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Feb 08. 2018

생애 최고의 날

#9, 여러분!오늘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생애 최고의 날이에요!


두 명의 중년남자가 무대로 나왔습니다.


“자기소개 좀 해주시죠!”


“안녕하세요. 같이 나온 동생이 뇌수술을 받고 며칠 전 퇴원했습니다. 수술 후유증으로 아직 말이 좀 어눌하지만, 함께 부르고 싶어서 같이 나왔습니다.”


성탄 축하기념 노래자랑!

기타를 직접 치면서 두 형제가 조용하게 부른 노래는‘밤배’였습니다.

병원에서 환자위로 공연을 가끔 했다는 이유로, 저는 심사위원석에 앉아서 점수를 매기고 있었습니다.

동생 분은 거의 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묵직한 남성의 중저음은 언제 들어도 매력적입니다. 



두 번째 참가자는 장기입원 환자의 부인입니다.


“어떻게 나오셨어요?”


“우리 남편이 6년째 아픈데, 마음이 그냥 답답해서 나왔습니다.”


“노래를 잘 하시나 봐요?”


“잘 하긴요. 그냥 좋아해요”


잔잔하게 들려주는 그녀의 노래는 맑고 처연하여, 애잔함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신장투석을 하시는 분, 특별히 준비한 우아한 의상을 입고 오신 분, 왼쪽 팔에 깁스를 했지만 오른쪽 팔로 기가 막힌 춤을 선보여 큰 박수를 받은 분도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환한 웃음과 즐거움이 넘쳐 도저히 환자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정 주고 떠난 님’이 나오시더니,‘파도가 슬퍼 말아야 할 무인도’로 가고, 조용필 오빠의 등장으로 흥겨움은 깊어졌습니다. 축하공연으로 60대 하모니카 중창단의 합주, 자원봉사 할머니들의 단체댄스, 수녀님들과 신부님의 캐롤공연이 이어지면서, 행복 에너지가 강당 안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산울림 밴드의 김창완은 말합니다. 음악의 요체는‘통증’이라고... 


노래를 통해 표현된 그들의 사연, 삶의 회한과 통증이, 듣는 이들의 마음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촉촉하게 적셔주었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인간은 결국,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 우리는 서로 위로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 무엇으로도 위로받을 수 없을 때조차, 우리는 스스로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을요.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한 이야기로도 가득 차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내가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삶의 통증'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봅니다. 물리치료 분야에서 통증은 치유의 시작입니다. 아픔을 느낀다면, 치유되고 있다고 간주하지요. 


거창한 오디션 프로그램도 아닌 작은 축제에서, 1등상을 받으신 분의 뜨거운 소감으로, 새해 첫 월요일, 마음편지를 보내는 설레임과 기쁨의 인사를 대신하겠습니다.  



여러분!

오늘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

생애 최고의 날이에요.

건강이 최고에요. 

새해에는 모두 복 많이~ 받으세요!




                                                                - 최우성 (변화경영연구소 6기 연구원, 2012년 1월 2일) -




* 변화경영연구소의 필진들이 쓰고 있는 마음편지를 메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아내의 실크 스카프 


얼마 전 한 친구의 아내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내의 장례를 치룬 후 물건을 정리하다가 실크 스카프 한 장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자기가 뉴욕에 출장 갔다가 사온 것으로 난생 처음 아내에게 선물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의 아내는 그 스카프가 비싼 것이라기보다 남편의 첫 선물로 귀중한 것이라며 평소에 쓰지 않고 아주 특별한 날에 만 쓰겠다고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아내가 한 번도 써보지 못한 그 스카프를 가슴에 안고 몸부림치다가 아내의 산소로 달려가 그 스카프로 봉분을 덮고 한 나절 울다가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억장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그 친구로부터 메일이 날아 왔습니다.


"소중한 것을 아끼고 두었다가 특별한 날에 쓰려고 하지 마. 우리가 살아있는 날은 매일매일 아주 특별한 날들이야. 난 그걸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 왔어. 바보 같이! 오늘이 너의 아주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최선을 다해!“


메일을 읽은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꽝 얻어맞은 듯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난 삶을 되돌아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난 한 번도 오늘이 나의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어! 매일매일 나의 특별한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잖아?!’


그날 퇴근길에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여보, 오늘이 아주 특별한 날이야, 6시 30분에 명가 일식집으로 나오세요.”


그리고 아내가 문자를 보고 무슨 일이냐고 채근하기 못하도록 핸드폰을 꺼 버리고 아내가 좋아하는 안개꽃 한 다발 준비한 후, 일식집 로비에서 아내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여보, 오늘이 무슨 특별한 날이라고 날 불러내? 안개꽃까지 사들고… 왠 난리야?’

라고 아내가 말하면 어떻게 대답할 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삶이 어떠하건 그것은 하루하루 우리에게 다가오는 소중한 날이며 하나님의 선물로 아주 특별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말, 올해 첫 해맞이를 멋지게 하겠다고 정동진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습니다. 새벽 검푸른 동해 바다를 뚫고 불끈 솟아오르는 찬란한 해를 바라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새롭기만 합니다.


하지만 정동진에서 본 그 해가 매일매일 앞산 정상에서 솟아오르는데도 무감각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왔습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인가 봅니다. 우리가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오늘이 바로 내 생애에 특별한 날이다'라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어제 이승을 떠난 사람이 그토록 몸부림치면서 붙잡고 갈구했던 날이 오늘 이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깨닫지 못했습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만 그제서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는 무딘 내 감성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일식집 로비에서 안개꽃 한 아름을 들고 서성이는 나를 발견한 아내의 놀란 표정은 가관이었습니다.


“여보? 오늘 내 생일 아니야, 다음 달 오늘 날짜야!”


그러며 아내는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습니다.


“자기 승진했구나! 축하해! 내가 내조를 잘했다고 꽃다발에 일식까지 …”


함박꽃처럼 활짝 핀 아내의 눈가에는 반짝이는 이슬까지 비쳤습니다. 할 말을 잃은 나는 어정쩡하게 안개꽃을 아내의 가슴에 안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그시 눈을 감고 이렇게 되새겼습니다.



‘오늘도 당신과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날이야. 승진이 아니더라도.'




(이야기 출처 : http://blog.daum.net/ksoon4711/312)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매거진의 이전글 아인슈타인은 왜 기차표가 필요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