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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r 06. 2018

한 걸음이라도 내딛을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합니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가고자 합니다


드디어 3월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입니다. 이제 완연한 봄이라 할 수 있겠네요. 조만간 개나리, 진달래를 필두로 봄을 알리는 수 많은 꽃들이 우리 주위를 화사하게 물들이겠죠. 이번 봄은 어느 해보다 참 오래 기다린 듯 싶습니다.



하루 시간표


직장이라고 하는 곳에 출근이란 걸 안 한지도 벌써 3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정말 거의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은 꾸역꾸역 잘도 가네요. 그래도 지난 시간동안 제 나름대로의 루틴을 세우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하루라고 하는 시간을 어떻게 안분할까 하는 부분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로 최근에는 다음처럼 하루 일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단 기상은 6시 반에 합니다. 직장인일 때에는 5시 반에 일어났었고, 사무실에 도착하면 6시 반이었죠. 그래서 도착시간에 맞췄습니다. 그리고 8시 반까지는 이런저런 글을 씁니다. 마음편지를 쓸 때도 있고, 브런치에 올릴 글을 작성하기도 하죠. 이후 30분 정도는 해외 및 국내의 금융시장 관련 뉴스를 읽습니다. 9시가 되면 주식시장 개장 및 그에 따른 주가추이를 파악하는데 참고하기 위함이죠. 계속해서 1~1.5시간 정도는 투자하고 있는 ETF 종목들의 추이를 주시합니다. 기대수익률에 도달하면 매도하고, 관심종목이 적정가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매수하기도 합니다. 전업 투자라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ETF 투자를 통해 생활비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이또한 소홀히 할 수 없죠. 밥줄이니까요.


10시 반 정도가 되면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집 근처의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읽기도 하고, 집필하려는 책의 초고를 조금씩 쓰기도 합니다. 가끔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구상도 하죠. 그리고 3시 정도가 되면 다시 주식시장을 확인합니다. 개장할 때와 폐장할 때의 움직임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죠. 시간이 흘러 7시 정도가 되면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곤 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죠. 이후 11시~12시경에는 잠자리에 듭니다. 이렇게 하루가 갑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채 3개월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있는 일거리도 생겼습니다. 1월부터 ‘삼성화재 블로그’에 한달에 한편씩 <월급쟁이 짠테크 도전기>란 제목으로 칼럼연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월부터는 예전에 칼럼을 기고했던 온라인 금융매거진 ‘뱅크샐러드’에 2주에 한편씩 <ETF 투자법>이란 주제로 연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더해 바로 오늘이네요, '사람과 직업연구소' 정도영 대표의 소개로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2시간짜리 재무강의를 할 예정입니다. 그전에도 아주 가끔씩 강의는 했었지만, 퇴직하고는 처음이니까 이번이 첫 데뷔 무대라 할 수 있겠네요.


사실 6월까지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아, 딱 하나. 책 초고만 쓰고자 했죠. 하지만 그 또한 마음대로 되진 않네요. 2가지 이유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는 자체가 제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더군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증 같은 것이 저를 계속해 눌렀기 때문이었죠. 다른 하나는 수입에 대한 책임감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사실 퇴직금과 실업급여가 있어 따로 벌지 않아도 생활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아무 수입이 없다는 것이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연결되더군요. 그러다보니 하나 둘씩 일을 하게 되었네요.


어쨌든 가만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4년을 직장생활만 했던 직장인이 퇴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렇듯 자신이 원하는 일을 통해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말이죠.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정기적인 수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참 기쁘고 고맙기만 합니다.



한 걸음이라도 내딛을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합니다


예전 마음편지를 통해 종종 이야기했던 ‘최경자(최소한의 경제적 자유)’의 기준에서 볼 때 저는 이미 그 기준을 초과했다 할 수 있는데요, 그 기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었죠.



* 경제 : 적정 수준의 경제적 문제 해결 – 1,800만원/년(150만원/월, 연금+투자 수입)


* 경영 :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글쓰기/강의/프로그램/기타) – 600만원/년(50만원/월)


* 인문 : 행복하게 살자 - 인문학 공부(인문적 통찰, 창의성)



하고 싶은 일을 통해 월 50만원을 버는 것이 제 ‘최경자’의 기준이었는데, 이번 달에 벌써 초과하게 생겼네요. 이렇게 가다보면 제가 원래 계획한 2년의 시간이 되었을 때 ‘어쩌다 부자(!)’가 되는 것 아닌가 살짝 걱정도 됩니다. 물론 기우에 그치긴 하겠지만 말이죠.^^


퇴직 후 지내다보니 그전엔 별 것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꽤나 크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큰 성공만 바라보며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한발자국씩 내딛을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죠. 욕심부리지 않으려 합니다. 가고자 하는 방향 하나는 확실하니,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가려 합니다. 가다 잠시 멈추면 또 어떻겠습니까? 쉬면서 또 얻는 게 있을테니 말이죠.^^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edu365.kr/board/view/code/freeboard/codeNo/437/pageNo/4)




차칸양

Mail : bang1999@daum.net

Cafe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경제/인문 공부, 독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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