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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y 28. 2018

새장을 벗어난 작은 새, 웬디 이야기

영화 <스탠바이, 웬디>를 보고


자폐증(自閉症, autism)


 : 다른 사람과 상호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정서적인 유대감도 일어나지 않는 아동기 증후군으로 ‘자신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것 같은 상태라고 하여 이름 붙여진 발달장애. 발병원인으로는 생물학적 요인때문이라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며, 대표적으로 임신, 분만을 전후한 합병증, 경련성 질환과의 연관, 대사장애, 감염, 그 외 생화학적 요인 등이 있습니다. 자폐증의 증상으로는 사회적 상호관계의 장애, 의사소통 및 언어장애, 행동장애 등을 보이며, 현재까지 자폐장애를 완치할 수 있는 약물이나 특수치료는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인 치료목표는 행동장애를 감소시키고 언어를 습득하며, 의사소통기술을 증진시키고 자립기술을 습득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포함된 포괄적 특수교육을 시행하고 행동치료, 정신치료를 통하여 체계적으로 행동교정을 시행합니다.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새장 속에 갇힌 작은 새, 웬디


여기 자폐증에 걸린 소녀 웬디(다코타 패닝 분)가 있습니다. 그녀는 이 병으로 인해 유일한 가족인 언니와 떨어져 별도의 합숙시설에서 선생님의 관리를 받으며 생활합니다. 그녀의 하루일과는 똑같으며,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생활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알바도 하지만, 그 역시 정해진 틀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마치 새장 속에 갇힌 작은 새와도 같죠. 이런 그녀에게 유일한 취미이자 탈출구는 TV 드라마 ‘스타트렉’을 보는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눈과 귀를 번쩍뜨이게 하는 일이 하나 생깁니다. 파라마운트 픽처스에서 스타트렉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시나리오를 공모한다는 광고를 발견한 것이죠. 그녀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합니다. 광활한 우주, 황망한 대지 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커크 선장과 스팍. 그녀는 스팍이 되어 죽어가는 커크 선장을 애잔하게 바라봅니다. 갈 곳을 잃은 빛은 우주를 헤매긴 하겠지만, 언젠가는 우주 어느 한 곳에 닿음으로써 그 빛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웬디는 거의 24시간 내내 스타트렉의 시나리오를 완성시키는데 매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방점을 찍죠. 이제는 우편으로 보내 접수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일이 생깁니다. 언니가 시설로 찾아온 겁니다. 웬디는 언니를 보자 침착했던 마음이 동요됩니다. 그리고 애원합니다. 이제는 ‘지긋지긋’한 이 곳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요. 돌아가 조카인 루비도 안아보고 싶다고 말이죠. 하지만 언니는 아직 안된다며 선을 긋습니다. 그러자 웬디는 발작을 일으킵니다. 소리를 지르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죠. 스코티 선생이 급하게 뛰어와 그녀에게 말합니다.     


“스탠바이, 웬디. 스탠바이. 스탠바이.”     


언니는 돌아가고 그녀는 다시 혼자 남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 온 힘을 기울여 완성시킨 스타트렉 시나리오를 보내지 못했음을 알게 됩니다. 화요일 오후 5시까지 도착해야 하는데, 내일은 토요일. 게다가 월요일은 공휴일. 우편접수는 불가능합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웬디는 결심합니다. LA에 위치한 파라마운트 픽처스까지 직접 찾아가겠노라고. 드디어 일생일대의 도전이 시작됩니다.          



웬디, 자폐증을 극복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가지 의문이 일었습니다. 왜, 스타트렉일까? 왜 웬디는 그 드라마에 흠뻑 빠지게 된 것일까? 스코티 선생 또한 궁금해 했죠. 그러자 그녀의 아들이 답을 해 줍니다. 바로 스팍이란 존재때문일 거라고요. 스팍은 지구인과 외계인의 피가 반반씩 섞인 혼혈외계인종입니다. 지구인도 아니고, 외계인도 아닌 그런 애미한 존재죠. 웬디는 자신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구라는 이 공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아니 어쩌면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차원이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적응이란 단어가 맞지 않을 것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녀는 한줄기 빛이 우주 어딘가로 자신을 인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마침내 우주 어느 한 곳에 도달함으로써 그 빛을 발하게 될 것이란 희망을 가집니다.     



자폐증은 아직까지도 현대의학으로 완치하지 못하는 병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웬디는 평생 이 병을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스팍과 같은 존재가 됨으로써 자폐증을 병이 아닌, 그저 자신이 가진 하나의 증상 정도로 낮추어 버립니다. 거기에는 결정적 계기가 있습니다.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고 정말 어렵사리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찾아간 웬디. 하지만 정말 황당하게도 담당직원은 시나리오를 인편으로는 접수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웬디는 낙심합니다. 아무 말도 못한 채 돌아섭니다. 하지만 서글프고 화나는 마음까지 진정시키지 못합니다. 그녀는 중얼중얼거립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어떻게 이 시나리오를 만들었는데..’라며 말이죠. 그 중얼거림은 몇 번 더 반복되다가 마침내 입에서 폭발합니다. 웬디는 돌아서서 그리고 정면으로 그 직원을 바라보며 소리칩니다. 당신이 이 시나리오를 쓰기까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조금이라도 알기나 하냐며 말이죠. 제가 꼽은 이 영화의 명장면입니다.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그녀의 운명과도 같은 자폐증을 그저 하나의 증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용기의 발로라 할 수 있을만큼 아주 시원한 장면입니다.     



LA까지 700Km에 달하는 엄청난 여정. 그 속에서 겪게 되는 갖가지 고난들. 그럼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아름다운 용기. 웬디의 대단한 도전은 그녀를 다시 태어나도록 만들어줍니다. 이제 웬디는 사회와의 관계에 스스로를 가둔 ‘자폐’의 삶이 아닌, 사회와 적절한 관계를 맺는 그런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더 이상 스탠바이 상태로 멈춰있는 것이 아닌, 비로소 그녀 만의 삶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빛을 발하는 그런 삶 말이죠.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4662



* 이 영화 감상문은 <브런치>에서 준비한 시사회를 본 후 작성한 것입니다.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브런치>에 감사 드립니다.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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