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이 만든 멋진 콜라보레이션의 맛!
소설가 조정래 씨는 봄을 3가지로 구분합니다. 3월은 오는 봄, 4월은 머무는 봄 그리고 5월은 가는 봄이라고 말이죠.
5월도 벌써 중순을 넘어서고 있네요. 그토록 기다렸던 봄, 환희와 감격을 뒤로하고 이제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할 수만 있다면 옷소매라도 잡고 싶을 정도로 아쉬움이 큽니다. 그 마음을 달래주려는 걸까요? 지난주부터 제가 좋아하는 아카시아꽃 내음이 집 주위 뒷산을 가득 채웠습니다. 아쉬움이 사르르 녹는 순간입니다.
힐링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 5월, 혜원(김태리 분)이 살고 있는 뒷산에 아카시아꽃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립니다. 혜원은 그 꽃을 따 아카시아꽃 튀김을 만듭니다. 꽃 모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튀김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아사삭 한입, 두입 맛있게 베어 먹는 혜원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꿀꺽. 절로 군침이 돕니다.
지난 화요일 오후, 아내가 아카시아꽃을 따러 가자고 합니다. 그걸로 아카시아꽃 튀김과 청을 만들자네요. 아내도 함께 영화를 봤었거든요. 뒷산으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너무 높은 곳에 꽃이 달려 있다 보니 생각보다 따기가 쉽지 않네요. 생각보다 수확이 좋지 못합니다. 이번에는 앞산으로 갑니다. 오~ 여기에는 손으로 딸 수 있는 낮은 위치에도 싱싱하고 탐스러운 아카시아꽃이 많이 열려 있네요. 제가 아카시아 가지를 구부리면, 아내가 준비한 가위로 조심스럽게 아카시아꽃을 땁니다. 모양이 망가지면 안 되니까요. 가지고 간 큰 비닐 속 아카시아꽃이 가득해집니다. 향내가 진동합니다. 매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꽃내음이지만, 이렇게 보니 마치 5월을 한 곳에 모아놓은 듯하네요. 함께 데리고 간 강아지도 떨어지는 아카시아꽃을 먹느라 여염이 없습니다. 사람에게도, 강아지에게도 자연이 주는 참 고마운 선물입니다.
아내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갑니다. 따온 꽃을 물로 씻고, 살짝 튀김옷을 입힌 후 뜨겁게 데운 기름 속에 넣습니다. 치직, 치지직 맑고 선명한 기름방울들이 꽃 주위를 에워쌉니다. 마치 꽃에 얇은 옷을 입히고 있는 듯 보이네요. 너무 오래 튀기면 아카시아꽃 본래의 은은한 아이보리색을 잃을 테니, 조심해야만 합니다. 대바구니에 거름종이를 깔고 꺼낸 아카시아꽃 튀김을 놓습니다. 하나둘 위대한 완성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보니 더 이상 참기 힘드네요. 손으로 하나를 손으로 잡고 입으로 가져갑니다. 바사삭. 아~ 첫맛은 바삭하고 따스한 고소함이 넘칩니다. 그리고 첫맛이 끝나는 시점에 아카시아꽃이 씹힙니다. 음, 부드러움과 동시에 아카시아 특유의 향긋함이 올라옵니다.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자연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멋진 콜라보레이션 그 자체네요. 하나를 다 먹자마자 다시 또 하나를 입으로 가져갑니다. 그리고 정성을 들여 튀김을 만들고 있는 아내에게도 한입 베어 물게 합니다. ‘음~!’ 작은 탄성. ‘어때, 좋지?’하고 묻자, 말 대신 눈으로 답을 대신하고 있네요. 100%의 공감과 만족을 담아 말이죠.
맛을 보니 아카시아꽃 튀김을 그냥 별미라고 퉁칠 수는 없겠네요. 그야말로 5월의 맛이라 부를 수 있을 듯합니다. 고소함 뒤에 감춰진 꽃잎의 보드라움 그리고 약간의 쌉쌀함과 향내음 가득한 5월의 맛이라고 말이죠. 이렇게 좋은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약간의 후회, 그리고 다시 제대로 된 맛을 보려면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큰 아쉬움이 동시에 교차합니다. 그럼에도 기쁨이 더 큽니다. 5월의 맛을 경험해보았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매년 5월을 기다릴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거니까요.
아내 덕분에, 영화 덕분에 제 인생에 또 하나의 첫 경험이 아로새겨졌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기억, 추억의 한 장으로 남게 되었네요. 이제 5월이 되면 어김없이 아카시아꽃 튀김을 먹고 싶어 질 듯합니다. 어쩌면 파블로프의 실험처럼 5월 하면 군침을 흘리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아르헨티나 국민가수 메르세데스 소사가 부른 ‘삶에 감사해(Gracias a la vida)’란 노래가 떠오릅니다. 감사하게도, 삶에 감사할 일이 또 하나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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