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10년 꿈은 무엇인가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8년은 제 인생에 너무나도 큰 획을 그은 한해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구본형선생님의 제자가 되어 치열하기 그지없던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1년 과정을 보낸 해이기 때문이죠. 1주일에 한 권의 책 읽기와 더불어 북리뷰 그리고 칼럼까지, 그렇게 52주를 마치 전쟁을 치르듯 뜨겁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 그 뜨거웠던 1년을 기념하기위해, 그리고 10년 후 변화된 모습을 그리기 위해 동고동락했던 연구원 동기들은 충북 괴산의 여우숲 감나무 아래 각자의 10년 후 모습을 편지에 담아 타임캡슐에 묻었습니다. 감나무 가지에는 사부님과 동기들 모두의 얼굴이 담긴 액자 하나를 걸어두었죠.
너무나도 화창하고 맑았던 5월의 3째주 토요일, 4기 연구원 동기들이 시간을 내어 여우숲에 모였습니다. 타임캡슐을 열기 위해서였죠. 어느새 10년의 시간이 흘렀네요. 잊은 채 살고 있었는데 말이죠. 숙소에 짐을 풀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갈아 입은 후 우리는 타임캡슐이 묻힌 감나무를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요? 그동안 여우숲의 모습이 많이 바뀌어 감나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낭패가. 결국 여우숲 주인장인 김용규쌤의 도움을 구해야 했고, 덕분에 어렵사리 그 나무를 만날 수 있었죠. 하지만 그 마저도 숲속 비바람에 낡을대로 낡은 액자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겁니다. 액자는 감나무 아래 고이 세워져 있었죠. 우리를 오래오래 기다리며 말이죠.
가지고 간 삽으로 감나무 아래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파야할지 고민하던 찰나, 무언가 삽 끝에 걸리고 흰 무언가가 어슴프레 드러납니다. 조금 더 파내자 마치 공룡알과 같은 하얗고 선명한 타임캡슐이 그 수줍은 모습을 드러냅니다. 모두의 입에서 환성이 나옵니다. ‘야~ 정말 있구나! 드디어 찾았구나!’ 우리는 조금 넓은 곳으로 이동하여 타임캡슐을 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요! 아무리 돌려도 꿈쩍조차 않는 겁니다. 우리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떻게 해야하지? 열긴 열어야겠는데..
동기인 박중환 연구원 대표가 용단을 내립니다. (무식하지만) 도끼로 깨겠다고 말이죠. 대다수가 아서라 했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마침내 그가 도끼로 후려치자, 아~ 변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강타! 마침내 타입캡슐의 반이 쩍 갈라지며 그 안에 담긴 색색의 편지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 긴 시간동안 습기도 안차고 깨끗하게 잘 보존되어 있네요. 마치 며칠 만에 꺼내는 듯 느껴집니다.
편지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저녁을 먹고 날이 어둑해지면 한 사람씩 낭독해 보기로 했습니다. 10년 전 꿈을 나눠야지요. 그때 누구는 어떤 꿈을 꾸었는 지 그리고 과연 10년 동안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직접 들어봐야지요. 그리고 어느덧 그 시간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제안에 따라 본인이 아닌, 자리에 참석한 후배 연구원이 대신 편지를 낭독합니다. 모두들 조용한 가운데 목소리를 따라 편지에 담긴 꿈의 조각들이 여우숲의 하늘로 날아 오릅니다.
아, 그랬구나. 그땐 그랬구나. 과거 10년 전 일들이 떠오릅니다. 젊었구나, 참 좋았구나. 예전 생각과 그때의 감정들이 전구에 불이 켜지듯 환하게 밝혀집니다. 더불어 지금 그 사람의 모습과 10년 전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시간이 흐르긴 흘렀네요. 이미 잘 이뤄진 일도 있고,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일도 있습니다. 이는 다소의 아쉬움일 수도 있고, 젊을 적 치기어린 꿈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좋네요. 읽는 이도, 듣는 이도. 꿈이 있다는 것이.
한 사람의 편지가 끝나면 자연스레 박수가 나옵니다. 단순한 편지가 아닌, 그 편지 안에는 무려 10년에 대한 소중한 미래적 회고가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지금 함께 즐기며 보내고 있는 현재는 지난 10년이란 시간이 있었기에 감히 만날 수 있는 선물이라 할 수 있으며, 그(그녀)가 지난 시간들을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편지도 결국 반강제적으로 읽혀졌습니다. 쑥스럽다 못해 창피하더군요. 이루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죠. 살짝 공개하자면, 책 출간을 무려 7권이나 했더군요.^^ 실제로는 2권인데 말이죠. 그리고 심리학을 공부하여 상담 프로그램을 개설했는데, 심리학 공부는 아직 엄두를 못내고 있네요. 또한 편지에서는 2013년 1월에 회사를 나와 혼자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무려 5년이 지난 올해부터 1인기업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뭐 시간차가 다소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시작은 했네요.^^
편지의 내용들을 들으며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이루지 못한 것들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사실 못 이룬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체념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말이죠.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삶의 방향이 즐겁고 만족스럽다면, 그리고 가족들, 주변의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멋진 인연을 만들어가며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에는 큰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참 감사했습니다. 지난 10년이 제겐 제대로 된 영양분이 되었으니까요.
다른 편지를 읽던 도중 누군가 의혹(?)을 하나 제기합니다. 타임캡슐을 묻은 시점이 2009년 3월이므로, 사실 10년이라면 올해가 아닌 내년 3월에 오픈해야 하는 것 아니었냐고 말이죠. 오홋, 이런 치명적 오류가! 우리는 만 10년이 아닌, 9년 2개월만에 편지를 개봉한 겁니다. 고로 우리 모두에게 아직 10개월이란 시간이 남아있는 거네요. 힘들긴 하겠지만, 10개월 동안 책도 더 쓰고, 심리학 공부도 하면 10년 전 꾼 꿈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겠네요! 옆을 보니 동기들 모두 의욕충만해 있네요.
이래서 삶이 재미있나 봅니다. 앞으로 10개월, 꽤나 흥미진진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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