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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Nov 22. 2017

유한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빛나는...

영화 <빛나는>을 보고



<앙 : 단팥 인생 이야기>란 제목의 일본영화가 있습니다. 일본 전통 단팥빵인 ‘도라야키’를 파는 작은 가게에 한 할머니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담히 그리고 잔잔하게 그린 영화입니다. 그 할머니는 50년을 일본말로 앙꼬(あんこ), 소위 단팥소를 만들어 온 장인인데, 그녀 덕분에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가게는 사람들로 북적이게 되죠.



그녀는 단팥소를 만들 때 팥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소위 공감과 교감을 나누는 거죠. 그녀의 사랑과 관심, 따스함이 가득 배어있는 단팥소가 들어 있는 도라야키를 먹는 사람들은 행복해 집니다. 당연히 그녀 또한 행복해하죠. 이런 따스한 마음을 갖고 있는 그녀가 방황하는 중학생 소녀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네는데, 이 영화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대사라 하겠습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우리 모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들이거든.”




또 다른 일본영화, <빛나는>이란 제목을 가진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이미 시력을 잃은 혹은 시력을 잃어가는 사람이 나오죠. 또한 육체적 장애는 없지만, 그리고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상실로 인해 괴로워 하는 한 여자도 나옵니다. 이들에게 그다지 희망을 가질만한 일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힘든 하루가 지나고, 또 지나갈 뿐이죠. 하루의 빛이 사라지는 일몰의 순간은 마치 희망이 사라짐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이렇게 말하고 있죠.


“사라지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모든 것은 생명을 얻는 순간부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 소멸되도록 계획되어져 있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기에, 삶의 시간은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삶에 희망이 담길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일본영화계의 여성 거장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앙 : 단팥 인생 이야기>에 이은 영화 <빛나는>을 통해 조금 더 상징적으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진 감독이라 할 수 있는데, 두 영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죠. 우리 사회에 쓸모 없는 존재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모두 살아갈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요. 더불어 유한한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아름다울 수 밖에 없으며, 그 아름다움은 빛이자 희망이라고 말이죠.



영화 <빛나는>에는 영화 속 영화가 등장합니다. 일반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영화라 할 수 있는데, 치매로 인해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아내 도키에와, 그리고 그런 아내를 옆에서 간호하는 남편 주조의 이야기가 펼쳐 집니다. 도키에는 정신이 돌아왔을 때 남편 주조에게 사라지고 싶다고, 사라지게 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합니다. 그런 아내를 슬프게 바라보는 주조.


이 영화속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이렇게 연결됩니다. 남편 주조가 손에 들고 있던 스카프를 놓친 채 모래언덕 같은 곳을 힘겹게 올라섭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에 놓인 태양을 두 팔을 벌려 마주하며 장면이 마무리됩니다. 이 장면은 곧 영화 <빛나는>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아내와 사별한 주조의 삶에는 희망이 남은 걸까요, 아니면 절망만 가득하게 된 걸까요? 이 영화속 영화를 만든 감독 키타바야시(후지 타츠야)는 인터뷰에서 선택은 관객의 몫이라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빛나는>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전작 <앙 : 단팥 인생 이야기>를 먼저 관람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작이 공감과 함께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쪽이라면, 후작은 상실에 눌려진, 그럼에도 희망을 찾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다소 힘겹게(어렵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먼저 <앙 : 단팥 인생 이야기>를 통해 존재의 당위성에 대해 이해하고, 다음으로 <빛나는>을 통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접하는 것이 영화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팁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자 주인공 나카모리(나가세 마사토시)의 극중 대사 하나를 남깁니다. 꽤나 가슴아픈 장면이었네요. 영화를 보실 분들은 이 대사를 영화에서 접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 심장이야. 멎어버리긴 했어도 내 심장이라고!”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1613



* 이 영화 감상문은 <브런치>에서 준비한 시사회를 본 후 작성한 것입니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브런치>에 감사 드립니다.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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