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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Mar 02. 2020

'돈 공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베스트셀러 <돈 공부는 처음이라>를 읽고


사실 이 책을 굳이 읽고 싶진 않았다. 워낙 책 제목만으로 유혹을 하는 책들이 많아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병영 독서코칭을 진행하는데 있어 군인들, 즉 2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에게 제대로 된 경제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었다. 워낙 책 제목이 좋아 처음으로 경제, 즉 돈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친구들에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큰 아쉬움과 우려가 남는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 솔직히 2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는 책 제목에 낚였다는 큰 아쉬움이고, 다른 하나는 과연 이 책이 처음 돈 공부를 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돈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젊은 친구들을 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란 무엇이고 금융 상품엔 무엇이 있으며, 주식, 채권, 금리, 환율 등 경제지표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그런 일반 이론서는 아니다. 물론 돈에 대한 불편한 진실과 그 돈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돈을 모아야 하는 지에 대해 주로 정신무장을 강조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일종의 돈에 대한 자기계발서라 할까. 이는 첫 장에 확연히 드러난다. 다음을 읽어 보라.


지금부터의 이야기를

부디, 믿어주길 바란다.     

당신은 경제적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당신의 삶은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

이런 말은 거짓이다.

어차피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다.

부의 레벨은 노력으로 바뀌지 않는다.

당신은 평생 돈에 찌들어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믿을 수 없는 이런 말이야말로 진실이다.

당신의 삶을 바꿀 것이다.

돈으로부터 당신을 자유롭게 해줄 것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당신의 삶에 돈을 선물할 것이다.

이런 말에 흔들리지 마라.

당신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니

당신은 부자가 될 자격이 없다는 말

당신은 평생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는 말

이것이야말로 진실임을 당신은 알아야 한다.     

내가 하려는 일은

돈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정확히 뒤집는 것이다.

밑에서부터 반대로 다시 읽어보라.


처음엔 뭔가 했다. 매우 부정적이니까. 평생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읽어보면 상황은 역전된다. 이번엔 매우 긍정적이다.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고, 경제적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바로 따라오는 질문, ‘어떻게?’. 이것이 바로 본문에 나와야 할 내용이라 할 수 있는데, 뒤를 읽어봐도 구체적으로 그 ‘어떻게’에 대한 부분은 등장하지 않는다. (금액으로 구분한 단계별 가이드는 제시한다. 하지만 이또한 정신무장을 위한 조언으로 보는게 맞을 듯 싶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무리 구체적 방법을 이야기한다 할지라도 사람마다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 더 나아가 그것이 시간이 흐를 경우 맞지 않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니까 말이다. 또한 이 책의 컨셉인 처음 돈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함이라면 구체적 방법론은 맞지 않았을 것이다.



돈 공부, 반드시 투자를 위한 것은 아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우려된 점은 처음 돈 공부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하는 것이었다. 혹여나 열심히 공부하고 배우면 돈 버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라고 느끼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저자는 은퇴자금으로 30억, 50억 정도를 이야기하고 있는데(게다가 더 벌 수도 있지만 이 정도에서 멈추겠다는 뉘앙스까지 있다), 그 정도의 금액은 정말 벌기 힘든 규모이기 때문이다. 만약 저자의 말만 믿고 열심히 공부했든데도 돈을 벌지 못한다면, 아니 오히려 투자에서 실패해 큰 손실을 보게 된다면, 그건 단지 당사자의 정성과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글쎄다...


돈 공부, 중요하긴 하다. 하지만 반드시 투자를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건 너무 앞서가는 듯 싶다. 게다가 정신무장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세뇌까지 해야한다면 이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내 개인적 의견은 첫 돈 공부는 돈에 대해 알고, 그것을 지키고 관리하는 마인드와 방법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우선이고 투자는 나중이 되어야 한다. 지키는 것이 필수고, 투자는 옵션이 되어야 한다. 돈을 벌게 됨으로써 경제적 자유를 가지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의 대비책도 세워야 할 것 아닌가. 정성과 노력만으로 누구나 수십 억의 돈을 벌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부자들로 채워졌을 것이다. 누구나 다 뛰어난 개인 투자자, 재야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돈 공부는 처음이라>. 다소의 우려와 함께 진한 씁쓸함을 남긴 책이었다. 진짜 돈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차칸양 아지트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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