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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Apr 09. 2020

읽어봐야 알게되는 '허클베리 핀'의 진짜 가치와 매력

마크 트웨인의 고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고



아마도 초등학생 때였을 것이다. 아버지가 사다주신 세계명작 중에 <톰 소여의 모험>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웬지 초등학생에게는 ‘모험’이란 단어가 참 어울린다. 무언가 새롭고 신나는 세계로 떠나는 느낌이 들고, 그 여정을 통해 우리가 꿈꾸던 혹은 생각지 못하던 사람, 동물, 생물, 환경, 장소 등을 접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모험’을 자유로이 꿈꿀 수 있는 나이이므로.


자세한 내용은 떠올릴 수 없지만 <톰 소여의 모험>도 꽤나 재미있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톰 소여 또한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모험’의 주인공이었으며, 그를 통해 ‘모험’을 만끽할 수 있었으니까.(불현 듯 어릴 때 보았던 만화영화 <이상한 나라의 폴>이 떠오른다. 시간이 멈추고, 곰 인형과 함께 ‘나나’를 구하러 시간여행을 떠나는 폴의 모험 이야기. 대마왕으로부터 납치된 여자친구 ‘나나’를 구하러 떠나는 그 여정은 무척이나 설레고 신기했으며 아찔한 시간들이었다)


추억돋는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



<톰 소여의 모험>에 허클베리 핀도 등장한다. 신분이나 환경상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이지만, 둘은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모험’을 좋아한다는 이유 만으로 말이다. 출간 시기로 보았을 때 <허클베리 핀의 모험>(1884년)은 <톰 소여의 모험>(1876년)에 이은 시리즈물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재밌는 점은 고전문학을 소개할 때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항상 소개가 되지만, <톰 소여의 모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애니메이션 <톰 소여의 모험>


두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이유를 명확히 알 듯 싶다. 톰 소여의 모험이 부잣집 아들의 철 없는(?) 모험에 그쳤다면,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는 신분과 인종 차별의 경계를 뛰어넘는, 거기에 더해 각종 시대적 인간상과 윤리적 문제까지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 마크 트웨인 글의 특성상 이런 문제들을 무겁거나 심각하게 다루진 않는다. 그럼에도 어린 소년의 모험에 이 모든 것들이 다 적절히 녹여져 들어가 있는데, 아마도 이것 때문에 바로 이 책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고전 명작의 반열에 오른 것이라 생각된다.



허클베리 핀은 소위 문제아라 할 수 있다. 결코 평범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평범한 삶을 견디지 못한다. 그의 사전에 지루함은 최고의 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톰 소여의 모험>의 활약으로 그는 왓츤 아줌마의 양자로 입양된다. 여기서 그는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 가정 생활을 하게 된다. 예절과 기도, 그리고 일반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각종 행위들을 요구 받는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생활을 견디지 못한다. 그럼에도 가출까진 시도하지 않는데, 자신에 대한 아줌마들의 지극한 사랑을 배반하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헉은 결국 평범을 탈출하게 된다. 물론 술 주정뱅이 아버지의 납치로 인한 폭압과 무력 때문에 그런 것이긴 하지만, 그는 이후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그가 목마르게 흠모하던 것이 바로 이 일상의 자유로움이었음을 그는 깨닫게 된다. 푹신한 침대, 다채로운 식사, 고급스러운 옷, 원하는 것을 실컷 살 수 있는 돈이 없더라도 졸리면 아무데서나 자고, 놀고 싶으면 맘껏 뛰어놀고, 또한 배고프면 물고기를 잡아 구워 먹는 이런 별볼일 없는 일들이 그에게는 마치 숨쉬는 듯 편안한 일상이었음을.



이 소설이 고전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인종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자유를 위해 도망친 ‘검둥이’ 짐과 헉 핀의 우정은 인종 문제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되새기게 만들어 준다. 잘 알 듯이 미국의 노예해방은 링컨 대통령에 의해 이루어졌는데, 이를 위해 미국은 남북전쟁(1861~1865년)이라는 큰 댓가를 치러야만 했다. 농장 운영을 위해 노예들을 필요로 했던 남부와 제조업의 발전을 위해 노예보다는 일꾼이 필요했던 북부의 첨예한 대립은 결국 전쟁을 일으켰고, 마침내 북부가 승리함으로써 미국은 노예해방을 통해 본격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잡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치열한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던 게티스버그 국립묘지에 간 링컨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다음과 같은 명연설을 남긴다.


"이 나라를 자유의 땅으로 새롭게 만들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합시다!"


아마도 이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이 없었다면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탄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 혹 쓰여졌더라도 짐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거나, 아니면 이야기가 지금과는 많이 다르게 바뀌었을 것이다. 짐에 대한 애정과 우정, 그리고 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헉과 톰의 위대한 계획이 이 소설에 빠졌다면, 분명 김빠진 맥주 맛이 되지 않았을까?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대단한 역작을 발표한 20세기 대표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미국의 모든 현대 문학이 바로 이 책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통해 비롯되었다는 찬사를 보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뭐 꼭 헤밍웨이나 포크너, T.S. 엘리엇 등의 찬사가 아니더라도 이 책은 헉 핀의 모험, 그 자체만으로도 재밌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나 미시시피강을 배경으로 뗏목을 타고 남부로 내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로드무비, 아니 리버소설 같은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어릴 적 <톰 소여의 모험>을 읽었다면, 아니 읽지 않았다 할지라도, ‘모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빼 놓으면 안될 책으로 추천한다.



*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worldofjin.tistory.com/747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차칸양 아지트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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