끔 협회에 계시던 전무님 말씀이 떠오르곤 합니다. 아마도 부장이 끝이 될 가능성이 높을 거란 그 말씀. 99%, 아니 100% 동감합니다. 사실 지난 20년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부장의 위치까지 올라온 것만 해도 참 다행이고, 실력보다는 운빨 덕분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조금 더 올라 갈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잘 될 가능성보다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후편에서 계속)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traveldilse.com/rock-climbing-wp-tangledwing)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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