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라이후 4월 오프를 마치며
지난 주말, 경제/인문 프로그램 <에코라이후>의 4월 오프가 있었습니다. 이번 오프는 특별히 1박 2일로 진행되었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죠.
1. 발표내용 안에는 다음 사항들에 대한 묘사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
1)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2가지)
2) 살면서 가장 슬펐던 순간(1가지)
3) 현재 배우자를 어떻게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현재의 결혼생활은 어떠한지.
4) 향후 결혼계획(결혼관 포함)과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 또는 과거 만났던 사람과의 사랑 이야기(솔로의 경우)
5)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과 '행복'에 대한 정의. 그리고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하다 생각되는 조건/방법
2. 발표방법
1) 45분간 온전히 혼자서 이야기해야하며, 그 시간동안은 어느 누구도 개입하지 않습니다.
2) 45분이 넘어가더라도 중간에 끊지 않으니 맘껏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3) 진실해야하며, 스스로에게 솔직해야 합니다.
어떤가요, 만만치 않죠? 이 주제는 3기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6기가 진행중이니 4번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쉽지 않은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앞에 두고 최소 45분 이상을, 그것도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만으로 채운다는 것이 말이죠.
제가 이 주제를 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는 발표자 자신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생각만으로도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정리가 필요합니다. 특히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든가, 가장 슬펐던 순간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사를 더듬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그런 순간들을 돌아볼 수 있으며, 더불어 그 순간이 자신에게 가장 행복했음을, 혹은 가장 슬펐던 순간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다른 사람이 살아온 진솔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자신의 삶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4년째 이 발표를 진행하며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삶이라는 것이 비슷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또한 아무리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실제 살아오면서 큰 고비나 고통을 겪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이 세상에서 오롯이 나만 힘들고, 고통받는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 또한 비슷한 혹은 더한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갑니다. 그것에 대해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보니 자신만 힘들다 느끼게 되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 이유는 한 사람의 역사에 대해 듣게 되고, 그 사람을 보다 더 잘 알게 됨으로써 다음 과정을 진행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함입니다. 에코라이후 기본과정은 경제와 경영 그리고 인문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대략 5개월 정도는 개인 경제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나머지 오프 시간들은 경영과 인문, 즉 꿈과 인생 그리고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경제적 측면은 혼자서도 준비할 수 있지만, 무엇을 할지 그리고 어떻게 살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은 그 사람을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피드백을 하더라도 보다 진솔할 뿐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의견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역으로 아니다 싶으면, 조금 아플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조언을 줄 수도 있고요.
오후 4시쯤 시작된 발표는 10시쯤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장면에서는 배꼽을 잡으며 웃기도 하고, 어떤 장면에서는 그 사람이 겪었을 고통에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세상 그 어떤 영화, 소설, 드라마보다 더 감동적이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에겐 지금까지 살아온 역사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 역사가 바로 그 사람 자체라고 할 수 있죠. 얼마 전 재래시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사려는 사람들로 시장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죠.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여있던 중, 갑자기 한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이들을 그저 대중의 무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한사람 한사람이 지내온 역사로써 보게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20~30년의 역사가 열 댓명, 40년의 역사가 약 30명, 50년의 역사는 대략 40명, 그리고 60년 이상의 역사가 최소 3, 40명. 아무리 못잡아도 5,000년 이상의 시간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었습니다. 그 엄청난 시간도 시간이지만, 만약 이들이 살아오며 겪었던 삶의 희노애락들을 펼쳐놓는다면, 이 얼마나 대단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될까. 한사람, 한사람이 달리 보이고 위대해 보였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우리는 새벽 3시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흥에 겨워 노래도 불렀습니다.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어 기뻤고,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다음날 우리는 풍광좋은 곳에서 커피와 차를 마시며, 한사람씩 이번 오프의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느낀 점은 조금씩 달랐지만, 서로가 서로의 삶에 대해 배울 수 있어 좋았고, 그로 인해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점은 모두 같았죠. 저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했고, 한가지를 덧붙였습니다.
“모두들 힘든 환경,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정말 열심히 잘 살아와줘서 고맙다. 그런 너희들과 인연을 맺게 되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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