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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Dec 22. 2017

치열한 것은 오래 남는다

#3, 치열함이 자신의 인생을 걷게 만든다



11개의 치아가 빠졌습니다


언젠가 구본형 사부가 내게 말했습니다.


“새 책의 원고를 써서 출판사에 넘기고 나면 어김없이 감기 몸살에 걸린다.” 


책 한 권을 쓸 때마다 찾아오는 행사라고 했습니다. 그냥 감기가 아니라 1주일 정도 입술이 터질 정도로 심하게 앓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원고를 출판사에 보낼 즈음에는 가능하면 강의 요청을 받지 않고 약속도 줄인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한두 번은 우연일 수 있지만 매번 그렇다는 건 필연인데, 탈고(脫稿)와 몸살은 필연의 관계로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윤광준 선생은 사진가이자 <잘 찍은 사진 한 장>과 <윤광준의 생활명품> 등 총 11권의 책을 쓴 작가입니다. 그는 며칠 전 변화경영연구소의 오프라인 카페 ‘크리에이티브 살롱 9’에서 진행한 강의에서 말했습니다. 


“11권의 책을 쓰며 11개의 치아가 빠졌습니다.” 


그러니까 책 한 권을 낼 때마다 이 하나가 빠진 셈입니다. 무슨 말인가 싶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수강생들에게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치주염 때문이 아니에요. 내가 이빨을 관리하지 않아서 빠진 게 아니에요.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치과 의사에게도 물어보고 양치질도 신경 써서 하고 영양제도 먹었습니다. 지금도 나름대로 관리하고 있고요. 그런데도 책을 쓰고 있거나 내고 난 다음에는 여지없이 이 하나가 빠집니다. 책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치열한 것은 오래 살아남는다


그 정도로 진력을 다해 글을 써왔다는 증언입니다. 나도 책을 써봐서 압니다. 한 권의 책을 쓰는 과정에는 어떤 흐름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는 방향성을 잃고 헤매거나 버거운 장애물에 직면하는 고비가 한 번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이 지점이 일종의 변곡점입니다.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원고의 품질이 판가름 됩니다. 물이 99℃가 아닌 100℃에서 끓는 것과 같습니다. 99와 100℃를 가르는 비등(比等)의 임계점에서는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합니다. 임계점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1℃를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윤광준 선생 <마이웨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 뭔가를 시작할 때는 누구나 의욕이 넘친다. 의욕에 지지 않는 열정으로 성과를 만들어간다. 변곡점을 넘나들며 실패와 성공의 갈림길에 서기도 한다.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유지하며, 실패는 반전의 에너지로 채우고 성과를 굳혀야 안심이다.”


윤광준 선생과 구본형 사부의 경험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이가 빠지고 심한 몸살에 시달리는 것은 치열한 글쓰기의 후유증입니다. 가치 있는 일을 실현하는 데는 의욕과 열정과 함께 밑심이 있어야 합니다. 밑심으로 끝까지 가야 완결할 수 있습니다. 빠진 이와 몸살은 밑심의 증거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훈장입니다. 치열한 것은 오래 살아남기 때문입니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르는 과정은 자기극복의 연속입니다.


“마음속에 꿈틀대는 불덩이 하나쯤 품고 있지 않은 이는 없다. 불꽃은 꾹꾹 눌러 잠재우지 말고 끄집어내야 활활 타오른다. 타올라야 순환을 준비할 수 있다. 한껏 불꽃을 태우고 난 뒤에 남은 재는 새로운 변화를 위한 자양분이 된다.”

                                                                                                    - 윤광준, <마이웨이>



윤광준 선생은 “스스로 타오른 불이 멋지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몸을 살라 어떤 일에 매진하여 나온 것에는 그만 한 힘이 있습니다. 윤광준 선생과 구본형 사부에게 심신의 소진이 신체적 탈진이나 정신적 공허로 남지 않은 이유는 체험의 밀도 때문입니다. 결국 치열했던 것은 오래 살아 숨 쉽니다.




                                                                         - 홍승완(변화경영연구소 1기 연구원, 2013년 9 월 3일) -






이런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권만 내면 인생이 바뀐다는. 참말일까요, 아니면 거짓일까요? 제가 경험하고 관찰한 바에 의하면 이는 참말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거짓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책 한권을 낸다고 해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죠. 다만 영향을 조금 주긴 합니다. 또한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게 다입니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책을 쓰려 한다면, 무조건 쓰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꼭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끝까지 가라고요. 반드시 초고는 끝내라고요. 사실 책이 출간되느냐는 다음 문제입니다. 일단 글이 완성되어야 출판사에 보내기라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기롭게 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고를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용기와 치열함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한가지 주제로, 무려 A4지 기준으로 100매에 가까운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지식, 정보뿐 아니라 그 외의 것, 특히나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투영되어야만 합니다. 글로써 자신의 삶을 가감없이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은 큰 용기를 내지 않으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사진작가 중 한분이라 할 수 있는 윤광준 작가는 11권의 책을 쓰며 무려 11개의 치아가 빠졌다고 합니다. 이는 책 한권마다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기 때문일 겁니다. 성인 치아는 웬만한 물리적 충격에도 잘 빠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치아가 빠졌다는 건, 원고를 쓰는 내내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썼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프로야구의 투수들 중에는 복싱 선수들처럼 마우스 피스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제법 많습니다. 공 하나하나를 던질 때마다 이를 악물고 던지기 때문이죠. 만약 마우스 피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선수들의 치아는 하나도 남아나지 않게 될 겁니다.


윤광준 작가는 내면에서 불타고 있는 자신의 불꽃을 활활 태우라고 말합니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우고 또 태우라고 강조합니다. 그렇게 재가 만들어져야만 새로운 변화를 위한 자양분으로써 작용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의 불꽃은 11개의 치아가 빠진 것으로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그렇게 재가 됨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더 나아가는데 있어 큰 힘이 되었을 겁니다. 


그의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만든 것, 그리고 재가 될 때까지 결코 사그라 들지 않았던 것, 그것은 바로 그의 삶에 대한 치열함이었을 겁니다. 치아가 빠질 정도의 치열함이었기 때문에, 그의 삶은 자신의 책 제목처럼 <마이웨이>를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걸어 올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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