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매일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것 - 금붕어를 키우면서
잘 산다는 것은 어제의 것으로 오늘을 만족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균형을 찾아야하는 행동들의 연속이란 생각이 든다.
그것을 내게 가르쳐준 것은 금붕어들이다.
단순히 귀여워 한번 키워볼까하는 마음에 생물을 들이면서 수차례의 멘붕을 겪었다. 이전에 키워보지 않았으니 노하우가 있을리 없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학교에서 배운 것들, 책으로 배운 것들을 총동원하여 물에 관련된 지식을 조합하여 안정적인 조건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실제 금붕어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해주는 조언에 의해 물상태를 개선하고 상태를 호전시키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실질적 지식은 교과서가 아닌 그들의 조언에 담겨 있었다.
최근 물고기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카페에서 '문제있어요. 어떻게 해야하죠?'라는 주제로 온라인에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가만 듣다 보니 이들의 공통점이라는 것이 턱없이 부족한 지식으로 불안정한 물생태계를 만들기 때문에 겪는 문제였다.
생태계라는 것은 살아있는 것들의 조화로운 삶으로 유지된다. 그것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계는 깨진다. 단순히 말하면 물고기가 죽는 것이다. 초보자들 눈에는 물고기가 병들고 죽는 것만 보이겠지만, 이미 오래 물고기를 키워 본 사람들 눈에는 수질이 점차 나빠지면서 물고기가 어떤 병에 걸릴지를 알아채게 된다.
금붕어를 키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물고기라는 '생물'과 같이 살아서 이런저런 일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사서쓰는 무생물인 물건이라면 조건만 잘 맞으면 고장도 안나고 내용연수 다 될때까지 쓸 수 있는데 반해, 물고기는 생물이라서 계속 조금씩 바뀌는 조건을 안정적인 생태환경으로 맞추어야 합니다. 그일을 게을리 하면 생물이 죽어서 더이상 생물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살아있으니 먹고, 먹었으니 싸고, 자고, 놀고, 먹은 만큼 자라고, 새끼낳고. 그런데 물고기란 놈이 이런 일들을 할 때마다 환경이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서 지난달까지는 괜찮았다고 해도. 어느 순간 안 좋은 모습으로 변하게 됩니다. 새끼가 자랐으니 밥은 새끼 먹을 밥과 큰놈들 먹을 밥을 챙겨 더 주어야만 하고, 밥을 더 주었으니 여과기도 더 달아야 합니다. 몸집이 커졌으니 활동공간이 더 필요하기도 하지요.
나 또한 물생활 초보자들이 흔히 갖고있는 공통적인 문제점 4가지를 초반에 모두 저질렀고 겪었다.
- 턱없이 작은 어항,
- 턱없이 부족한 여과기,
- 자기 보기 좋으라고 물고기에는 해로운 바닥재가 없는 환경이거나 색깔있는 바닥재,
- 사진으로 보기에도 뿌연한 물.
작은 어항에 물고기 한두마리를 넣고 그것이 오래오래 잘 살기를 바라는 동화같은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카페의 누군가가 말했는데, 그 환상에 대한 지적이 맞는 것 같다. 생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환상으로는 안되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5마리로 시작했는데, 이녀석들이 원래 튼튼한 개체여서 우리집에 온 며칠 후부터 알을 낳기 시작했다. 알 낳으면 어떤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데, 그 조치가 수질을 매우 악화시켰다. 물고기가 알을 낳아서 알을 낳을 것을 고대하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아서 좋아라하고 있을 사이에 수질은 매우 나빠졌다. 몇 차례 알을 낳으니 기뻤는데, 그 이후로 계속 낳아서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서 이제는 알 낳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알을 낳느라 약해진 녀석은 결국 수질문제와 약해진 몸에 이상이 생겨 병이 들었다. 물고기가 생사을 왔다갔다하는 동안에 나는 물고기의 회복과 수질개선을 동시에 해결해야 했다.
그렇게 안정이 되었나 싶었을 때는 그동안 낳은 알에서 부화해서 자라난 녀석들이 서로 잡아먹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나는 또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이 녀석들이 생물이 아니라면 한번 맞춰놓은 조건에서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될텐데, 먹고 싸고 자라고 하면서 계속 조건이 변하니 나 또한 계속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만들고 유지하는 활동을 해야했다.
산다는 것, 특히나 잘 산다는 것은 어제의 생각으로 오늘을 살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지키고 살아야 할 원칙들은 여전히 어제와 오늘이 같은 것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 환경에서는 어제의 조건이 오늘의 조건에 맞지 않는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여전히 맞다. 하지만 그것이 삶에서 균형점을 정확히 일러주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원칙이었고, 삶에서는 그 원칙이 적용되는 균형점을 찾는 것은 각자의 노력으로 해야할 것들이다.
금붕어를 키우면서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적용시켜 본다.
* 질량보존의 법칙 --> 금붕어가 싼 똥은 밖으로 빼내거나 박테리아가 분해하지 않으면 수조 안에 계속 존재한다. --> 환수하고, 수조 청소를 일정간격으로 해주어야 한다.
* 온도가 높아지면 기체는 액체에 잘 녹지 않는다. --> 온도가 높아지는 여름이 되면 공기공급기를 제대로 갖춰서 공기를 공급해줘야 한다.
*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생태계에 존재하고 분해자로서 생태켸의 유지에 중요하다. ---> 박테리아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바닥재나 여과기에 살며 금붕어가 싼 것을 분해한다.
우리는 '질량보존의 법칙' 같은 원칙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실 생활에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그것을 내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지, 그러니까 내가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를 잘 알아채지 못한다. 그 이론은 내게 적절한 행동을 지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질량보존의 법칙은 물생활에서는 환수를 의미하고, 내 방에서는 일주일에 1,2차례 쓰레기를 봉투에 넣어서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몇달전에는 5마리이던 금붕어가 이제는 15마리가 되었다(베란다에 있는 함지박에서는 40마리정도의 유어가 헤엄치고 있다). 크기도 제각각이다. 현재에 나는 5마리를 키우던 조건으로 15마리를 키울 수는 없다. 그리고 이놈들은 몇달 더 있으면 새끼가 성체가 되어서 알을 낳겠다고 또 난리를 칠 것이다. 나는 새로운 균형점을 다시 찾아야 한다. 다같이 살 수조를 더 들여 놓을 것인지, 아니면 개체수를 줄이는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적절하게 개체수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게 삶인 것 같다.
과거로 오늘을 살 수는 없다.
물고기가 사는 것, 물고기와 함께 사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이 사는 것, 사람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 아니 산다는 것 자체가 과거로 오늘을 살 수는 없는 것 같다.
2014년 9월 3일
-- 한정화(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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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일상입니다. 일상은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항상 같은 듯 싶다가 어떤 사건이나 일이 터질 때야 비로서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되죠. 그전까지 일상은 항상성을 유지한 채 그렇게 그렇게 흘러 갑니다.
하지만 일상 속에도 작은 변화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뿐이죠. 시간의 흐름은 우리의 몸에 변화를 가져다 줍니다. 성장 혹은 노화란 이름으로. 이는 시간의 누적과 함께 이후에 큰 변화로 찾아 옵니다. 그제서야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되죠. 내 몸이 이렇게 변했구나, 세월을 막을 수는 없구나.
시간의 변화와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또한 시시각각으로 변합니다. 과거 몇 십년 전만해도 지금과는 천양지차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100년 전 사람이 지금의 시대를 그 당시의 생각, 태도 만으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적응하지 못한다면 스트레스 속에 온전한 삶을 살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가 맞이하는 오늘은 어제에 맞았던 오늘이 아닌, 생전 처음으로 맞게되는 새로운 오늘입니다. 어제와 다른 오늘, 새로운 오늘을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 혹은 미래에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결국 인생을 잘 살아가는 사람일 것입니다. 보다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틀을 깨고, 새로운 오늘을 자신의 환경, 상황에 맞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매일의 균형점을 찾는 것, 그것이야잘로 잘 살기 위한 핵심 키가 될 것입니다.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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