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2015년도 마지막 달만 남겨두게 됩니다. 참 시간 빠릅니다. 폭주기관차 저리가라 할 정도네요. 더불어 나이 또한 빠르게 쌓여갑니다. 나이만큼은 천천히 먹는다고, 혹은 빼먹는다고 아무도 뭐라 할 사람 없을텐데요...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거의 대부분 12월이 되면 조직개편은 물론 승진, 전보까지 모든 인사이동이 마무리되는데요, 이때가 회사를 다니며 희비가 엇갈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누구는 승진을 하지만 누구는 고배를 마시며, 또 누구는 가고자 하던 좋은 부서로 이동하기도 하지만, 다른 누구는 모두 기피하는 그런 부서로 가야만 하지요. 하지만 그 어떤 누구는 조용히 권고사직을 받고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주위 사람들의 속마음은 이렇습니다. ‘그 사람이 잘 안되어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남았으니 다행이야..’라고요. 이에 대해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본위적이기 때문이니까요.
그리고 연초가 시작됩니다. 정신없이 바쁘지요. 신년에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으니까요. 그야말로 정신없이 달리다보면 꽃구경 한번 제대로 못한 채 봄을 지나 여름을 맞고, 하계휴가를 다녀오면 어느덧 추석을 지나 찬바람이 솔솔 불어오게 됩니다. 그러면 슬슬 연말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 아무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을까? 잘 버텨야할텐데... 돌이켜보면 직장생활 내내 무한반복입니다.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며, 승진하면 좋아하고, 한 단계 높은 직책을 받게되면 마치 인생의 승리자가 된 듯 기뻐하게 되는 것이 직장생활의 한 단면이자 전체적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 팀원들에게 직장을 다니며 가장 기뻤던 일 두가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첫째가 월급이 올라가는 것이라 하더군요. 아무래도 받는 돈이 많아지면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생길뿐 아니라 그 돈으로 그동안 눈여겨 보았던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인센티브까지 받게 되면 그야말로 풍작이 아닐 수 없을겁니다. 둘째로는 승진이었습니다. 승진을 하게되면 보수가 많아질 뿐 아니라 직장 내 자신의 위치가 한단계 더 올라가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즉 자신이 머물던 자리가 바뀌는 신분상승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주임보다는 과장이, 과장보다는 부장이 그리고 부장보다는 임원을 다는 것이 회사 다니는 사람으로서는 당연히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죠.
하지만 아무리 승진하고 싶어도, 또한 직책을 맡고 싶어도 마음대로 잘 되지 않죠. 여기에는 분명한 사실 한가지가 있습니다. 인사에 대한 권한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 바로 이것이 팩트죠. 즉 내 생각, 의견과는 상관없이 다른 누군가가 나 자신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는 것입니다. 내 스스로가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하다 생각할 지라도, 인사 평가자들의 눈에 그렇게 비치지 않는다면 승진, 보임은 결코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사평가, 과연 나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일까?
자, 여기서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인사평가라는 것, 과연 그것이 내 자신을 가장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을까요? 몇가지 기준을 척도로 두고, 주변 사람들의 설문을 받은 후, 매겨진 점수가 과연 나 자신을 제대로 평가한 것이라 믿어도 될까요? 솔직히 말해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아닌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는 ‘나’를 제외한 다른 누군가가 나를 평가합니다. 무엇을 평가하나요? ‘과연 이 사람이 회사에 얼마만큼의 도움이 되는가’로 평가하죠.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평가에는 그 사람에 대한 선입관, 평판, 장단점, 성향, 인간관계, 처세술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본다면, 그리고 조금 직설적으로 얘기한다면 회사에서의 인사평가란, 인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주관이 상당부분 작용하는, 결코 객관적이라 보기 어려운 측정도구라고 봐야할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늦게 깨달았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까지 생각이 미치자,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분노가 일어났습니다. 누구보다 내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인데, 누가 나를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수 있는 것인가? 과연 나 자신이 분명치 않은 평가척도를 가지고 점수화된다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이렇게 매겨진 점수로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잘못되었으며, ‘이것, 저것을 당장이라도 뜯어 고쳐라’라고 요구하는 것들을 받아들여 고쳐야만 하는 것일까? 왜,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걸까? 답은 명확했습니다. 제가 월급을 받으며 일해야하는 종속적 존재이기 때문이죠.
이 세상에서 가장 쩨쩨한 것이 월급쟁이다. 고작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이나 하고 품삯을 벌어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월급쟁이는 기껏 해보았자 남의 집 종에 불과하다. 심한 말이라고? 천만에, 나는 ‘종놈’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을 참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모든 직업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주인 같은 아니, 그 조직의 진짜 주인이 되어 일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내 운명을 쥐고 흔드는 것에 분개하라. 그리고 지금 당장 내 삶이 구축될 수 있는 원대한 건축 계획에 돌입하라.
-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구본형 지음, 中에서 -
스스로에 대해 분노할 줄 모르는 사람은 엄밀히 말해 자신의 삶의 주인이 아닙니다. 방관자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가겠다는 생각조차 없는 사람이 어떻게 본인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직장인은 종속적 존재이자, 상사에 의해 평가를 받아야 하는 피평가인입니다. 하지만 그런 현실에 수긍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로만 생활한다면, 그 사람의 삶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계속 좌지우지될 것입니다. 즉 요즘 말로 내 삶인듯, 내 삶 아닌, 내 삶 같지 않은 내 삶이 될 것입니다. 스스로의 처지에 분노가 일지 않으시나요?
두 가지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분노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분노를 어떻게 표출할 것인지 더욱 더 고민해야만 합니다. 분노심은 강력한 에너지입니다. 잔잔한 호수에 작은, 하지만 큰 파동을 만들어갈 혁명적 에너지라 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는 힘입니다. 힘은 어딘가에 써야만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그저 허공으로 사라질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 강력한 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분노를, 이 강력한 에너지를 긍정적 에너지로 변환시켜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삶이 조금씩 바뀌어 질 수 있습니다. 직장인이지만, 그냥 직장인이 아닌, 진짜 직장인, 내 스스로 무엇인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바로 지금, 분노라는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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