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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Feb 03. 2020

100년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의
스펙타클 일대기(1편)

마술적 사실주의의 대작!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마꼰도에서 시작된 백년의 역사


그 당시 마꼰도는 선사시대의 알처럼 매끈하고하얗고거대한 돌들이 깔린 하상(河床)으로 투명한 물이 콸콸 흐르던 강가에 진흙과 갈대로 지은 집 스무 채가 들어서 있던 마을이었다.


<백년의 고독>은 젊은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가 바다를 찾기 위해 자신의 가족을 비롯한 친구 가족들 그리고 가축들을 이끌고 함께 길을 나섰다가, 무려 이십 육개월(2년 2개월) 만에 포기하고 마꼰도란 곳에서 정착하며 마을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후 그의 아들들 그리고 손자, 더 나아가 증손자, 고손자 등 무려 7대에 걸친 이야기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번갈아가며 펼쳐진다. 한마디로 부엔디아 일족의 대서사시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박경리의 <토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1890년대 최참판 일가를 중심으로 평사리 마을 사람들의 기구하고 운명적인 삶을 1945년 대한민국 광복에 이르기까지 약 50년의 시간을 담담히 하지만 매우 감동적으로 서술한 대하소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체 구조는 유사함이 있을지언정, <백년의 고독>은 판이하게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 그 이유는 <토지>가 사실주의에 입각해 최씨 집안, 특히 최참판의 외동딸인 최서희를 중심으로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운명과 관계에 대해 집중하고 있는 반면, <백년의 고독> 1편에서는 은 부엔디아 집안 사람들과의 관계성보다는 마꼰도 밖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상황, 즉 자유파와 공화파의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어떠한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해 그들(특히나 호세 아르까디아 부엔디아의 차남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에 대한)의 삶과 생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대해 보다 많은 내용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조용한 마을 마꼰도는 보수파와 자유파의 전쟁으로 인해 각 군인들이 번갈아 마을을 다스리게 됨으로써 마을 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장면은 <태백산맥>에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적 정쟁으로 인해 대한민국 정부와 빨치산이 마을을 두고 공방을 하는 장면과도 닮아 있기도 하다.



<백년의 고독>이 일반 고전과 다른 점 3가지


<백년의 고독> 1편을 읽으며 다른 고전문학과 크게 3가지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첫 번째는 도저히 앞의 내용을 추론하거나 예상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하는 작가 특유의 소설적 기법이 포함됨으로써 계속해서 이야기 중에 사실과 허구가 번갈아 등장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저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고국 콜롬비아란 나라에 대한 역사적 상식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이야기의 전개때문이라 하는 것이 더 맞을 듯 싶다.


두 번째는 생각보다 소설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었다. 앞에서 이야기한 박경리의 <토지>는 50년이란 기간을 서술하기 위해 총 16권이 출간되어야 했는데, 이 <백년의 고독>(민음사)은 ‘고작’ 2권뿐이다. 이 2권에 저자는 무려 100년의 세월을 담고 있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그러다보니 의미가 함축적일 수밖에 없다. 그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어와 문장 그리고 그 여백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뒷 이야기들을 전혀 예측조차 할 수 없는데다가, 이야기의 속도는 그야말로 5G급이다보니 세 번째 느낀 점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솔직히 한국 소설들에 비하면 각자의 삶에 대한 공감은 잘 되지 않았다. 잘 살다가 갑자기 죽고 병이 나기도 하며, 결혼직전까지 갔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꿔 독신으로 평생을 살아가고, 동양의 윤리관으로는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성(性)에 대한 이야기(그나마 다행인건 아슬아슬하게 근친은 피해간다)가 펼쳐지고, 모든 일상을 팽개친채 은둔하기도 하는 등 이야기는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게 흘러간다. 그러다보니 계속해 긴장해야만 하고, 불현 듯 머리와 가슴 속을 훅 치고 들어오는 이야기의 파고는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니 읽는 내내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할 밖에...


<백년의 고독> 1편을 읽음으로써, 50년의 시간을 경험했다. 이제 2편을 읽는다. 나머지 50년 그리고 그 100년간의 고독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기대반 걱정반이다.


☞ 백년의 고독(2편)



(표지 사진 이미지 출처 : 동아일보)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차칸양 아지트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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