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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y 17. 2018

스페인에서 수다 떨기

영화 <트립 투 스페인>을 보고



사실 이번 영화 <트립 투 스페인>을 보러가며 살짝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조만간 혹은 몇 년 내에는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스페인. 그 나라의 아름다운 전경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거기에 문화소개와 더불어 중년 남자들의 코메디까지 한 영화 안에 모두 믹스되어 있다고 하니 어찌 설레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어디 그뿐 인가요? 전편인 <트립 투 잉글랜드>와 <트립 투 이탈리아>가 흥행과 완성도 모두 인정을 받으며, 관객들의 끊임없는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트립 투 스페인>이라고 하니 이건 뭐, ‘안 보면 손해’ 이런 느낌이 드는 게 당연했죠.          



설레임과 기대 속에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중년 아재 둘이 뭐라뭐라 통화를 하더니 의기투합,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물론 전적으로 놀러 가는 건 아니고, 스페인에 대한 여행기를 써야한다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두 남자는 부푼 마음을 안고 가벼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리고 첫날 밤을 페리에서 (배멀미로 엄청 고생스럽게) 보낸 후, 다음 날 첫 방문지의 레스토랑을 방문해 스페인 현지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먹방이 시작되려나 보다, 어떤 맛있는 음식이 소개될까, 궁금증이 일어날 찰나, 뭔가 요상스러움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음식과 조리과정은 잠깐씩만 보여주고 대부분이 두 사람의 왁자지껄한 수다(아마 우리나라였으면 눈총깨나 받았을 수도 있을 정도로 수다스럽네요), 그 중에서도 성대모사 대결로 채워집니다. 오~ 이럴 수가. 뭔가 상황상으로는 굉장히 웃긴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웃을 수가 없습니다. 성대모사라는 것이 사실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의 목소리를 알고 있어야 즐길 수 있는 것인데, 그 대상자를 잘 모르니 그리고 설사 이름정도는 안다해도 그 사람의 목소리는 물론이고, 그가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 대사 조차 모르니 이건 거의 자막없이 중동영화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처음이니 그러겠지. 중간 정도 진행되면 나아지겠지. 오, 이런. 영화의 대부분 시간들이 두 아재의 수다로 채워졌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물론 조금 과장은 했습니다. 중간중간 스페인의 아름다운 전경도 보여주고, 맛있는 음식도 소개해주며, 때로는 스페인의 문화(공룡유적지를 찾아가는 장면에서는 정말 의아스럽기까지 했습니다만..)까지도 이야기합니다. 열심히 보면 공부도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은 두 아재의 수다장면이 영화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요.     


아, 그래도 저 장면에서는 웃었습니다. 중간에 ‘무어인(711년부터 이베리아 반도를 정복한 아랍계 이슬람교도의 명칭. 8세기부터 15세기 말까지 스페인 대부분 지역을 통치했던 무슬림을 통칭하는 단어)’ 이야기를 하다 롭 브라이든이 ‘무어’라는 단어를 가지고 애드립을 칩니다. 예를 들어 과거 007 영화의 히로인이었던 ‘로저 무어’가 무어인이라는 식으로 말이죠. 소위 말장난을 하는 거죠.           



이 영화의 감독인 마이클 윈터바텀과 제작진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60페이지에 이르는 자료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 내용들이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 녹여져 들어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수다와 성대모사, 말장난 속에 빛을 잃고 마는 듯 싶어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또한 두 아재,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은 영국에서 꽤나 유명한 배우라고 합니다. 스티브 쿠건은 배우이자 제작자, 각색가이자 영국 코미디어워드 남우주연상을 세 차례나 수상할 정도로 유명인이며, 롭 브라이든은 라디오, 애니메이션 성우,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는 개성파 배우로, 스티브 쿠건과 마찬가지로 영국 코미디어워드 최우수 남우주연상 수상뿐 아니라 영국 방송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을 받기까지 한 대배우라 하네요. 그만큼 이 영화에서 두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다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지요.          



영화를 보고 나오며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만약 <트립 투 스페인>과 똑같은 컨셉의 영화를 우리나라에서 만든다 가정하고, 두 중년배우로 뛰어난 브로맨스를 자랑하는 유해진과 차승원을 캐스팅하면 어떨까, 하는. 대박까진 아닐지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제법 구미가 당기지 않을까요? 두 배우의 케미가 영화 내내 약방의 감초처럼 흥미를 돋굴 테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만든 영화를 영국 런던에서 상영한다면, 어떤 반응을 가져올까요? 아마 지금 제가 느꼈던 그 감정을 영국 사람들도 그대로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 <트립 투 스페인>이었습니다.                    



* 이 영화 감상문은 <브런치>에서 준비한 시사회를 본 후 작성한 것입니다.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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