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May 22. 2015

인생이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

균형 찾기 #3 그림동화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인간의 삶, 즉 인생을 말할 때 식자(識者)라 하는 사람들은 흥진비래(興盡悲來)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표현을 씁니다. 흥겨움이 다하면 슬픔이 찾아오고, 괴로운 시간이 지나가면 다시 즐거움이 찾아온다는 의미죠. 그 역(易)도 성립됩니다. 고진감래면 다시 흥진비래라는. 이처럼 세상 모든 일은 돌고 돕니다. 하지만 이 같은 순환도 언젠가는 막을 내리게 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며, 누구나 죽음이란 마지막 순간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땅 속 장독대 안의 묵은지처럼 오래 묵혀진 삶은 아니지만, 이미 40대 중반을 지나가고 있는 저의 인생을 돌이켜보았을 때, 저 또한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로만 인생이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닌 듯 싶습니다. 오히려 힘들고 괴로웠던 시간들과 그저 무덤덤하게 보냈던 시간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 중간중간 즐겁고 행복한 기억들이 짧은 토막들처럼 삽입되어 있는 듯 생각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저처럼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아닌가요?^^

  


스위스의 한 노인이 80세를 맞아 자신의 인생을 시간 통계로 내 보았다고 합니다. 그 결과 거의 1/3에 해당되는 26년의 시간을 잠으로 보냈고, 21년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데 사용했으며, 6년은 식사시간으로, 그리고 5년은 아무 생각도, 하는 일 없이 그저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다고 하네요. 또한 약속한 상대방을 기다리느라 쓴 시간만 5년이었고, 세면과 수염 깎는 시간으로 228일, 넥타이 매는데 18일, 심지어는 담뱃불 붙이는 시간도 12일을 썼다고 합니다. 아이들과 놀아주는데 쓴 시간은 고작 26일에 불과했고요. 행복했던 시간을 계산하려 했더니 계산이 어려울 정도로 짧았다고 노인은 고백합니다. 꽤 씁쓸한 통계죠?

  


그렇다면 인간의 삶은 왜 바람과는 달리 이렇듯 힘들고 고단한 것일까요? 혹시 원래부터 인간의 삶은 힘들게 살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 짧은 지식으로는 잘 모르겠더군요. 그러던 중 여러분도 이미 잘 알고 계시는 그림형제(Grimm Brother)의 우화를 통해 그 이유를 어렴풋이 나마 알 수 있었는데요, 한 번 같이 읽어볼까요?

  

  



신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모든 짐승들이 30년은 당연히 살도록 명한다. 

  


그러자 짐을 나르는 것이 벅차다고 많이 알려진 당나귀는 자신이 일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조금 더 오래 살도록 청한다. 신은 당나귀가 18년을 더 살도록 허락한다. 반면에 개는 늙는 것이 두려워 30년 중에 몇 년은 오히려 감해 주도록 청한다. 신은 개에게서 12년을 감해준다. 원숭이 역시 늙는 것이 두려워 더 빨리 죽게 해도 록 청했고 신은 친절하게도 10년을 감해 준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나타나서 30년은 너무 짧다고 말한다. 그러자 신은 당나귀에게서 18년을 빼앗아 주었지만 사람이 여전히 만족을 못하자 개의 12년과 원숭이의 10년을 추가로 준다.

  


따라서 인간은 첫 30년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산다. 왜냐하면 이것이 그들의 본래 인생의 기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에 당나귀에게서 빼앗은 18년을 더 살기 때문에 쉬지 않고 일하고 채찍질을 당하며 일상의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다음의 12년은 개에게서 받았기 때문에 불곁에 앉아 웅얼거리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숭이로부터 받은 나이가 되었을 때 사람들은 원숭이처럼 멋대로 행동하게 된다.

  


- 『인생의 시간 동안에(The Duration of Life)』중에서 -

  

  

 

<그림형제(형 야콥(좌), 동생 빌헬름(우)>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잠시 그림형제에 대해 알아보고 갈까요? 그림형제는 독일 출신의 형제 작가로, 형은 야콥(Jacob Ludwig Carl Grimm, 1785~1863), 동생은 빌헬름(Wilhelm Carl Grimm, 1786~1859)인데요, 이 형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그림동화』를 비롯, 『독일 전설』, 『독일어 사전』 등을 완성시켰다고 합니다. 출생 년도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중반대를 보낸 인물들로, 그들이 살던 시기는 정확히 산업혁명으로 인한 근대화가 시작되고 발전되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이러한 성장배경을 놓고 추론해 보자면, 이들의 작품 속에는 그들이 보며 자라 온 산업혁명의 이미지가 직간접적으로 포함되어 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겠죠?

  


위의 우화 『인생의 시간 동안에』에서도 산업혁명의 이미지가 은유적으로 들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당나귀는 산업화 시대의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일꾼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있다 볼 수 있겠죠. 또한 이 우화에서는 인간의 수명을 대략 70세 정도로 잡고 있는데, 한 번 재미 삼아 계산해 볼까요? 원래 인간의 수명 30년, 당나귀에서 뺏은 18년, 개와 원숭이로부터 받은 12년과 10년을 모두 더하면 70년이 나오죠. 아마도 18세기~19세기 사람들의 최대 수명은 70세 정도였을 것입니다.

  


사실 지어진지 150년도 넘은 이 낡은 우화가 인생이 힘든 이유를 말해준다 하긴 어렵겠지요. 하지만 그림형제는 이 우화를 통해 인간의 삶이 고단하고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신(神)이 등장하여 동물들의 수명과 인간의 수명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산업화로 인해 일꾼으로 전락해버리고, 나이 들어서 또한 인간답게 살지 못하게 된 인간의 삶을 우화를 통해  안타까워하고 있는 거죠.....

  

  



* 추신


자, 이렇게 글을 마무리짓기엔 좀 많이 거시기하죠? 아무리 힘들고 고단한 인생이라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볼 만한 것이 바로 인생일 테니까요.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è bella, 1997년)>란 오래된 이탈리아 영화 한편을 추천해 드릴게요. 워낙 유명한 영화라 보신 분들이 많을 테지만, 그래도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 귀도가 독일군에게 잡혀  사살당하러 가면서도, 숨어 있는 어린 아들 조슈아를 위해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 단지 재밌는 ‘게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코믹하게 걸어가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버지 귀도가 삶의 마지막 순간, 아들에게 전해주려던 메시지는 바로 이것 아니었을까요?

  


“아들아, 아무리 처한 현실이 어려울지라도 생각을 바꾸면 인생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중산층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