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당신의 꽃도 한번은 틔우게 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숙명을 안고 태어납니다. 숙명이란 '날 때부터 타고나서 이미 정해진 운명'을 말합니다. 어떤 이는 숙명을 탓하기도 하나, 부질없는 일입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이니까요. 나의 친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고, 계부는 술과 여자를 좋아하여 나의 어머니를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머니는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음료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내 나이 열다섯 살의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나의 숙명입니다. 한 때는 바꾸고 싶었지만 결코 그럴 수 없었던 숙.명.
세월이 지나도, 애써 노력해도 숙명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숙명을 탓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준 것은 인생입니다. 숙명은 바꿀 수 없지만, 숙명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바꿀 수 있음을 배웠지요.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하면서 내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무가 자신이 태어난 땅을 원망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숙명을 원망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던 겁니다. 인고의 세월이 가르쳐 준 교훈입니다.
191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모리스 마테를링크는 '벨기에의 세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저명한 작가입니다.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가 등장하는 『파랑새』를 쓴 분이지요. 초기에는 주로 희곡을 썼지만, 후기에는 자연을 관찰하여 인생의 지혜를 담아낸 에세이를 많이 발표했습니다. 그의 후기작 『꽃의 지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지금 당신을 괴롭히는 거대한 법칙들 가운데 무엇이 어깨를 가장 짓누르는지요?" 모리스는 이렇게 이어갑니다.
"식물에게 그것은 너무나도 쉬운 질문입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한 자리에만 붙박혀 있게끔 만드는 대자연의 법칙일 테니까요. 뒤엉킨 뿌리의 어둠으로부터 거슬러 올라 스스로를 형성하고 꽃의 광채로 활짝 피어나는 일편단심의 에너지는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오로지 하나의 의지, 아래로 끌어 내리는 숙명에서 벗어나 위로 솟아오르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요."
식물들은 햇빛을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고 합니다. 언제나 햇빛을 향하여 힘차게 나아갑니다. 빛을 향한 전진은 자기 하늘을 열기 위함입니다. 만약 어떤 씨앗이 모태의 바로 곁에 떨어져 평생을 어미의 그늘에서 살아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보잘것 없는 싹을 틔우게 되거나 시들해지다가 생명을 다하게 될 것 같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기 몸을 뉘여 비스듬하게라도 자라나서 결국 자기 하늘을 엽니다. 비록 나무지만, 감동적인 청년들입니다.
자녀의 고생을 바라는 부모가 없는 것은, 나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씨앗을 멀리 보내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고안하는 부모 나무들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 달라 붙게 하여 씨앗을 이동시키는가 하면, 작은 바람에도 실려 이동할 수 있도록 공기만큼 가벼운 씨앗도 있습니다. 맛난 열매 속에 '소화되지 않은 씨'를 넣어 두기도 합니다. 새가 그 달콤한 열매를 먹고서 먼 곳으로 이동하여 배설하면, 그 곳에서 삶을 발아하는 것입니다. 부모 나무들의 노력도 경이롭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씨앗 멀리 보내기에 성공한 부모 나무들 그리고 척박한 곳에서 태어났을지라도 자기 숙명에 굴하지 않는 청년 나무들. 모두 생명의 위대함과 경이를 제대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야말로 부전자전이네요. 땅에 박힌 채 꼼짝 못하는 가혹한 운명의 주인공에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여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영혼으로 거듭난 나무들을 생각하고 있자니, 도종환 시인의 말처럼,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꽃이 없음을 절감합니다. 나도 식물의 영혼을 닮아 인생의 꽃을 피워내고 싶습니다.
"꽃은 더 이상 화려한 빛깔과 오묘한 향기로 세상을 즐겁게 해주는 아름다운 꽃송이가 아니다. 어쩌면 천형일지도 모를 숙명에 굴하지 않고 생존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악착같이 머리를 쓰고 계략을 구사하는 삶의 전사다."
『꽃의 지혜』를 옮긴 성귀수 선생이 꽃의 강인한 정신력을 잘 표현했군요. 삶의 전사, 나는 이 말이 참 좋습니다. 모두가 맹금이나 야수의 지략을 쫓느라고 혈안이 된 세상에서 한 송이 꽃의 지혜를 배워가면 좋겠습니다. 태어난 땅을 원망하기보다는 숙명을 넘어설 방법을 모색하고 강인한 영혼을 추구하면서 말이죠.
한 그루의 나무, 한 송이의 꽃은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상 곳곳에 삶의 선생이 있는 셈입니다. 나무가 빛을 향하여 전진하여 자기 하늘을 열어야 생존할 수 있듯이, 어쩌면 우리도 꿈과 희망을 추구하여 자기 세상을 열여야 더 행복한 것은 아닐까요? 모리스는 단언합니다. "누구든 정원에 핀 작은 꽃 한 송이가 발휘하는 에너지의 절반 만이라도 자신을 괴롭히는 온갖 역경을 극복하는데 투여한다면, 지금과는 아주 다른 운명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도 좋습니다."
식물이 보여주는 삶의 지혜를 좀 더 얻고 싶다면 『꽃의 지혜』를 읽어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를 살아있게 만드는 꿈과 희망을 발견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 글로도 뭔가 영감을 얻었다면, 감탄이 넘치는 하루하루를 만드는 일에 전념하시면 되겠지요. 날마다 인생의 꽃이 피어나는 아침을 맞이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과장된 기원이 아닙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한 이도 있고 실제로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도 있으니까요. 종종 우리는 꽃들에게 이렇게 축복할 수도 있겠지요. 사람만큼 아름다워지기를!
- 이희석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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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지혜』의 저자 모리스 마테를링크는 길가에 피어있는 작은 한송이 꽃을 통해 우리에게 이렇게 되묻고 있습니다.
"내가 당신처럼 살아가는데, 당신의 삶이 나처럼 활짝 피어나지 않을까요?"
우리 또한 꽃입니다. 꽃은 반드시 한번은 자신의 꽃을 틔우기 마련입니다. 자신 만의 향기와 색깔을 드러내며.
다만 그때까지는, 꽃을 틔우기 위한 지난한 준비작업이 필요할 따름입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www.indica.or.kr/xe/free_gallery2/3979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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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영남권 모임에서 차칸양이 <잘 산다는 것>이란 제목으로 강의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본 사안일텐데요, 차칸양은 과연 어떻게 그 난제를 풀어냈을까요? 백문이 불여일청!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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