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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an 21. 2020

목표 VS 목적,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진정 소중한 것을 돌아보게 하는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목표를 위한 삶 VS 목적을 위한 삶


목표가 있고, 목적이 있다. 목표를 인생에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 도달 포인트로 삼는 사람이 있고, 목적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인생에는 어떤 차이점이 생길까?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는 아버지를 비롯한 교장 선생님, 성직자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왜냐하면 모두가 선망하는 신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마을의 유일한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두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채 열심히 공부하여 마침내 원하던 신학교에 무사히 입학하게 된다.


자신의 방에서 그는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즐거움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는 시간들을 보냈었다그것은 자부심과 도취승리감에 가득 찬꿈과도 같은 기이한 시간들이었다그때에 그는 학교나 시험그리고 다른 모든 것들을 뛰어 넘어 보다 높은 존재의 영역을 꿈꾸었던 것이다. (중략언젠가는 속세에서 벗어난 높은 곳에서 우쭐대며 이들을 내려다보게 되리라는건방지면서도 행복에 겨운 예감이었다.


한스는 토끼를 키우고 시간날 때마다 마을의 강가에서 낚시와 수영하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그에게 마을의 자연은 휴식과 여유 그리고 보다 폭넓은 생각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포용력 좋은 친구와도 같았다. 길가의 꽃과 하늘, 벌과 곤충 그리고 푸르른 나무와 햇살은 그를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 도와주곤 했다. 자연과 함께 할 때 한스는 그 자체로 삶이 좋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에게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모두의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는 그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과 추앙을 받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마음 속에는 자부심, 도취, 승리감과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몇 단계 높은 영역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는 다른, 신분 상승에 대한 강렬한 욕구였다.


입학한 신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곳은 보이지 않는 살벌한 경쟁터이기도 했지만, 또래의 친구들이 서로의 관심과 우정을 나누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스는 그곳에서조차 만족할만한 성적을 올려야만 했다. 라틴어와 수학 등 배움의 영역은 너무 넓었고 시간은 부족했다. 한스에게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사치와도 같았다. 하지만 같은 방의 동료이자 시인이기도 했던 헤르만 하일르너와 엮이게 되면서 한스의 생각과 행동은 달라지게 된다. 오로지 목표를 위해 달려왔던 삶이, 그 순간부터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수레의 의미 그리고 수레바퀴 아래에서는..


이 책<수레바퀴 아래서>(원제 : Unterm Rad(독일어))는 노벨문학상을 수상자인 헤르만 헤세가 1906년(29세)에 발표한 자전 소설이자 당시 교육의 실상을 비판한 소설이다.(참고로 <데미안>은 1919년(42세) 출간) 헤세는 이 책의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처럼 신학교에 진학했지만 1년 만에 중퇴했고, 이후에는 시계 부품 공장과 서점에서 일하기도 했었다. 이 책은 그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 왜 책 제목이 <수레바퀴 아래서>일까? ‘수레바퀴’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수레바퀴의 역할로써 수레바퀴는 절대 가만히 서 있으면 안된다. 원형인만큼 돌아야 하고, 돈다는 것은 움직이는 것이며 그 어딘가, 즉 목표지점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레바퀴는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가 된 증기기관을 연상시킨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돌아야하며 그로 인해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만 하는, 그리고 증기기관의 일부가 된 사람들의 지친 모습들. 수레바퀴 아래의 사람들은 노동자 계급을 의미한다.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쉴새없이 일해야 하고, 그렇게 자신의 삶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는 시간들을 보내야만 한다. 우울하고 힘겨우며 고통스러운 삶이다.


제발 지치지는 말게안 그러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 테니까.”


신학교 교장선생님은 한스에게 위와 같이 말한다. 이는 목표를 의미한다. 신분상승을 위해 죽을 듯이 달리지 않는 한 수레바퀴 아래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암묵의 협박이다.


헤르만 헤세는 이 책을 통해 당시의 교육을 통렬히 비판한다. 한번 읽어 보자.


학교 선생의 의무와 그가 국가로부터 받은 직무는 어린 소년의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자연의 조야한 정력과 욕망을 길들임과 동시에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것이다또한 그 아이에게 국가적으로 공인된 절제의 평화로운 이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소년의 내면에는 거칠고 야만적인 무질서의 요소가 숨어 있다먼저 그것을 깨뜨려야 한다그것은 또한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불꽃이다먼저 그것을 밟아 꺼버려야 한다자연이 만든 인간은 예측 불허의불투명한위험스러운 존재이다인간은 미지의 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이며길도 질서도 없는 원시림이다원시림의 나무를 베고깨끗이 치우고강압적으로 제어해야 하듯이 학교 또한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을 깨부수고굴복시키고강압적으로 제어해야 한다학교의 사명은 정부가 승인한 기본 원칙에 따라 인간을 사회의 유용한 일원으로 만드는 것그리고 잠재된 개성들을 일깨우는 것이다이와 같은 교육은 병영(兵營)에서의 주도면밀한 군기(軍紀)를 통하여 극도의 완성을 이루게 된다.


아마도 신학교를 중퇴해야만 했던 헤르만 헤세가 교육에 대해 느낀 점을 그대로 적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헤세의 주장은 지금 현대에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할 수 있다. 교육의 역할은 무엇일까? 각자 개인마다의 개성을 그대로 살려, 자신 만의 삶을 제대로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바로 교육의 참모습 아닐까?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자본주의를 굳건히 유지시키기 위해, 그 하나의 부품으로써 개인들을 제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여기에 반대되는 새로운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참교육의 갈길은 멀어만 보인다.



정말 소중한 삶이란


헤세는 수레바퀴 위의 세계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연과 어울려 여유를 즐기며 살아가는 삶이라 강조하고 있다. 목표가 아닌,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목적이 무엇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일 년 내내 한 달에 한 번꼴로 애타게 기다려지던 일들이 있었다풀을 말리는 일토끼풀을 베는 일첫 낚시질에 나서는 일가재를 잡는 일호프를 거둬들이는 일나무를 흔들이 자두를 따는 일불을 지펴 감자를 굽는 일그리고 곡식 타작을 시작하는 일 등이었다그 사이에도 틈틈이 즐거운 일요일과 축제일이 있었다.

또한 신비스러운 마법의 힘으로 한스를 끌어당기는 것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있었다집이나 골목길계단곡물 창고의 바닥분수울타리그리고 사람들이나 갖가지 동물들이 그에게는 모두 사랑스럽고친숙하게 여겨졌다이것들은 한스를 수수께끼에 둘러싸인 비밀의 세계로 유혹했다.


목표와 목적. 당신에게는 진정 무엇을 위한 삶이 더 소중한가?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차칸양 아지트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 공지사항입니다~!

1. 세상 유일의 경제/경영/인문의 균형찾기 프로젝프 <에코라이후 기본과정>이 7기에 이어, 8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경제공부를 전면에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제와 더불어 경영 그리고 인문까지 함께 공부함으로써, 10개월이란 기간동안 경제·경영·인문의 균형점(Balancing Point)을 모색합니다. 이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잇점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자신의 경제적 문제점을 찾은 후, 경제공부와 발표&피드백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 실행함으로써 이 과정이 끝났을 때는 현재보다 나은 경제적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둘째, 현재의 시간보다 향후 닥치게 될 직장 이후의 삶에 대해 서로 고민하고 나누며, 스스로에 맞는 미래의 방향을 찾고자 합니다. 경제공부를 토대로, 경영과 인문을 접목함으로써 스스로의 삶에 작지만, 그럼에도 크고 진솔하며 감동적인 변화를 원하시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1/28일까지 신청받습니다!)

https://brunch.co.kr/@bang1999/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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