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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Feb 22. 2018

쥐꼬리 월급으로 풍요롭게 사는 법

#11, 부자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도대체 월급은 어디로 가는 걸까


구매팀 송대리는 월급날만 되면 기운이 빠진다. 애타게 기다리던 월급이 빛의 속도로 통장을 스쳐 사라지기 때문이다. 월급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 뭉텅이 돈을 가져가는 곳은 단연코 신용카드 회사다. 그녀는 카드 사용 명세서를 받을 때마다 깜짝 놀란다. 명품을 구입한 것도 아니고 점심 먹고 커피 마시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필요한 몇 가지를 샀을 뿐인데 사용 금액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기 귀찮다는 이유로 습관적으로 카드를 쓰다 보니 점점 더 무감각해 지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었다. 월급이 들어오기 일주일 전에는 통장에 돈의 씨가 마르고 만다. 어쩌겠는가? 마이너스 통장으로라도 불은 꺼야지.


이천만 직장인이 아침 마다 피곤이 켜켜이 쌓인 몸을 초인적인 힘으로 일으켜 눈썹을 휘날리며 회사로 뛰어가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단언컨대 월급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놈의 월급은 항상 부족하다. 매년 악화되는 경제 환경은 월급을 제외한 모든 물가를 껑충 올려 놓는데다 직장인의 월급봉투는 유리 지갑이니 이리저리 떼이고 나면 그나마 실수령액은 더 작아진다. 이 시대 모든 직장인들은 자신의 월급은 쥐꼬리만 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쥐꼬리 월급으로도 풍족하게 사는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 10년차 워킹맘 똑순이 유차장에게 그 노하우를 들어보자.



쥐꼬리 월급으로 풍요롭게 사는 법



하나, 고독력(孤獨力)을 키워라.


유차장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점심을 혼자 먹는다. 퇴근 후 초등학교 1학년 막내의 숙제와 준비물을 챙겨야 하니 점심 시간을 아껴 업무를 처리하고 되도록 정시에 퇴근한다. 그럴 때면 유차장은 12시 반을 넘겨 근처 모기업의 구내 식당을 찾는다. 구내 식당의 식권가격은 단돈 4천원. 메뉴가 정해져 있어 무얼 먹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고 혼자 책을 보면서 조용히 식사할 수 있어 그 시간이 만족스럽다. 뿐만 아니다. 월급의 고정 지출인 점심값을 절약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동료와 함께한 점심 식대의 1/3로 식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무실 근처에서 식사를 할 경우 최소 밥값이 7천원 정도이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5천 원짜리 커피까지 마셔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리저리 휩쓸리며 불필요한 돈을 쓰곤 한다. 혼자 있을 수 있는 힘, 고독력을 키우면 지출의 통제가 가능하다. 점심 시간에 식당을 둘러보면 의외로 혼자 밥을 먹는 직장인들이 많다. 그들 모두가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직장인은 아닐 것이다. 남의 눈을 의식해 휘둘려 다닐 필요는 없다.



둘, 대체물을 소비하라.


그렇다고 유차장이 무조건 안 쓰고 안 먹는 자린고비는 아니다. 그녀는 오히려 쇼핑과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즐기는 사람이다. 즐길 것을 즐기면서 절약까지 하는 그녀의 노하우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대체물을 소비하는 것이다. 


유차장은 지난 주말 남편과 최신 개봉 영화를 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지불한 비용은 기존 영화 관람료의 1/4 정도다. 토요일 아침 8시 20분에 시작하는 조조영화를 보았기 때문이다. 일반 시간에 영화를 보았다면 약 2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지만 조조영화였고 남편의 통신사 VVIP 카드 할인을 받아 단돈 5천원만 내었다. 그녀가 조조영화를 즐기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남편과 영화를 보려면 초등학생인 아이들만 집에 남겨 두어야 하는데 밤 보다는 아침 시간이 더 안심된다. 


유차장은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책을 자주 구입하는 편이다. 하지만 주로 중고서점을 이용한다. 중고 서점은 먼지가 뽀얗게 쌓이고 쾌쾌한 냄새가 나는 헌책방과 동일어는 아니다. 컴퓨터로 도서 검색이 가능할 뿐 아니라 누군가 한 번 읽고 팔아버린 신간 도서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얼마 전 그녀는 신간 베스트셀러 소설 두 권을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할 때 보다 약 5천원 정도를 저렴한 가격이었다. 


유차장은 가족들 옷을 구입할 때면 항상 아울렛을 이용한다. 아울렛에서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대폭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록 이월상품이긴 하지만 제품의 질은 동일한 것이니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부부의 출근 복장과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들의 옷을 사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유차장은 조조영화, 중고서점, 아울렛을 이용하면서 대체 소비를 통해 쥐꼬리 월급으로도 풍족한 소비 생활을 하고 있다.



셋, 간소하게 살아라.


법정스님은 평생을 무소유 정신으로 사셨다. 스님의 무소유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스님은 불일암이라는 작은 암자에 살면서도 반성하셨다. 


‘다기도 한두 벌이면 될 텐데 서너 벌 있고, 읽을 책도 한두 권이면 족한데 오십여 권이 넘는다. 생활 도구도 이것저것 가진 것이 많다.’ 


유차장은 법정스님의 간소한 삶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산다. 그리고 필요가 다한 것들은 미련 없이 처분한다. 입지 않는 옷은 지인에게 주거나 기부하고, 다 읽은 소장 가치가 없는 책들은 중고서점에 내다 판다. 옷을 넣기 위해 옷장을 사고, 책을 진열하게 위해 책장을 사고, 옷장과 책장 때문에 집이 좁아 넓은 집으로 이사 하는 것은 더 이상 그녀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쓰지 않는 물건을 과감히 처분하고 나니 집이 한결 넓어졌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는 삶 또한 나쁘지 않음을 안다. 간소한 삶을 살고부터 그녀는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부자의 기준이란


부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의 저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의 부자의 정의는 간단하다. 


‘가진 것보다 덜 원하면 부자, 가진 거보다 더 원하면 가난뱅이.’ 


독일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 출신의 언론인인 그는 독일 유력언론사의 기자로 활약하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다 언론계 구조조정으로 한 순간 실업자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가난하지만 우아하게 산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다시 부유해졌다. 그의 삶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기자의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내 생활 규율은 이렇다. 소 100마리를 갖고 있다면 10마리를 가진 것처럼 살라. 만약 10마리를 갖고 있다면 1마리를 가진 것처럼 살라.’



단언컨대 당신의 월급은 좀처럼 오르지 않을 것이다. 아주 운이 좋아 억대 연봉을 받아도 월급이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소유보다는 욕망을 줄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느끼면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두메산골에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면 한없이 욕망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면 대체 소비를 통해 욕망을 해소하고 혼자 있는 힘을 키워 휩쓸리며 살지는 말자. 쥐꼬리 월급으로도 훨씬 풍요롭게 살 수 있다.




                                         - 유재경 (변화경영연구소 7기 연구원/나비앤파트너스 대표, 2013년 9월 16일) -



* 변화경영연구소의 필진들이 쓰고 있는 마음편지를 메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부자란 무엇인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의 저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의 부자의 정의와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원장의 정의가 아주 유사합니다. 폰 쇤부르크가 부자를 ‘가진 것보다 덜 원하면 부자, 가진 거보다 더 원하면 가난뱅이.’ 로 정의했다면, 박경철 원장은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에서 다음과 같이 부자에 대해 말합니다.


부자란 바로 '부를 늘리는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더 이상의 부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비로소 부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자란 기본적으로 자신의 부를 지키고 이전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 더 이상 부를 늘려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진짜 부자는 돈에 대해 초연합니다. 또한 소유에 대해서도 오히려 무관심합니다. 왜냐하면 언제든 마음만 먹는다면 다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 못한 사람들만 돈과 소유에 대해 민감하며, 더 많은 재화와 서비스로 자신의 주변을 가득 채우려고 하죠. 하지만 이는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유사욕망일 뿐입니다. 욕심은 욕망을 낳고, 그 욕망은 다시 채워야 하는 욕심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죠.



법정스님처럼 살긴 어려울 것입니다. 초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게 살고자 노력한다면 소유와 간소함의 적정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우리는 오히려 돈에서 한걸음 비껴나 보다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잘 산다는 것은 월급의 액수로 좌우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보며 살아갈까 인생의 목적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결코 돈으로 치환되지 않을 소중함을 챙기는 것이야 말로 인생을 풍요롭게, 잘 살아가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www.instagram.com/explore/tags/양경수/)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 공지사항 한가지!

지난 1월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영남권 모임에서 차칸양이 <잘 산다는 것>이란 제목으로 강의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본 사안일텐데요, 차칸양은 과연 어떻게 그 난제를 풀어냈을까요? 백문이 불여일청! 한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s://brunch.co.kr/@bang1999/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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