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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Nov 19. 2015

1등보다 3등이 더 행복한 이유


오늘 칼럼은 간만에 퀴즈로 시작해볼까요? 한 운동선수의 이름을 맞춰 보세요. 지금부터 힌트 나갑니다.


첫 번째 힌트. 통산 22개의 올림픽 메달을 획득. 오호, 바로 “정답!”을 외치시는 분들이 꽤 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 힌트. 일곱 살 때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의 치료를 위해 수영을 시작, 처음엔 물에 대한 공포때문에 얼굴조차 담그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배영부터 배웠다고 하네요. 슬슬 감이 오시죠?


마지막 힌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8관왕. 어떤가요, 쉽죠?^^



위대한 수영황제


맞습니다. 여러분의 예상대로 정답은 미국의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Michael F. Phelps II)입니다. 위의 힌트대로 전무후무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 8관왕으로, 19살에 출전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차지했죠. 그리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27살의 노쇠(?)한 나이 때문인지 불과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에 그치는 다소 저조(?)한 실적을 올렸고요. 그가 획득한 22개의 올림픽 메달은 100년이 넘는 근대 올림픽 사상 최고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그는 수영황제였죠. 그렇게 불릴만한 충분한 자격도 갖추고 있습니다. 올림픽 역사뿐 아니라 수영이란 종목의 역사, 기록까지 다 바꿔치기 해 놓았으니까요. 오죽하면 올림픽 당시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그를 인간이 아닌 생선(?)에 빗대어 ‘펠 피쉬'라고 불렀을까요. 그런데 그가 수영의 역사에서 위대한 이유가 한가지 더 있습니다. 한가지 종목에서만 잘했던 선수가 아니란거죠. 그가 2008년에 딴 금메달 종목을 한번 볼까요.. 200m 자유형, 100m 접영, 200m 접영, 200m 혼영, 400m 혼영, 400m 자유형 계주, 800m 자유형 계주, 400m 혼영 계주.... 헥헥헥... 딱 한 종목만 빠져있지요. 배영...  오, 아이러니죠? 맨 처음 배웠던 배영에서만 메달을 따지 못하다니... 하지만 2004년 아테네 올림픽 100, 200m 배영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그는 수영의 전종목을 다 잘하는 선수로 봐야 합니다.



마이클 펠프스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자, 이런 대단한 펠프스도 올림픽 시상대에 올라선 순간만큼은 꽤나 행복했겠죠? 특히나 은, 동메달도 아닌 금메달을 목에 걸 때는 더욱 더 행복한 시간이었겠죠? 하지만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의 저자인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은 행복의 측면에서만 보았을 때, 금메달을 목에 건 펠프스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이야기의 무대를 올림픽 시상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지금 올림픽 시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시상대에는 당연히 3명이 서 있겠죠.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수상자. 자, 이 중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금메달을 목에 건 사람? 그렇죠, 이 순간 그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 행복의 효과는 언제까지 유효할 수 있을까요? 만약 행복을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아닌 시간의 범위를 다소 넓혀 판단해 본다면 누가 가장 오래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바로 동메달 딴 사람, 즉 1등이 아닌 3등이라고 하네요. 왜 그럴까요?


시상대에 올라선 은메달 수상자는 금메달 수상자를 보며 다음과 같이 생각하며 슬퍼한다고 합니다. '아까비, 내가 0.05초만 빨랐어도 저 금메달은 내껀데, 흑...' 하지만 동메달 수상자는 다음처럼 생각하며 아주 행복해하죠. '내가 0.05초만 늦었어도 이 동메달을 받을 수 없었을꺼야. 정말 다행이야. 그리고 이번에는 동메달이지만 다음에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충분히 은메달, 금메달도 딸 수 있을꺼야.'


어떤가요? 메달 색깔이 다른 만큼 생각도, 그 감회도 모두 다르죠? 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결국 행복은 상대적이란 겁니다. 즉, 자신의 상황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느냐에 따라 행복할 수도 있고, 은메달 딴 사람처럼 불행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런 상대적 행복에 대해 고대로마의 철학자이자 극작가이기도 한 루시어스 세네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인간은 단지 행복하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더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우리는 무조건 남들이 자기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이다."




수영황제 펠프스는 수많은 금메달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행복하진 않았었나 봅니다. 2009년 마리화나 흡입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고, 2014년에는 생애 2번째 음주운전으로 미국수영연맹으로부터 6개월 자격정지까지 받았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2016년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네요. 아마도 지금의 그에게는 반드시 금메달이 아닐지라도, 메달 색깔과는 상관없이 어떤 메달이라도, 아니 어쩌면 더 나아가 지금도 마음껏 수영할 수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큰 기쁨, 큰 행복이 되고 있지 않을까요?


지금 여러분은 인생의 동메달을 따셨나요? 아직 4위인가요? 그럼 좀 더 충만한 행복감을 맛볼 수 있는 날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더욱 기뻐하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따사한 햇살 가득한 날들이 우리 앞에 번호표를 뽑은 채 줄줄이 대기하고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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