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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Sep 24. 2015

내 마음 속 펭귄을 날게 하라

균형 찾기 #25

펭귄은 새일까, 아닐까?


펭귄(Penguin). 펭귄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죠? 곧추 선채 뒤뚱뒤뚱 걷는,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그렇게 때문에 한없이 귀엽게만 느껴지는 바로 그 모습! 하지만 땅 위에선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바다에만 들어가면 펭귄은 180도 변신, 그야말로 날쌘돌이가 됩니다. 땅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날렵한 동작으로 작은 물고기나 오징어를 잡아채죠. 바다 속에서 펭귄의 날개는 프로펠러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또한 포유류임에도 불구하고 황제펭귄(목부분의 깃털이 황금색을 띄고 있는 펭귄의 일종)의 경우 무려 18분까지 잠수가 가능할 정도로 수영은 물론 잠수에도 능한 동물이 바로 펭귄이죠. 게다가 바다속에서 보여지는 펭귄의 자태(?)는 헤엄친다기 보다는 그야말로 엔진을 달고 바다라는 공간을 맘껏 유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조금 더 보태자면, 펭귄은 마치 바다 속을 날고 있는 듯 자유로와 보입니다.


자 여기서 질문 하나.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인 펭귄은 새일까요, 아닐까요? 먼저 답부터 말하자면 펭귄은 새이며, 일반적으로는 바다새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새 임에도 불구하고 날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펭귄은 왜 그리고 언제부터 하늘이란 넓은 공간을 포기한 채(아주 오래전 옛날에는 펭귄도 하늘을 날았을 거라 학자들은 추측합니다) 땅에 발을 딛고 살며 바다를 주무대로 삼기 시작한걸까요? 여기에는 3가지 학설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첫째, 육상에서 걸어다니던 새가 물속에서 헤엄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설입니다. 즉 처음부터 창공을 훨훨 날아다녔던 것이 아니라 육상을 터전으로 살다가 어느순간 바다로 들어가 헤엄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펭귄이 되었다는 설이죠. 


둘째,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가 육지에서 생활하다가, 물속에서 헤엄치며 지금에 이르렀다는 설입니다. 이 설에 의하면 펭귄은 진정한 의미의 새였으며, 어떠한 이유에 의해(아마도 먹이를 구하기 어려웠거나, 천적의 등장때문일 수 있을 것입니다) 육지로 내려왔고, 다시 바다까지 진출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가 바다 생활에 적응하면서 하늘을 포기하고 바다를 선택했다는 설입니다. 즉 육상생활을 거치지 않은 채 바로 바다생활로 적응했다는거죠.


이 3가지 학설 중에 어느 것이 정확하다고 결론 내리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진화론적 관점에서 펭귄은 생존을 위해 육상과 바다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육상에서는 자식을 번식시키고, 바다에서는 먹이를 구하는 것으로 생존방식을 진화시켰고, 그럼으로써 지금까지 지구라는 땅덩어리, 그중에서도 북극에서 그 명맥을 잘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죠.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야마동물원(旭山動物園)을 아시나요?


일본에는 약 100여개 가까운 동물원이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일본 가장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北海道)에는 아사히야마동물원(旭山動物園)이 있으며, 당연히 이 동물원은 일본에서 제일 북쪽에 자리잡은 동물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사히야마동물원은 1967년 시립동물원으로 개장하였으나, 홋카이도의 살인적인 추위와 많은 눈 때문에 계속적인 적자를 면치 못하였으며, 1990년부터는 심각하게 폐장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다 1995년 고스케 마사오[小菅正夫]가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동물원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며, 그후 약 10년 정도가 흐른 2006년도에는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자리매김하였죠. 그동안 도대체 어떤 변화가 있었길래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동물원에 대해 알아보죠. 동물원은 동물공원(動物公園)을 줄여 부르는 말로, 중세 유럽의 왕족과 귀족들은 자신의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타국의 진기한 동물들을 수집해 키우며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자랑함으로써 즐거움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동양에서는 유럽보다 훨씬 더 오래 전인 중국 주나라 때 여러 다양한 동물들을 사육하여 대중 교육목적에 이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네요.


최초의 근대식 동물원은 지금으로부터 약 260년 전인 1752년, 오스트리아의 빈에 설립된 쇤부룬 동물원이라 합니다. 그리고 동양 최초의 동물원은 1882년 개장한 일본 도쿄의 우에노 동물원이고요. 그렇다면 한국 최초의 동물원은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아마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창경궁’이란 말보다 ‘창경원’이란 말이 더 익숙할 겁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동물원은 1909년 창경궁에 만들어진 ‘창경원동물원(1984년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이전하였습니다)’으로, 동양에서 네 번째로, 일본 도쿄, 교토 그리고 중국 베이징에 이어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다시 아사히야마동물원 이야기로 돌아오죠. 고스케 마사오 원장은 어떻게 하여 폐장 위기의 동물원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 다소 픽션적인 요소가 가미되었지만 『펭귄을 날게하라』(한창욱, 김영한 지음)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위기에 처한 아사히야마동물원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한 책으로, 이 동물원이 어떻게 일본 제일의 동물원으로 변모되었는지를 알수 있도록 도와주죠.


아시히동물원의 모든 직원들은 더 이상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동물원은 폐장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다방면의 변화를 모색하게 됩니다. 자 그러면 어떻게, 어떤 식으로 변화해야 할까요? 그들은 먼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가까운 변화, 즉 개선을 찾아 나섭니다. 찾아온 고객들을 위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든가, 팜플렛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배포하고, 아이들의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죠.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아사히야마동물원의 한계는 극복되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홋카이도라는 지역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죠. 북쪽에 위치한 만큼 당연히 낮보다 밤이 길며, 4계절 중 겨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음은 물론 추운데다가 눈까지 많이 내리기 때문에 겨울에는 고객의 방문이 뜸해져 제대로 동물원을 운영할 수 없었던 겁니다.


창조란 발명과 혁신의 2가지를 의미한다


그들은 변화, 더 나아가 창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창조란 발명과 혁신이라는 2가지로 나뉘어지며, 발명(Invention)이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활동이고, 혁신(Innovation)은 기존에 있던 것을 바꿔서 새롭게 하는 활동임을 알게 되죠. 즉 지역적, 계절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선의 범위를 넘어서 창조의 영역으로 들어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그들은 제대로 된 창조를 위해 초심으로 돌아갑니다. 동물원의 존재의 이유를 제대로 돌아보기 위해 동물원 옹호론자와 폐지론자로 나누어 토론을 진행하기도 하고, 이를 통해 동물원이 가야할 방향성을 탐색하기도 하며, 고객이 원하는 동물원의 가치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2가지 깨달음을 얻게 되죠.


첫째, 동물원에서 사육하는 동물들 또한 동물원의 고객이란 사실입니다.


“인간만이 동물을 관람한다는 생각은 오만이야. 동물도 인간을 관람하며, 때론 인간과 장난치며 스트레스를 풀곤 하지. (중략) 우리에게 갇혀있는 맹수에게 가장 큰 적은 권태로움이야. 자극이 없는 안락한 공간보다는 적당한 자극이 있는 공간을 선호할 수 밖에 없어. 관람객이 360도 돌아가며 구경할 수 있게 우리를 만들면, 맹수 또한 360도 돌아가며 인간을 구경할 수 있어.”


둘째, 동물원은 모두에게 즐거움과 기쁨의 장소여야 하며, 이로 인해 언제든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즐거움이 넘쳐야 해! 관람객이 구경하고 돌아서면서 이제 볼 것 다 봤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해서는 안 돼. 즐거움이 넘쳐야만 한 번 봤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가고 싶거든.”


“내가 간절히 원하는 건 동물원의 이상을 가장 잘 구현해낸 세상에 하나뿐인 동물원을 만드는거야. 호기심 많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삶에 지친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모두 함박웃음을 짓게 만드는 동물원! 그게 바로 내가 오랜 세월 꿈꿔왔던 동물원의 모습이지.”


그들은 먼저 동물과 사람들의 상호 관찰과 교감(?)을 위해 기존의 우리 안에 갇혀진 동물들을 관람하는 2차원적 구조를 개조하여 오랑우탄이 맘껏 뛰어 놀수 있도록 ‘공중운동장’을 만들었으며, 타고난 수영선수인 북극곰을 위해서는 그들만의 수족관을 만들어 눈앞에서 북극곰과 사람이 마주 볼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맹수관 또한 360도로 서로를 관찰할 수 있도록 개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이미지와 가장 잘 들어맞는 펭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와는 180도 다른 전혀 새로운 시도, 혁신을 도입합니다.



마지막 미션, 펭귄을 날게 하라


펭귄은 원래 새였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진화를 거듭하며 육지와 바다만을 왕래하는 생물로 변모하였죠. 그러나 펭귄이 새였음을 보여줄 수 있는 증거가 있습니다. 바다 속에서 자유로이 그리고 빠르게 유영할 때가 바로 그 때죠. 바다 안에서 펭귄은 비로소 자유로운 한 마리 새가 됩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직원들은 관객들에게 단지 좁은 수족관 속에서 펭귄들이 유영하는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펭귄이 과거의 새 시절로 돌아가 날아다니는 바로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 2가지 방법을 접목합니다. 하나는 수족관에서 유영하는 펭귄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수족관을 외부에 설치하되 관객의 관람 포인트를 밑에서 위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물 속에 파란 하늘이 담기게 만든 겁니다. 그리하여 마치 펭귄이 하늘을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겁니다. 실제는 아니지만, 비로소 펭귄새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든거죠.


이러한 발명과 혁신이라는 창조경영의 결과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자리 잡았으며 연간 300만명이 찾는 동물원으로 발돋움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창조 발상의 전환법 3가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방법을 음미해보도록 하죠.


1. 따뜻한 마음을 지녀라 - 고객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라

2. 따뜻한 지식을 쌓아라 – 다양한 지식체계를 체험하되 그 밑바탕에는 고객의 편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3. 따뜻한 시선을 가져라 – 고객 위주의 눈으로, 모든 일을 고객의 입장에서 보고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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