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칸양 Jun 23. 2020

넘나 잘 생긴 슈렉, 그 비결이 뭐니?

#71, 슈렉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는 아름다움의 기준


영화 <슈렉>을 모르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그림책 『슈렉!을 아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슈렉!』의 그림책 작가 윌리엄 스타이그(William Steig, 1907~2003)는 형의 영향으로 그림을 그리고 미술공부를 했지만 학교 다니는 동안 축구한 것이 가장 재밌었다고 한다. 1930년대 초반 미국 대공항시절 당시 스물 세 살이었던 스타이그는 파산한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위의 두 형은 결혼했고 막내는 당시 열일곱의 어린 나이였기 때문이다. 배운 그림으로 뉴요커, 뉴스위크지, 라이프 잡지에 만화를 기고했고 유명한 카툰 작가가 되었다.


 
친구의 권유로 예순의 나이에 어린이 그림책 작가가 되었고 유명 그림책 상을 수여했다. <신기한 뼈>,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은 칼데콧상을, <아벨의 섬>과 <치과의사 드소트 선생님>은 뉴베리 영예상을 받았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일주일 안에 이야기를 쓰고 한 달 안에 그림을 완성하는 작가다. 사람들은 그의 책을 그림책이라 부르기도 하고 동화책이라 부르기도 한다. 일반적인 그림책의 판형보다 동화책의 판형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림이나 내용면에서도 다른 그림책과는 다르다. 피노키오를 가장 좋아한다는 작가는 피노키오가 학교에 가지 않고 도망치는 장면을 손에 땀을 쥐고 읽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예순이 넘는 나이임에도 어린이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상업적 그림을 그리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맘껏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그림책은 스타이그에게 딱 맞는 분야였을 것이다.


<슈렉!> 역시 그렇다. 잘 생긴 왕자와 아름다운 공주의 결혼 “그래서 그들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닌, 냄새나고 못 생긴 슈렉과 또한 못 생긴 피오나 공주의 결혼은 “영원히 무시무시하게 살았대. 앞길을 막아서는 것은 뭐든지 겁주어 쫓아 버리면서 말이야.”로 끝을 맺는다.



드림윅스 영화사에선 슈렉을 제작하기에 앞서 이집트의 왕자를 만들고 있었고 다른 에니메이션 영화를 만들기 위한 구상을 하던 중 윌리엄 스타이그의 원작 판권을 사들였다. 그 당시 영화제작팀들은 슈렉 영화제작팀으로 발탁되는 것을 좌천이라 생각하며 꺼렸고 ‘슈렉 당했다’는 표현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모험이었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슈렉은 대성공을 거뒀고 4편까지 나왔다.




슈렉의 성공은 영화에서 끝나지 않았다. 슈렉 마스크 팩, 수딩젤 같은 화장품까지 나왔으니 부가상품은 말할 것도 없다. 아름다움을 선망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실제로 누구나 예쁘다고 인정할만한 사람보다는 평범하거나 못생긴 사람이 더 많다.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추구하라고 욕망을 부추기기만 하던 사회에 못생겨도 괜찮고, 아니 뚱뚱하고 못생겼음에도 직격탄을 날리는 슈렉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 것이다. 예뻐지려면 예쁜 모델이 나오는 상품을 사용해야 할 것 같은 화장품에도 슈렉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누구도 슈렉 팩을 쓰면 슈렉처럼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윌리엄 스타이그가 슈렉이 화장품 모델인 걸 알면 얼마나 즐거워할지 상상이 된다.




                                                                                  2020년 6월 5일


                                                                   -- 정승훈(변화경영연구소 11기 연구원) --


* 변화경영연구소의 필진들이 쓰고 있는 마음편지를 메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처음 볼 땐 B급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등장인물이 다소 엽기적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죠. 게다가 아름다워야 할 여주인공까지... 그것도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에서!


슈렉의 매력은 '내가 어때서!'입니다. 물론 슈렉 또한 남의 눈치를 보며 주눅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오나를 통해 알게 됩니다. 누가 뭐라든, 나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닌가! 내가 행복하고 잘 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슈렉은 당당합니다. 못생김까지 사랑하죠. 자존감이 흘러 넘치다 못해 뿜뿜 뿜어져 나옵니다.


사실 못 생겼다, 잘 생겼다는 주관적 표현입니다. 주관적(主觀的)이란 온전히 나의 관점에서 보는 것입니다. 여기에 쓰인 '주(主)'는 주인을 뜻합니다. 내가 바로 주인이란 겁니다. 주인이 주인 맘대로 생각하고 바라보겠다는데 누가 딴지를 걸겠습니까, 그렇죠? 객관적(客觀的)이 손님, 즉 타인의 관점에서 보고 생각한다는 것과는 완전 반대의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너무 객관적인 기준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사회가, 다른 사람들이 정한 기준과 잣대가 마치 내 삶의 기준처럼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죠. 못 생겼다고요? 찌질하다고요? 주변에서 다 그렇게 얘기한다고요? 그렇다면 하나 물어보죠. 객관적으로 그렇다 치더라도 주관적으로도 그런가요? 나 홀로 거울 앞에 서서 나 자신을 바라볼 때 그래도 웬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지 않나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자신있는 곳이 꽤나 많지 않나요? 그렇다면 난 잘! 생긴 겁니다. 누가 뭐래도 잘 생긴 겁니다. 왜? 내가 인정하잖아요. 주인인 내가 잘 생겼다고 인정하는데, 누가 뭐라 합니까. 다 객인 주제에.


영화 슈렉은 외전 격인 <슈렉 포에버>로 마무리됩니다. 한번 슈렉은 영원한 슈렉으로 남게 되죠. 주관적인 슈렉입니다. 객관적인 슈렉이었다면 영화도, 그림책도 등장하지 않았을 겁니다. 슈렉처럼, 우리도 뻔뻔하고 당당해질 이유가 있습니다. 삶의 주인은 바로 나! 이니까요.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매거진의 이전글 갈비탕 그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