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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Jul 24. 2020

뉴질랜드 푸카키 호수에서의 생각

#72, 저 호수의 영롱함처럼  나의 삶도 아름답게 빛나게 되기를





뉴질랜드의 푸카키라는 호수 앞에 섰다. 반지의 제왕을 촬영한 장소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호수 앞에 서고 보니 반지의 제왕의 영상이 기억나질 않는다. 

그 영화 어딘가에 저렇게 아름다운 호수의 장면이 있었던가?!

에메랄드빛이란 표현으로도 불가능하고, 적당한 묘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들은 저 빛깔을 밀키블루라 부르는듯 했다. 

옥빛이 청아하게 파란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을 때 그 아름다움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는 처음이다. 

무엇을 품고 있길래 저토록 아름다운 빛깔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 호수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져있다. 푸른하늘, 흰 구름, 호수가의 나무, 하물며 내 얼굴까지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고스란히 투영시켜 낸다.

저 호수가 내달릴 수 있는 초원이라면 그 위를 마음껏 뛰어도 숨이 차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맘껏 뛰다보면 저 호수가 나를 와락 안아줄것만 같다.


세상이 아직까지 이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은 이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는 내가 좀 더 아름답게 살고 싶게 만든다. 

아름다운 세상에 걸맞게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픈 열망을 갖게 한다.


호수 위에 바람이 인다. 호수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속에서 풍금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이 풍금소리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들은 가장 아름다운 소리.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 앞에서면 바둥거리며, 욕심부리며, 집착하며 사는 삶이 참으로 어리석게 느껴진다.

소유할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무엇을 가지고 떠날 수 있겠는가?

바둥거리는 만큼 쪼그라드는 심장은 결국 거죽이 되어 사라지고 말텐데..

살면서 점점 내가 소유할 수 있는건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유일한 소유의 시간임을 깨닫게 된다.


최근의 나는 아주 좋은 편이다.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조용한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참 아픈 기억이 있었다. 

숨쉬는 일조차 버겁게 느껴졌었던 적이 있었다.

창을 닫아걸고 밖을 나서지 않은적이 있었다. 꽁꽁 닫아 걸어둔채 나가지도 않았고, 

누군가 슬며시 빗장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았었다.

작은 일에도 금방 죽어라 웃고, 슬픈 일에 죽을듯이 아파하는 나는 

세상의 공기를 호흡하는 것조차 싫을때가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른다. 

그저 그랬다.


그러던 내가 기쁨이 많아졌다. 웃음이 많아졌다. 

많이 행복해졌다.

요란하지 않게, 떠들썩하지 않게, 조용히 내 삶이 변하기 시작했다.

잔잔한 호수의 수면처럼, 호수위로 고요히 흐르는 달빛처럼, 호수가를 훑고 지나가는 달콤한 바람처럼 

내면이 고요해짐을 느낀다.


얼마전까지도 마음이 깨진 항아리 같은 적이 있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깨진 독처럼 텅 비어버린 결핍은 나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젠 내 마음은 ‘샘’이 되어가고 있는듯하다.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고 자꾸만 자꾸만 샘솟는 샘, 

이 충만함은 어디에서부터 기인한 것인지 궁금하던 차에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을 읽다가 한가지의 이유를 발견했다.


자크 아탈리는 ‘인간적인 길’은 ‘주도적으로 성취해가는 삶’을 향유하는 것이라고 정의 한다.

'저마다 삶의 잠재성을 부단히 극대화 할 수 있는 삶, 

자신의 이상을 선택하고 스스로 알지 못하는 재능을 포함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가능성을 보유하는 삶’을 사는 것이 

‘인간적인 길’이라고 해석한다.


지금도 여전히 많은 부문에서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과거에 비해 여러 부문에서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듯하다.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 동안 온전히 내게 집중하고, 

나의 잠재성을 극대화하고 나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게 하는데 사용한다.

그러므로 나는 조금 더 내삶의 주인으로 살게 되었고 그것은 나날이 나를 기쁘게 하고 행복으로 이끈다.


내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게 되므로 내 인생에 ‘그림자’이었던 것들이 빛나는 생명이 됨을 알게 된다.

있는듯 없는듯 확연히 드러나지 않지만 나를 잠식해 버리던 그림자.

내 안에 어둡게 드리워졌던 그림자가 조용히 하나의 배경으로 물러나는 숭고한 찰라를 만나게 된다.

마치 저 아름답게 빛나는 호수처럼 조용히 그러나 살아있는 생명의 열정을 담은, 

빛나는 내가 될 수 있을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내 안에 아름다운 것들을 품을 때 그 아름다움을 투영시켜 낼 수 있음을 안다.

저 빛나는 호수처럼 내 안에 것들이 아름답게 빛나는 보석으로 성숙해지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내 삶에 조금더 주도적인 삶을 살 것이다. 

그러므로 마침내 내안의 잠재된 재능을 마음껏 꽃 피워 낼 것이다.




   2008년 9월 1일


-- 이은미(변화경영연구소 4기 연구원) --


* 변화경영연구소의 필진들이 쓰고 있는 마음편지를 메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이은미연구원은 저와 같은 해에 수학한 동기 연구원입니다.

2008년 여름 뉴질랜드 연구원 여행도 같이 다녀왔죠.

푸카키 호수를 배경으로 그녀가 찍어준 제 사진도 있습니다.



멋지죠?^^


연구원 과정을 통해 점점 마음의 평안을 얻어간다던 그녀.

하지만 삶의 장애물에 치여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순간이 모든 시간을 대변해 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만족스런 순간의 연속을 계속해 만들어 나갈 수 있을 때

 인생은 비로소 달라지게 됩니다.

주저 앉아 버리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때 삶은 달라질 수 있음을 믿습니다.


큰 사진기를 메고 열심히 뛰어 다니던 작은 거인 그녀가

어려움을 딛고 다시 돌아와

그녀 만의 아름다운 미소를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 스스로에게.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blog.daum.net/bonipas/2236)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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