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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Nov 23. 2020

설레임 가득, 춘천가는 길(2)

당신이 잘 살고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다


☞ 설레임 가득, 춘천가는 길(1)



춘천으로의 짧은 여행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후 다시 갑작스럽게 리치팜이 춘천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안동에 계신 분들이 모두 안타까워했죠. 비록 기간은 짧지만 그 농도는 아주 진한 정까지 들고 있었는데, 이별이라니요... 지역적으로는 떨어지게 되었지만 그들은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단톡방에서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죠. 빠르게 자리 잡은 리치팜은 안동에 계신 분들을 춘천으로 초대했습니다. 에너지가 넘치는데다 행동력까지 뛰어난 안동분들은 춘천에서 조우, 리치팜과 다시 좋은 추억을 쌓아갔죠.


그리고 이번 늦가을 다시 춘천에서 1박 2일 오프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저도 참석하기로 했는데, 명목은 신간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 저자로서 그분들이 구입한 책에 사인을 해드리기 위함이었죠. 안동까지 가려했는데, 춘천에서 모인다하니 리치팜도 만날겸 저에게는 좋은 기회였고, 설레는 여행의 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11월 6일 오전 아내와 동행하여 춘천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습니다. 저녁 즈음 안동팀과 조우하기로 했으니 미리 춘천에 도착해서 여기 저기 구경할 생각이었죠. 시간이 많으니 굳이 고속도로를 탈 이유는 없었습니다. 국도를 따라 천천히 길을 떠났습니다. 점심은 아내가 고른 춘천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 브런치 메뉴로 먹을 생각이었죠.



빵집 사장이 된 그가 떠오르다


청평을 들어섰을 때쯤 불현듯 제 머리에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변화경영연구소 모임에서 몇 번 만났고, 2013년 몽골 여행을 같이 가게 되면서 동갑 임을 알게되고 그럼으로써 말을 놓게 된 사이. 그냥 친구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그에 대해 생각하면 작은 끌림이 만들어지는 그런 관계의 한 사람.


원래 그는 병원의 마케팅을 대행해주는 에이전시의 대표였습니다. 마케팅 회사의 특성상 항상 바쁠 수밖에 없었고, 비즈니스로 병원 사람들을 만나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상태였죠. 그는 가슴 속 무언가 다른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몰랐지만 말이죠.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그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사업을 접고 경기도 청평에 빵집을 차렸다는 겁니다. 헐... 일반 빵집도 아니고 천연발효 빵집이라는데, 그가 그런 쪽으로 준비하고 있었는 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꽤나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빵집 운영이 보기 보다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무척이나 힘들다는데... 저 또한 회사 다닐 때 제과, 제빵에 관심을 가졌고, 나중에 빵집 개업에 대한 작은 꿈이 있었기 때문에 학원에서 제과, 제빵 기술을 배웠었죠. 이후엔 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고요. 그래서 빵집 개업과 운영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었죠.


그의 빵집이 청평에 위치한 <네자매 평강 막국수(경기 가평군 설악면 한서로 87)>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검색해보니 제가 가고 있던 경로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더군요. 생각난 김에 그를 만나러 가기로 했습니다. 살짝 설레여지더군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빵집은 잘 되고 있을까? 그는 새로운 일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을까? 혹시 자리에 없으면 어쩌지? 머리 속에 여러 질문들이 들어섰다 사라질 즈음 네비는 그 곳에 도착했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반가움, 그 자체


식당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더군요. 때마침 점심 시간인 관계로 사람들은 더 많아보였습니다. 1층을 지나 바로 2층으로 올라서자마자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 서빙을 하고 있는 중년의 남자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제가 찾던 바로 그였습니다. 서로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릴 즈음, 그의 입에서 “어?”하는 외마디 소리가 튀어 나왔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정말 많이요. 바쁜 와중에 그가 제 손을 이끌어 빈 좌석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떻게 지냈냐? 잘 지냈냐? 하는 일상적 질문이 쏟아집니다.


바쁜 점심시간이라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왜 식당 서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들을 수 있었죠. 겨울에는 손님이 많지 않은 관계로 빵집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바로 전주에 정리를 했다는 겁니다. 살짝 아쉬웠습니다. 그가 만든 빵을 한번 맛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제 표정을 읽었는지 그가 미안해합니다. 만들어 놓은 빵이라도 있으면 싸줄텐데, 빵집을 접은터라 아무 것도 줄 수 있는게 없다고요. 그러면서 말합니다. 이왕 온거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말이죠. 여기 막국수 맛있다고 하면서요.


처음엔 거절했는데 결국 그의 호의를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식당에 앉았습니다. 막국수 두 그릇과 감자전. 감자전은 바삭함과 감칠맛이 공존했고, 막국수는 시원함과 더불어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의 맛이 느껴졌습니다. 한마디로 맛있더군요. 신기했습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로부터 이렇듯 서빙과 함께 음식 대접까지 받다니 말이죠.


(표지 이미지 출처 : https://viola1.tistory.com/16)


☞ 설레임 가득, 춘천가는 길(3)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 재무 컨설팅, 강의 및 칼럼 기고 문의 : bang1999@daum.net

- 에코라이후(http://cafe.naver.com/ecolifuu) - - 목마른 어른들의 배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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