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은 인생에 있어 그저 지나칠 수도 있는 하나의 경유지일 뿐임을
지난 편에 이어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질문 하나 드리죠.
몇 년전 이 질문을 제 부서의 직원들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가장 많이 나왔던 대답은 바로 ‘승진’이었죠. 어떤가요, 여러분의 답과 같나요? 승진이 기뻤던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부연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겁니다. 승진이야말로 직장을 다니며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활력소이자 가장 큰 동기부여라 할 수 있을테니까요.
다음으로 많이 나온 대답은 ‘급여인상’과 ‘성과급’이었습니다. 바로 ‘돈’이죠. 월급 외에 더 받을 수 있는 여윳돈. 이 또한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직장을 다니는 가장 큰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기타 응답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을 때 또는 같이 일하고 싶었던 사람과 함께 근무하게 되었을 때 등의 대답이 있었습니다.
승진, 급여인상, 성과급... 이런 요소들은 회사를 다니며 맛보게 되는 큰 기쁨이라 할 수 있는데요, 잘 살펴보면 이 모든 것을 한방에 해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직장생활의 별 혹은 꽃이라 할 수 있는 ‘임원’이 되는 겁니다. 임원이 되면 높은 연봉과 더불어 각종 복지혜택, 부하직원에 대한 인사권 등 직장을 다니며 누릴 수 있는 각종 好事(?)란 호사는 다 누릴 수 있죠. 정확한 자료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몇몇 대기업의 임원이 될 경우 제공되는 혜택은 대충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 경제적 지원 : 높은 연봉(최소 2억 이상), 업무 경비지원(연 7~8천만 이상)
- 복지혜택 : 골프회원권, 차량 지원(최소 그랜저급 이상), 유류비/보험료 지원, 핸드폰 및 사용료 지원
- 인사 : 수십~수백 명의 부하직원, 직원에 대한 인사권, 사회적 지명도
- 기타 : 개인 공간 제공, 개인 비서(전무급 이상)
어떤가요, 꼭 한번 경험해 봤으면 좋겠죠? 하지만 문제는 임원의 자리까지 오르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겁니다. 회사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기업의 경우 총 인원수 대비 채 1%도 못 되는 사람들 만이 임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합니다. 1%라 함은 100명을 기준으로 하면 딱 1명이란 얘기인데요, 생각해 보시죠. 그 100명 중에 1등을 해도 임원이 될까말까 한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대단한 경쟁이 아닐 수 없으며, 임원을 ‘직장의 별’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습니다.
정말 오르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직장인이라면 꼭 한번 오르고 싶은 자리가 바로 임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인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CEO 혹은 임원을 목표로 열심히 직장생활을 합니다. 특히나 사회초년생의 경우라면 임원이라는 부푼 꿈을 마음 속에 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죠. 하지만 빠르면 1년 혹은 2~3년만 지나면 그 꿈이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꿈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결코 자신 만의 노력이나 힘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분명 직장에 임원은 (마치 신적인 존재처럼) 존재합니다. 그들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의 치열한 경쟁을 뚫었음은 물론이고 행운까지 움켜 쥠으로써 그 자리에 올라선 사람들이며,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들이라 할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렇게 힘들게 임원이 된 사람들은 임원이 된 것으로 만족할까요? 자신은 직장인으로써의 꿈을 이뤘기에 이제 더 이상의 욕심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예전 꽤 큰 기업의 대표이사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입사 이래 승승장구, 임원을 거쳐 마침내 CEO의 자리까지 올랐으며, 6년을 역임한 뒤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이는 거의 60을 채운 상태였고요. 회사에서는 그 간의 공로를 인정, 다시 3년 간의 비상근 고문직(동일 연봉 및 복지혜택)을 보장했고요.
자, 만약 여러분이 그 분이라 한다면 이때 무슨 생각이 들까요? 최상위 1%의 가장 화려하고 보람있는 직장생활을 했으니 후련함과 뿌듯함이 가득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분은 자리에서 내려오며 주변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아직 힘도 충분하고 더 잘할 자신도 있는데... 그래서 아쉬움만 남는다고 말이죠.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사람 욕심은 끝이 없구나. 평범한 일반 직장인들은 임원을 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꿈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분은 임원의 최고봉에 올라서서도 그리고 6년이란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내려오는 것에 대해서만 아쉬워 했다니 말이죠.
여러분은 그 전 CEO의 생각에 공감되시나요? 저는 공감은 되지 않지만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돈, 명예 그리고 권력까지 양손에 쥘 수 있었던 그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죠. 분명 얼마나 힘들게 올라온 자리인데하며 최대한 더 머물고 싶었을 겁니다. 엄청나게 힘들게 올라온 만큼 당연히 내려가기 싫을 수 밖에 없겠죠.
인생에는 반드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이겁니다. 이 분은 분명 사원으로 입사하여 대리, 과장, 차장, 부장 그리고 임원이 되기까지 최선을 다해 생활을 했을 겁니다. 가정에 충실할 여유조차 없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임원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 거의 모든 생각을 조직에 맞춰 생활했을 테니까요. 그렇게 자신의 생각과 시간을 몰입한 결과, 임원의 자리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을 겁니다. 꿈을 이루는 순간이었던 거죠.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정상이라 생각하고 올라왔는데, 와 보니 조직이란 산의 최정상은 여전히 저 위에 있었던 겁니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회사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요? 더 많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더 빠른 속도로 달려야만 했을 겁니다. 그렇게 다시 한 계단, 두 계단 힘겨운 발걸음을 떼었을 것이고, 고된 시간들을 풍파 속에서 쌓고 또 쌓은 후에 마침내 CEO라는 최정상,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자리까지 올라서게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또한 끝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임원이란 자리 또한 올라서면 결국은 내려와야 하죠. 전 CEO의 아쉬움은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의 젊음, 중년을 다 쏟아부어 CEO까지 올라왔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이제 모든 것이 끝났으니 꿈이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평생 올라가기만 했고, 내려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겁니다. 이후의 삶에 대한 준비 또한 전혀 없었던 거고요.
임원을 향한 꿈을 꿀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목표로 삼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임원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아낌없이 쏟아 부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무한경쟁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경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정말 어렵사리 임원의 자리에 올랐다 할지라도 그 자리를 유지하는 일 또한 매우 힘든 일입니다. 하물며 더 높은 곳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임원은 인생의 최종 목적지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됩니다. 임원은 인생에 있어 경유지일 뿐입니다. 경유지란 거쳐 지나가도 되고, 혹은 그냥 지나쳐 가도 되는 곳을 말합니다. 자신의 가치기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의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유지에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거는 사람들은, 결국 필연적으로 그 경유지를 떠나게 될 때 후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인생은 그 곳을 지나서도 아직 가야할 여정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며, 또한 경유지에 도달하기 위해 쏟아부은 자신의 젊음, 가족들과 온전히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이 결코 돌이키지 못하는 깊은 한숨으로 날아간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기 때문이죠.
직장인이라면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임원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모든 정력, 시간들을 다 쏟아부을 것인지 말이죠. 임원이 된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면 그저 과거의 한 추억으로만 남게 됩니다. 그 추억을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오롯이 희생하길 원하시나요? 자신의 현명함으로 임원이란 꿈을 다시 바라볼 수 있길 바랍니다.
조직에서 쟁취한 사다리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 사람의 인생과 가치를 무너뜨리는 야만이 있을 뿐이다. 이 야만의 황금 사다리는 자본이 설계하고 회사 조직이 시공하며 국가가 감리한다. 이쯤 되면 우리는 꿈을 볼모로 이 사회가 벌이는 거대한 사기극에 걸려든 것 같기도 하다.
- <딴짓해도 괜찮아>(장재용 지음)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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