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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Sep 08. 2015

소통(疏通)을 위한 글쓰기

균형 찾기 #22


소통, 대체 왜 어려운 걸까?


어느 회사나 대개 비슷하겠지만, ‘소통(疏通)’이란 단어는 기업이라면 빼놓지 않을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입니다. 소통을 위해 수많은 기업들은 각종 제도나 지침을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이벤트와 같은 깜짝 활동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되지 않는 것이 소통이기도 합니다. 소통, 대체 왜 쉽지 않을 걸까요?


소통이란 단어 그대로 잘 통한다는 의미입니다. 막히거나 걸리지 않고 잘 통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중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크고 작은 오해들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사실 소통을 위해, 소통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 인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소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상호 간에 ‘신뢰’라는 바탕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신뢰’도 없이 그저 소통하라는 건 흑설탕과 계피가루도 없이 달달한 호떡을 만들라는 것과 같을 테니까요. 뭐 거창하게 ‘신뢰’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로 친하다면 굳이 소통하라고 요구하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서로 잘 통하기 마련일 테니까요. 그러나 기업이란 조직은 상하관계에 의해 운영되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친해진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친교보다는 업무가 우선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소통 또한 어려운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제가 과거에 들었던 심각한 소통 부재 이야기가 있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한 회사에서 그 해의 영업실적이 예년보다 훨씬 더 좋았답니다. 담당 임원이 인센티브를 기대하며 영업실적을 자랑스럽게 보고하자, 그 회사 사장님 왈, “어떤 놈이 올해 목표를 이따위로 낮게 잡은 거야?”하며 버럭 화를 내시더랍니다. 어떤가요, 이 정도면 소통... 꽤 심각하죠? 얘기 나온 김에 하나 더 할까요? ‘소통의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던 사장님, 소통이 잘 되지 않자 회의 시간에 임원들을 모아놓고 혼을 냅니다. 왜 그렇게 소통을 하지 못하냐며 말이죠. 회의가 끝나고 한 임원이 회의장을 나오며 중얼거립니다.


"소통의 리더십이 아닌, '호통'의 리더십 만큼은 확실히 보여주시네..."


주변 여러 회사들의 사례를 찾아보아도 소통만큼은 확실하게 하고 있는 회사가 드물어 보입니다. 물론 직원이 몇 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의 경우는 소통을 넘어 거의 가족이나 친척과 같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직원수가 몇 백 명을 넘어가는 큰 회사들은 결코 소통이 쉬운 과제는 아닌 듯 보입니다. 이처럼 소통이 잘 안 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소위 위쪽에 계신 경영진의 생각과 아래쪽에 있는 사원들의 생각에 보이지 않는 큰 갭(Gap), 혹은 괴리감이 상존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임원과 사원들 간에는 사적인 대화조차 나누기 힘든 것이 사실일 테니, 친해지는 것은 고사하더라도 서로의 생각을 제대로 나누기도 어렵다고 봐야 할 겁니다. 상호 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소통은 먼 나라 이야기 아닐까요?



임원들의 글쓰기, 말보다 글로 소통한다면..


여기에 대한 해법으로 제가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아이디어가 하나 있습니다. 경영진, 즉 임원들에게 글쓰기, 즉 칼럼을 쓰도록 하는 겁니다. 가능하면 매주 1회, 혹은 격주에 한 번씩이라도 자신의 업무와 연관되는 칼럼을 써서 연재하도록 하는 거죠. CEO 들의 경우 검색해보면, 국내외 상당히 많은 분들이 칼럼을 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팀 쿡(애플 CEO), 조나단 슈왈츠(선 마이크로시스템즈 CEO), 빌 매리엇(메리엇 인터내셔널 회장), 리처드 에델만(Edelman CEO), 성세환(BNK금융그룹 회장), 신우성(한국바스프 대표), 장재진(오리엔트바이오 회장), 최계운(K-water 사장), 유재훈(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조석(한국 수력원자력 사장), 김재수(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등이 글 쓰는 CEO 들이시죠. 꽤 많죠? 


한 회사의 대표인 CEO의 칼럼도 직원들에게 중요하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칼럼의 주체는 해당 부분의 임원들입니다. 사원들이 업무나 인사와 관련하여 직접 연관되어 있는 사람은 CEO가 아니라 담당 임원이기 때문이죠. 저는 임원들이 자신들의 생각, 특히나 같이 나누어야 할 중요한 생각은 말보다는 글로 표현했으면 좋겠습니다. 정기적인 칼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직원들은 그 글을 읽고 이해하며 때로는 댓글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거죠. 회사 분위기에 따라 실명이 부담스럽다면 익명으로의 댓글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글은 말보다 훨씬, 훨씬 더 강하다


사실 글은 말보다 훨씬, 훨씬 더 강합니다. 말은 사라지거나 잊히지만 글은 평생 남기 때문에, 글에서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만 하죠. 또한 말은 이해가 어렵거나 오해할 수도 있지만, 글은 몇 번이든 반복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이해가 가능합니다. 또한 말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대충 내뱉을 수도 있지만, 글은 고민해서 써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담길  수밖에 없으며, 일주일에 한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주일 내내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6개월 이상 계속 쓰게 될 경우 사고의 연속성이 생김으로써 본인의 생각이 잘 정리되는 이점까지 가지고 있죠. 여기에 더해 직원들이 임원의 글에 댓글과 답글을 통해 여러 의견들을 나눌 경우 부하직원들은 윗 사람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윗사람은 아랫 직원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게 됨으로써 서로의 생각이 통하게 되는, 즉 소통의 효과까지 얻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어떤가요? 임원분들은 아주 많이  힘들어하시겠지만, 잘만 시행되면 소통의 도구로써 꽤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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