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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Feb 11. 2020

100년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의
스펙타클 일대기(2편)

마술적 사실주의의 대작!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살아있음의 의미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드디어 끝났다. 부엔디아 가문의 100년의 역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처절한 고독의 서사시가.


<백년의 고독>에서 부엔디아 가문의 역사는 7대에 이르러 돼지꼬리를 가진 아우렐리아노가 태어나 얼마되지도 않은 시점에 불개미들의 밥으로 사라짐으로써 안타까운 결말을 맞게 된다. 그렇게 대는 끊어지고 만다. 책을 덮으며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가.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나, 내 자식들, 아직은 세상에 없지만 대를 잇게 될 손주들... 책에서처럼 그런 허무한 결말은 나지 않겠지만, 언제든 대가 끊어질 가능성은 있다. 아이를 가지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겠는가.


대를 잇고 못 잇느냐가 중요하다고 보진 않는다. 어차피 죽음은 현실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나이를 먹게 되며, 어느 정도의 나이가 차면 결국 끝을 맞게 된다. 그것이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인생의 순리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이 후세의 현실에 관여할 수는 없다. 물론 심령의 세계까지 거론한다면 이렇게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살아있음이라 할 수 있다. 살아있는 동안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것을 생각하며 움직이고 행동할 것인지, 그리고 그로 인해 살아있음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주게 될 것인지가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으리라.



백년의 고독... 사랑이 필요했던, 고독한 사람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이 책 <백년의 고독>은 무려 23년에 걸친 구상과 18개월 간의 집필로 결실을 이루었다고 한다. 저자 마르케스는 왜 이렇게 오랜 기간을 구상했을까? 2가지 포인트가 있다 생각한다. 하나는 무려 7대에 걸친 한 집안의 역사를 서술하기 위해서는 나오는 등장인물마다의 성격과 캐릭터를 각각 설정해야 하며, 더불어 이들 간에 벌어지는 시간적, 공간적 관계에 의한 사건, 사고, 일상의 이야기들을 마치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하지만 그러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엮어야만 했을 것이다. 설사 큰 틀에서 관계도와 이야기들을 연결했다 할지라도, 처음엔 만족스러울지라도 시간이 지나 다시 들여다 보았을 때 허술함과 더불어 유연성, 당위성 들이 작가의 성에 차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손을 보고, 또 보고, 수정에 수정에 가했을 것이며, 그러다보니 처음 구상했던 내용과 달라졌고 그에 따라 새로이 큰 줄기를 잡아야 했으리라.


다른 하나는 작가 마르케스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바로 고독(孤獨)이었다는 점이다. 한 개인의 고독이 아니다. 무려 100년에 걸친 고독이 이 책의 주제이자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되는 화두이다. 즉 부엔디아 가문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마다의 고독을, 원하든 원치않든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성격에 따라, 관계도에 따라, 그리고 환경에 따라 만들어진 고독이라 할 수 있다. 부엔디아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고독한 사람들이었다.


고독과 연계해서 볼 때 <백년의 고독>에서 가장 특징적인 인간들은 마꼰도의 설립자인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로서, 고독이라는 기호는 그들의 온몸과 영혼에 나 있는 상처이자 종양이자, 가족의 혈통 속에 녹아들어 있는 피할 수 없는 인자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부엔디아 가문 사람들의 고독이라는 개념은 사랑에 무능한 사람들의 <황폐>와 <단절>이라는 두 단어 사이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작품해설(조구호) 중에서 -     


사전에 의하면 고독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고독에 대해 류정숙 시인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깨물면

오도독

뼈마디 무너지는 소리를 낸다     


삼키면

양주보다 독하게

취해온다     


뱉어내면

단장의 아픔


깨물 수도

삼킬 수도

뱉어낼 수도 없는

형벌이구나


- <고독>, 류정숙 -


<백년의 고독>에서 말하고 있는 고독은 마치 ‘군중 속의 고독’과도 같다. 가족들과 함께 일상을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없이 고독하기만 하다. 왜 그랬을까? 이 책의 등장인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은 아우렐리아노 대령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유파의 핵심으로써 보수파에 대항하여 무려 1,000일에 이르는 전쟁을 진두지휘하며 엄청난 권력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전쟁을 끝낸 후 그에게 돌아온 것은 엄청난 고독의 무게였으며, 결국 그는 그 무게감을 이기지 못한 채 자신의 아버지가 묶여 있었던 밤나무 아래에서 한없이 쓸쓸한 시체로 발견된다. 그는 왜 그렇게 고독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까?


결국 저자가 말하는 답은 ‘사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 모두가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육체적 행위와는 다르다)하고 관심가지며 배려하는 것에 무관심했고, 또한 무능했기에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독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나 아우렐리아노 대령은 철저히 자신의 사고와 생각 속에 갇힘으로써, 심지어 노년에도 실험실에서 황금물고기만을 만들며 마지막 시간을 보냄으로써 그 스스로를 고독 속에 묶어 놓는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법을 몰랐기에.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바로 ‘근친 상간’이다. 책 처음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근친 상간과 유사한 이야기, 예를 들자면 형 호세 아르까디오와 동생 아우렐리아노가 삘라르 떼르네라를 공유하는 것, 형제간인 호세 아르까디오 세군도와 아우렐리아노 세군도가 빼뜨라 꼬떼스와 육체적 관계를 가지는 것, 레베까가 함께 자라 친오빠와 진배없는 호세 아르까디오와 결혼하는 것, 아마란따와 조카 아우렐리아노 호세와 아슬아슬한 줄타기 등의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근친 상간에 이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이모 아마란따 우르술라와 조카 아우렐리아노 바빌로니아가 관계를 맺음으로써 근친 상간은 최종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돼지꼬리가 달린 자손이 태어나고, 부엔디아 가문의 역사는 치욕적인 종말을 맞게 된다. 근친 상간은 동종교배를 의미하며, 유전적으로 보다 나은 우성 유전자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 아닌,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열성 유전자만을 만들게 됨으로써 결국 그 종은 멸종에 이르도록 한다.




노혜경 시인의 시 <고독에 관한 간략한 정의>를 통해 <백년의 고독>에 대한 독후감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고독의 반대말은 ‘사랑’이다. 마르케스도 말하듯, 고독을 원치 않는다면 방법은 ‘사랑’이다. 단, 조건이 있다.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 속에서만 머무는 사랑은 ‘짝사랑’에 지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 것, 표현하지 않는 것, 그것은 노혜경 시인이 말하듯 ‘고독’에 다름 아니다.


공원길을 함께 걸었어요

나뭇잎의 색깔이 점점 엷어지면서

햇살이 우릴 쫓아왔죠

눈이 부시어 마주보았죠

이야기했죠

그대 눈 속의 이파리는 현실보다 환하다고


그댈 사랑한다고 말하기가 어려워

나뭇잎이 아름답다고 했죠

세상 모든 만물아 나대신 

이야기하렴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그러나 길은 끝나가고

문을 닫을 시간이 었죠


그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기 위하여     

나뭇잎이 아름답다고 했죠


- <고독에 관한 간략한 정의>, 노혜경 -



(표지 사진 이미지 출처 : 동아일보)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차칸양 아지트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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